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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공 Feb 05. 2022

28. 될지어다

말못회 [말 못 하는 작가의 회고록] : 믿음 



28. 될지어다

     

믿음이라는 단어는 다재다능하다. 정치적으로 쓸 수도 있고, 종교적으로 쓸 수도 있고, 애인 사이에 쓸 수도 있고, 친구사이에 쓸 수도 있다. 하물며, 나 자신에게까지 포괄할 수 있는 대분류의 카테고리이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자신에게 일을 맡기어 달라 신임(信任)을 얻으려 하고, 종교인들은 자신의 기대를 사원에 신망(信望) 삼는다. 우리는 상대방과 의리를 다지며 신의(信義)를 쌓으려 하고, 맨몸으로 태어나 맨몸으로 가는 나만을 의지하며 자신에게 신뢰(信賴) 하기도 한다.


이는 모두 무엇을 섬기느냐, 무엇을 신용(信用)하느냐에 따라, 소분류 카테고리로 나뉠 수 있는데, 실은 모두 최상위 포식자인 믿음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것이다.

     

믿음

[명사] 어떤 사실이나 사람을 믿는 마음

     

나는 이 단어만 통달한다면, 이것의 이치를 꿰뚫게 된다면, 지구 역사상 최초로 전 세계를 통일하고 천하를 재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믿음은 최상단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이 믿음이란 단어를 조금 더 세세히 캐내 보기로 하자.


     

먼저, 정치적으로 사용되는 믿음은 여론(조장)이다. 정치인들은 당신의 데이터를 모두 수집하는 엄청난 크기의 외장하드이다. 그들은 국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효자손이 되겠다며,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게끔 치밀하게 여론을 생성한다. 뭐, 조금 오래 걸릴 지라도 어떠하랴. 당신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그것으로 그들은 성공한 것이다.


당신이 흥미로워할 만한 소재부터 시작하자. 연예인? 혹은 예술? 혹은 유흥? 

이렇듯 다가가기 쉽고, 쉽사리 빠져드는 분야에 정치는 어느샌가 검은색 한 방울을 스포이드로 똑똑 흘려보내고 있었다. 조금 언짢다 생각 들지언정 어떠하랴. 일단 내 취향에 맞고 재미있으면 그만이지 말이다. 온전히 검은색으로 물들어 갈 때쯤, 우리는 더 이상 자각하지 못할 것이다. 무엇이 언짢은 건지. 왜 그것이 불합당한 것인지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세뇌되었다. 

    

종교적으로 사용되는 믿음은 꽤나 정교하다. 

사람마다 믿음이라는 아주 작은 새싹이 자라기 마련인데, 종교는 이 아주 조그만 것을 돋보기로 발굴해내어 거대한 나무로 키워준다. 뭐 일종의 엔터테이먼트랄까. 종교는 이러한 믿음을 아주 탄탄하게 잘 가꾸는 일을 하였는데, 이것은 거의 무너지지 않는다. 이것이 커져버린 순간, 사과를 바나나라고 일컫는다면 그것이 그리되는 것이고, 개를 보고 똥이라고 한다면 기필코 그에 맞는 교합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성관계, 친구관계 같은 상호관계의 믿음은 의리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상대방과의 믿음을 얻기 위해서 돈을 쓰기도 하고, 시간을 쓰기도 하고, 또는 헤픈 웃음을 쓰기도 한다. 이것이 꽤나 공들여진다면 나와 당신 사이에는 믿음이 결속되는데, 이것은 앞선 것들과는 다르게 쉽게 깨지곤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따금씩 상대방에게 나의 기대치를 낮추곤 하더라. 아홉 번 잘하다가 한번 실수하면 질타받기 때문에, 우리는 아홉 번 못하다가 한번 잘하고 칭찬받는 일을 선택하곤 했다. ‘얘가 이런 모습도 있었어?’ 하며 조금씩 믿음을 쌓아가곤 했다.

     

앞선 것들은, 절대 세계를 재패할 수 없다. 

인류 역사상 전쟁이 없던 기간은 0.1%이다. 지구는 지금도 전쟁 중이다. 대한민국이나 아프간 등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지구에 최초 호모가 나타난 이후로 우리는 99.9%의 시간 동안 전쟁(戰爭)을 하고 있었다. 


요즘 힐링 도서물도 그렇고, 우리는 꽤나 자존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곤 한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해야 행복한 삶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 자신에게 신뢰(信賴)가 있어야 하더라.

신뢰라는 단어는, 본인 이외에 남에게 위탁하는 앞선 신임, 신망, 신의라는 단어와는 다르게 나 자신에게만 행할 수 있는 의지 로운 단어였다. 

    

신뢰

[명사] 굳게 믿고 의지함.

     

제 아무리 금수저라 해도, 국가의 원수 정도의 권력을 가졌다 해도. 벌거벗고 태어나 벌거벗고 죽는 것은 똑같더라. 그리 필사적으로 살았는데 관속에는 억울하게도 10 원한장 못 가져가더라. 

나는 나를 믿는가? 나를 신용(信用) 하는가? 내가 믿을 것을 나 자신뿐 일지니.

당신은 가능성이 무한한 존재이며, 모든 것을 행할 수 있고, 전국을 통일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 자신을 한번 믿어보도록 하자. 당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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