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
강림은 서둘러 성준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달려갔다.
멀리 쓰러진 성준의 옆에 우리가 웃으면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주변에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아마 우리가 결계를 친 것인지 아무도 저 두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심호흡을 깊게하고 강림이 우리에게 다가섰다.
“거기서 나와!”
“내가 이 년 몸에서 나가면 이 년은 죽어!”
“아니야. 그렇지 않아. 넌 알고있어. 우리의 영혼이 나뉘어져 있다는걸, 그래서 그 영혼까지 흡수하기 위해서 찾고있었잖아!”
“그래... 그래서 이 년의 느낌이 이리도 약했구나. 누가 이 년의 영혼을 가져간걸까? 네 놈은 알고 있다는 거지?”
“우리는 그냥 놓아줘. 대신 우리보다는 내 몸이 더 탐나지 않아? 내 몸을 줄테니까 우리는 놓아줘.”
“네 몸을? 준다고? 그냥? 순순히? 어째서? 네가 이 년과 무슨 사이라도 되는것도 아니고 네가 그 무당년에게 얼마나 큰 은혜를 입었기에 네 몸을 스스로 내게 준다는거냐? 스스로 악귀에게 몸을 내주는 인간은 환생을 못한다. 그건 알고있느냐?”
“알아. 이렇게 거지같은 인생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지도 않았어. 어차피 죽을 목숨 할매가 구해준거야. 내 목숨은 할매꺼였어 그 할매에게 내가 약속했어. 우리를 지켜주겠다고... 그러니 내 몸을 가져가”
“뭐야. 뭐가 이렇게 시시해. 조금 의심스러운데... 좋아 그럼... 네가 가지고 있는 부적들 모두 저기 저 쓰레기통에 담아서 태워. 그리고 무구나 칼 같은거 갖고있으면 너한테 안 좋으니 잊지말고 같이 버려.”
“알겠어”
강림이 순순히 지니고 있던 부적과 무구들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주술을 외워 불을 붙였다.
‘저 새끼 아직 어려서 뭔가 모르는 걸까? 안 그래도 탐났는데 스스로 주겠다. 키키키키키키키 등신같은 놈. 앞으로 영원히 무간지옥 속에서 불태워질꺼다. 키키키키키키’
“다 되었어. 너도 약속해. 우리는 영원히 놔주는거야. 그렇지 않으면 네 영혼은 사천왕의 발밑에서 짓눌려 고통받을 거야.”
“좋아.” ‘사천왕따위 무섭지 않아. 난 영원히 살테니까’
강림이 성준에게 다가가 기도를 드리고는 머리에 손을 살포시 대니 노란 불빛이 성준의 몸 전체를 감돌았다.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성준의 표정이 편안해지더니 불빛이 사라졌다.
“아저씨. 극락왕생하세요”
“뒈진놈은 신경쓰지말고 어서 우리 할 일이나 하자고!”
강림이 성준에게서 다섯걸음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더니 손가락으로 수인을 맺고 우리에게 준비되었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키키키키키키키 내 니 놈 몸뚱아리로 갈아타고 제일 먼저 뭘 할 줄 알아? 이 년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거야. 키키키키키키’
강림에게 다가간 우리가 강림과 맞은 편에 앉은 뒤 강림과 같은 수인을 맺고 앉았다. 순간 우리에게서는 검은색 연기가 일어나더니 눈을 감고있는 강림의 콧구멍과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검은 연기가 강림에게 모두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한참 뒤 호흡을 고른 강림이 눈을 떴다.
“키키키키 이 병신같은 놈. 내가 저년을 죽이는걸 이 안에서 잘 지켜봐”
강림은 몸을 일으켜 성준을 찌르고 던져두었던 칼을 집어 들었다.
“내가 그 무당년 때문에 얼마나 화가나고 짜증이 났는데, 그년 핏줄을 살려둘수는 없지.”
강림의 입꼬리가 괴기스럽게 올라갔다. 두 손에 든 칼을 번쩍 치켜올려 우리에게 내리 꽂았다. 파지직.
“이게...뭐야..”
‘내가 말했지. 우리는 그냥 두라고, 이 몸으로는 어차피 우리를 못 죽여.’
‘뭐야? 뭐라는거야? 어째서 이러는거야’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칼을 들고 여러번 들고 내리 꽂았지만 칼은 우리의 몸 위에서 튕겨나갈 뿐이였다.
‘크크크 이상하지? 왜 칼이 안 꽂힐까 궁금하지?’
‘뭐야. 이건 약속을 어긴거잖아.’
‘무슨 약속? 약속을 먼저 어긴 건 너잖아’
칼을 쥐고있는 팔이 간질거렸다. 칼을 떨어뜨리고 옷을 피부를 긁으려고 옷을 걷어 올리니 욕지기가 치밀었다.
“씨발. 이 어린놈의 새끼가”
‘크크크 내가 어리지만 머리는 너보다 좋은가 보지.’
우리에게 오기 전 강림은 자신의 몸에 결계를 쳤다. 자신의 팔을 칼로 그어 피를 낸 뒤 그 피로 온몸에 결계를 쳐 자신 안에 들어올 신이 밖으로 나가는걸 막았다. 그리고 손목에는 누리의 머리카락을 잘라 팔찌를 만들었다. 누리의 영혼에 들어있는 우리의 영혼이 자신의 신체를 지킬 수 있도록 장치를 한 것이다.
‘넌 이제 내 몸에서 못 나가.’
‘키키키키키 내가 여기서 못 나가면 네 놈을 영원히 죽이고 내가 이 몸뚱이 차지하면 그만이야.’
‘아니 넌 그러지 못해’
‘무슨 소리야? 너 또 무슨 수를 쓴거냐?’
‘나 또한 신을 받아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어. 근데 지금 너 같은 잡귀가 들어왔으니 내가 모시는 신이 널 가만히 둘까?’
‘뭐? 난 또 키키키키 걱정말아라. 내가 생각보다 여러 신을 만났는데 모든 신의 공통점이 뭔줄 아느냐? 자신의 몸주의 생명은 끔찍이도 아낀다는 거야. 네 목숨으로 흥정을하면 네 신도 꼼짝 못할 것이다.’
‘크크크크 그 신이 과연 누굴까?’
‘뭐?’
‘아가~. 이제 그만 쉬어도 된다. 고생 많았다.’
‘아니라예. 할매 그동안 감사했습니데이. 저 먼저 갈께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