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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 Jan 30. 2022

17. 건강한 삶

말못회 [말 못 하는 작가의 회고록] : 건강



17. 건강한 삶     


이번 파트는, 주말에 등산도 따라가 주지 않는 게으른 나에게. 또는, 집 밖에 나가기 싫어하는 나에게 필라테스 라도 하라며 꾸짖는 우리 엄마에게 선물하는 단락이다.

혹여나 위 글을 보고 작가의 외적인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이 있을 까 봐 싶어서 하는 말인데, 이 게으른 작가는 bmi 지수가 20 이하일 정도로 제법 날씬한 편이다. 


우리 엄마가 잔소리를 하는 단 하나의 부분이 있다면, 공부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그저 ‘건강’에 관련된 부분이었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러하듯, 건강 관련에 있어서라면 따발총처럼 말을 따다닥 쏘아대며 잔소리를 하기 일쑤였는데, 이것은 건강 관련 예능 프로그램인 ‘알토란’이나 ‘동치미’를 빼놓지 않고 시청하는 엄마들을 보며 알 수 있었다. 

그 프로그램을 보고서, 좋다는 음식들이 있다면 엄마는 자주 사들이는 것을 좋아했는데, 우리 집에는 그렇게 항상 다 먹지도 못할 캐슈넛이나, 블랙 올리브, 카무트 등등이 넘쳤다. 

또한, 우리 엄마는 건강에 있어서는 입에 쓰더라도 무조건 먹어야 한다는 철학이 있었는데, 이는 요리에 까지 확장되었다. 

엄마는 몸에 좋다는 식재료를 죄다 때려 넣어 믹서기에 갈곤 하였다. 나는 엄마가 보는 앞에서 이것을 항상 맛있게 마셔줘야 했었는데, 이 걸쭉하고 이상한 액체는, ‘비트, 브로콜리, 요구르트, 시금치, 당근, 꿀’ 등등이 모두 들어간 정말로 몸에 좋은 완전식품이었다. 


우리 엄마는, 아니, 몇몇의 사람들은 ‘건강’이 오롯이 육체적 건강만이 한정되어 있는 듯 말하곤 했다. 엉덩이가 탱탱하게 바짝 올라 붙어 힙업이 돼야 하며, 뱃살은 피하지방이 있어서는 아니 되며, 팔다리에는 적당한 근육이 있어야지만 그것이 ‘건강하다’ 고 불리는 듯했다.     



건강

[명사]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무 탈이 없고 튼튼함. 또는 그런 상태.     


그렇다. 건강은 이렇듯 정신, 육체 어디에나 쓸 수 있는 팔방미인 같은 단어이지만, 우리는 어느샌가부터 건강이라는 단어를 육체에만 국한되어 사용하곤 했다.


매년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건강한 삶을 꿈꾸며 헬스장에 등록하곤 한다. 요즈음은 필라테스, 요가, 퍼스널 트레이닝, 등산, 골프 따위의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건강한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그들의 시각에서 볼 때, 밀폐된 공간에서 몸을 움직이지 않고 차만 들이마시며, 공상하고 책 읽기나 좋아하는 사람들은 ‘건강’한 사람이 아니더랬다.

그들에게 정신이 건강하다는 것은 필요 없다는 듯, 제각기 탱탱한 엉덩이와 군살 없이 쭉 뻗은 다리만이 건강의 상징이라고 말하는 듯하였다. 


우리는 이렇게 텍스트를 읽을 수 있음에, 그리고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수 있음에, 사지가 불편한 사람들을 더러 불쌍히 여기곤 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바깥공기는 얼마나 상쾌하고, 우리가 탐험해야 할 세상은 얼마나 넓으며, 야외에는 형형색색 얼마나 예쁜 꽃들이 피어있지 않더냐! 

이 방대한 세상을 즐기지 못하는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은 꽤나 불쌍하고 나는 그들에 비해 제법 건강한 사람이라 다행이라며 위로 삼던 적이 정녕 없더냐.

어느 누가 그 사지가 불편한 사람보다, 당신이 잘났다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고작 휘적휘적거릴 뿐인 온전한 팔다리 하나 가졌다는 자부심에, 당신은 그들의 건강한 정신을 무시한 적이 없었느냐 묻고 싶다. 

그들은 절대 동정받아야 할 불쌍한 대상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들을 보고 ‘나 정도면 행복한 편이지’ 하며 위로받아서는 아니 된다. 나는 오늘도 혼자 등산을 나서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 정신은 건강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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