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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 Feb 07. 2022

30. 응애응애

말못회 [말 못 하는 작가의 회고록] : 어른



30. 응애응애

     

시간은 참 야속하기도 하지. 유년 시절에는 그리도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막상 성인이 되어보고 나니 그렇게도 어려지고 싶더라. 매년 새해에 떡국을 먹을 때에면, 이거 먹으면 정말 한 살 더 먹는 법이라도 있는가 싶어 무서워 먹기 싫어지기도 하다. 


유년 시절 여학우들은 엄마 화장품을 슬쩍해 벌겋게 립스틱을 발라보기도 하고, 미니스커트를 입고서 커리어우먼 인척 하고 싶어 하기도 했다. 

남학우들은 어깨선은 축 쳐지고 바짓단은 널널해서 아빠 양복을 훔쳐 입은 거 같은 모습을 하고 제 나름 어른스러움에 뿌듯해하기도 했다. 우리는 그렇게도 어른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정말 10대는 시속 10km, 20대는 시속 20km, 30대 40대는 그 시속이 맞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뭐 이리도 빨리 지나가는지. 이제야 뒤늦게 나의 유년시절을 그리워하곤 하다가, 다시 아이가 되고 싶어 져 서글픈 적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어른이 된 적이 없다. 나는 아직 미숙한 아이일 뿐이다.     


어른

[명사]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우리는 한 번씩 잘 되면 내 탓, 안되면 니 탓이라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한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자기 일에 책임을 지지 못하고 떠넘기기만 하였다. 당신은 진정한 어른이 된 적이 있는가? 

다가오는 위기에 당당히 직면하고, 그것을 온전히 맞설 정도로 항시 대담한 사람이었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당연히 ‘어른’으로 칭할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이란 책임을 지는 것이다. 

너무나도 무겁고 고된 직업일지니라. 자꾸 나에게 웃어른을 공경하라고 하는데, 일단 내 주위에 어른은 없는 것 같다. 


아니, 단 하나. 세상에서 가장 책임을 잘 질 수 있고, 그 무거운 것을 동여매고 가는 사람이 하나 있긴 하다.

그것은 바로 부모(父母)이더라. 요즘 세상에 애 하나 키우는데 억 소리가 절로 난단다. 부모들은 제 핏줄이 태어남과 동시에 막대한 책임감을 짊어지게 되는데,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싸질러 놓기만 하면 다 어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작은 생명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자초하고 창조해낸 생명이기 때문이겠지. 흔하디 흔한 부모라는 그 직업은 사실은 너무나도 막중하고 위대한 직업이다. ‘맘충’ 하며 제새끼를 보호하는 엄마를 욕하곤 하는데, 그들은 당신이 욕해서는 안 되는 어른이다.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자신만의 책임감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지금 키는 장대하고 살은 뒤룩 찐 지금 우리는 어른이 아니라 무엇인가? 바로 성년(成年)이다.     


성년

[명사] 법률 민법에서, 법정 대리인의 동의 없이 법률 행위를 행사할 수 있는 나이. 만 19세 이상이다.     


비슷한 말로 성인(成人) 또한, 국어사전에서 [보통 만 19세 이상의 남녀를 이른다.] 

라고 하는데, 모든 일에 무조건적으로 책임을지지 못하는 나는 나이만 한 살 한 살 먹을 뿐이었지, 어른이 되지 못했다. 어른은 숫자로 세는 것이 아니라, 책임으로 세는 것이다.

당신은 어떠한가. 어른인가? 성인인가? 나는 일단, 아기인 듯하다. 응애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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