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공 Feb 02. 2022

24. 사이코패스

말못회 [말 못 하는 작가의 회고록] : 사이코패스



24. 사이코패스     


인간은 귀여운 것에 약하다.

예쁘거나 잘생긴 것 보다야 귀여운 형태에 열광하기 마련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추어 다양한 A.I 로봇들이 출시되고 있는데, 인천공항에서는 내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인공지능로봇인 ‘에어스타’를 만나 볼 수 있다. 에어스타는 항상 ‘^^’라는 이모티콘이 삽입되어 웃는 얼굴을 하곤, 나의 편의를 봐주곤 하였는데, 혼자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고 있는 에어스타는 제법 귀엽다.

에어스타는 제 혼잣말을 하기 좋아했는데, 사람들이 바쁜 발걸음으로 입국장으로 향할 때, 에어스타는 혼자 덩그러니 남아 귀엽게 웃는 모습을 하며      


“제가 당신의 사진을 멋지게 찍어드릴게요 ^^”      


라고 하였다. 그러한 이모티콘이 있어서였을까, 나는 무시당하기 일쑤인 에어스타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기고 볼일이다. 기계 따위에 감정을 부여하다니. 정말 인류가 로봇에게 지배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균수명이 15년 정도인 반려동물이 나보다 먼저 떠나가는 것을 슬퍼하는 소비자를 보고, 기업은 강아지 형태의 로봇을 출시하기도 하였는데,

한 동영상에서 성능 테스트 겸 강아지를 발로 차는 모습을 보고 나는 슬퍼버렸다. 나는 귀여운 강아지 모양을 한 쇳덩어리의 로봇을 보고서도 불쌍하다 느끼었다.



이렇듯 인간은 표정을 지을 수 있거나, 귀여운 형태를 하고 있는 사물에게 무장해제되곤 하였다.

인간은 완벽한 것보다야, 조금은 불 완벽한 것을 좋아하나 보다.


리얼돌(real dool)이 그러하다. 이것은 섹스토이로써, 인간의 성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출시된 인형인데, 요즘에는 리얼돌 시장이 진화하여 인간은 흉내 낼 수 없는 완벽한 미(美)를 갖춘 형태로 출시되곤 했다.

살갗은 단백질로 만들어져 부드럽고, 속눈썹은 길고 풍성했으며, 바디라인 또한 완벽하였다. 그리도 매끈한 피부를 가진 인간은 절대 없을 것이다.


허나, 우리는 이러한 예쁘고 멋지기만 한 인형에게는 불쌍하다거나, 사랑한다거나 하는 감정을 부여하지 못하였다. 너무나도 완벽했기 때문일 것이다. 표정이 없는 그것은 그저 도구에 불과하였다.

섹스돌이 체온이 있다거나, 딥 페이크(deepfake)처럼 인간을 어설프게 모방하는 것이 아닌, 원초적인 기능에 충실한 ‘^^’ 이모티콘이 붙은 형태로 출시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조금 더 귀여워해 볼 텐데 말이다.

지금 모습은 리얼돌은 너무나도 불쾌한 골짜기 같아서 정이 안 가지 말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연쇄살인을 하는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등장하는 모습을 우리는 본 적이 있을 것이다.

n번방 주동자인 조주빈이 그리하였던가. 그의 장래희망은 아마도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인 듯하다.

자신을 악마라 스스로 칭하던 조주빈은 소시오패스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를 보고 감명을 받아, ‘내 안에 거대한 흑염룡이 깨어난다.’ 하는 것과 같은 세계관에 접속한 듯하다.

그의 중2병은 너무나도 깊숙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곤 했었다.



앞서 말한 로봇이라거나, 자그마한 강아지에게 귀엽다거나 불쌍하다거나 하는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사이코패스라던가, 소시오패스 같은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실은 그리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라, 잘못 만들어진 불량품 같은 것이다.


이러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뇌 앞쪽에 위치한 전두엽이 정상인보다 훨씬 떨어지고, 공격적 성향을 억제하는 뇌 분비물인 세로토닌이 부족하다고 논문이 발표되곤 하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뇌 장애인이었다.

 뇌가 아프다면 그들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싫다 하면 잘못 만들어진 A.I가 폐기되어야 하듯, 그들 또한 폐기되어 쓰레기통에 버려져야 하는 불량품인 것이다.


아아- 야속해라. 언어학자들은 왜 이리도 생각이 짧아서, 사이코패스 같은 둥근 단어로 그들을 정의했을까.

된소리가 없는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는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들과 중2병 환자들에게 너무나도 선한 영향을 주었다.

우리는 강아지 로봇보다 못 만들어진 실패작 사이코패스들에게 다음과 같은 단어를 선사해보면 어떨까 한다.


'예비소각찌끄레기'

     

이마저 쌍자음이 부족하다 느껴진다면, 꼴까닥이라는 단어를 넣어볼까 한다.

쌍자음의 집합체인 ‘꼴까닥’은 마치 숨이 헤까닥 넘어가는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다음과 같은 괄호를 붙임으로써, 그들은 조금 더 하찮아 보인다.  

   

(꼴깍)찌끄레기



이전 23화 23. 묵언 (默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