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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곰아제 Oct 06. 2022

제11화

우리 이야기

강림은 서둘러 성준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달려갔다. 

멀리 쓰러진 성준의 옆에 우리가 웃으면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주변에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아마 우리가 결계를 친 것인지 아무도 저 두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심호흡을 깊게하고 강림이 우리에게 다가섰다. 

“거기서 나와!”

“내가 이 년 몸에서 나가면 이 년은 죽어!”

“아니야. 그렇지 않아. 넌 알고있어. 우리의 영혼이 나뉘어져 있다는걸, 그래서 그 영혼까지 흡수하기 위해서 찾고있었잖아!”

“그래... 그래서 이 년의 느낌이 이리도 약했구나. 누가 이 년의 영혼을 가져간걸까? 네 놈은 알고 있다는 거지?”

“우리는 그냥 놓아줘. 대신 우리보다는 내 몸이 더 탐나지 않아? 내 몸을 줄테니까 우리는 놓아줘.”

“네 몸을? 준다고? 그냥? 순순히? 어째서? 네가 이 년과 무슨 사이라도 되는것도 아니고 네가 그 무당년에게 얼마나 큰 은혜를 입었기에 네 몸을 스스로 내게 준다는거냐? 스스로 악귀에게 몸을 내주는 인간은 환생을 못한다. 그건 알고있느냐?”

“알아. 이렇게 거지같은 인생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지도 않았어. 어차피 죽을 목숨 할매가 구해준거야. 내 목숨은 할매꺼였어 그 할매에게 내가 약속했어. 우리를 지켜주겠다고... 그러니 내 몸을 가져가”

“뭐야. 뭐가 이렇게 시시해. 조금 의심스러운데... 좋아 그럼... 네가 가지고 있는 부적들 모두 저기 저 쓰레기통에 담아서 태워. 그리고 무구나 칼 같은거 갖고있으면 너한테 안 좋으니 잊지말고 같이 버려.”

“알겠어”

강림이 순순히 지니고 있던 부적과 무구들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주술을 외워 불을 붙였다.  

‘저 새끼 아직 어려서 뭔가 모르는 걸까? 안 그래도 탐났는데 스스로 주겠다. 키키키키키키키 등신같은 놈. 앞으로 영원히 무간지옥 속에서 불태워질꺼다. 키키키키키키’

“다 되었어. 너도 약속해. 우리는 영원히 놔주는거야. 그렇지 않으면 네 영혼은 사천왕의 발밑에서 짓눌려 고통받을 거야.”

“좋아.” ‘사천왕따위 무섭지 않아. 난 영원히 살테니까’

강림이 성준에게 다가가 기도를 드리고는 머리에 손을 살포시 대니 노란 불빛이 성준의 몸 전체를 감돌았다.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성준의 표정이 편안해지더니 불빛이 사라졌다. 

“아저씨. 극락왕생하세요”

“뒈진놈은 신경쓰지말고 어서 우리 할 일이나 하자고!”

강림이 성준에게서 다섯걸음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더니 손가락으로 수인을 맺고 우리에게 준비되었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키키키키키키키 내 니 놈 몸뚱아리로 갈아타고 제일 먼저 뭘 할 줄 알아? 이 년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거야. 키키키키키키’

강림에게 다가간 우리가 강림과 맞은 편에 앉은 뒤 강림과 같은 수인을 맺고 앉았다. 순간 우리에게서는 검은색 연기가 일어나더니 눈을 감고있는 강림의 콧구멍과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검은 연기가 강림에게 모두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한참 뒤 호흡을 고른 강림이 눈을 떴다. 

“키키키키 이 병신같은 놈. 내가 저년을 죽이는걸 이 안에서 잘 지켜봐”

강림은 몸을 일으켜 성준을 찌르고 던져두었던 칼을 집어 들었다. 

“내가 그 무당년 때문에 얼마나 화가나고 짜증이 났는데, 그년 핏줄을 살려둘수는 없지.”

강림의 입꼬리가 괴기스럽게 올라갔다. 두 손에 든 칼을 번쩍 치켜올려 우리에게 내리 꽂았다. 파지직.

“이게...뭐야..” 

‘내가 말했지. 우리는 그냥 두라고, 이 몸으로는 어차피 우리를 못 죽여.’

‘뭐야? 뭐라는거야? 어째서 이러는거야’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칼을 들고 여러번 들고 내리 꽂았지만 칼은 우리의 몸 위에서 튕겨나갈 뿐이였다. 

‘크크크 이상하지? 왜 칼이 안 꽂힐까 궁금하지?’

‘뭐야. 이건 약속을 어긴거잖아.’

‘무슨 약속? 약속을 먼저 어긴 건 너잖아’

칼을 쥐고있는 팔이 간질거렸다. 칼을 떨어뜨리고 옷을 피부를 긁으려고 옷을 걷어 올리니 욕지기가 치밀었다.

“씨발. 이 어린놈의 새끼가”

‘크크크 내가 어리지만 머리는 너보다 좋은가 보지.’

우리에게 오기 전 강림은 자신의 몸에 결계를 쳤다. 자신의 팔을 칼로 그어 피를 낸 뒤 그 피로 온몸에 결계를 쳐 자신 안에 들어올 신이 밖으로 나가는걸 막았다. 그리고 손목에는 누리의 머리카락을 잘라 팔찌를 만들었다. 누리의 영혼에 들어있는 우리의 영혼이 자신의 신체를 지킬 수 있도록 장치를 한 것이다. 

‘넌 이제 내 몸에서 못 나가.’

‘키키키키키 내가 여기서 못 나가면 네 놈을 영원히 죽이고 내가 이 몸뚱이 차지하면 그만이야.’

‘아니 넌 그러지 못해’

‘무슨 소리야? 너 또 무슨 수를 쓴거냐?’

‘나 또한 신을 받아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어. 근데 지금 너 같은 잡귀가 들어왔으니 내가 모시는 신이 널 가만히 둘까?’

‘뭐? 난 또 키키키키 걱정말아라. 내가 생각보다 여러 신을 만났는데 모든 신의 공통점이 뭔줄 아느냐? 자신의 몸주의 생명은 끔찍이도 아낀다는 거야. 네 목숨으로 흥정을하면 네 신도 꼼짝 못할 것이다.’

‘크크크크 그 신이 과연 누굴까?’ 

‘뭐?’

‘아가~. 이제 그만 쉬어도 된다. 고생 많았다.’

‘아니라예. 할매 그동안 감사했습니데이. 저 먼저 갈께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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