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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흑곰아제 Oct 13. 2022

집안일 +

우리도 그녀들처럼

알고있지만 하고싶지 않은 일이 있어.

그게 아마 집안일인 것같아.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많은 것을 노력해야하는 것같아.

시간을 투자해야하고 메뉴 고민을 해야하고,

그리고, 가족들의 옷을 빨고, 가족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청소하는 것도 많은 시간이 들어.


어릴때부터 이런 일은 내가 하지 않았기때문일까?

'내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있었어.  

음식은 친정엄마나 여동생이 챙겨줬고, 빨래나 청소도

특별한 날 가끔하는 이벤트였기때문에

내가 음식을하고 청소를하고 너무 어색해.


그리고 결혼을 하니,

어머니가 그 공간을 채우고 계셔서 나는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은 사람이 되었어.

처음하는 음식들이 맛있을리 없었기에 어머니가 내가 한 음식을 '사람 먹으라고 한거냐?'는

말씀과 함께 쓰레기통으로 보내기도하시고, 화장실 청소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안하는

만삭의 내게 화장실 청소를 시키기도 하셨어.


당시에는 철이 없었어.

그런 어머니의 행동이 너무 서운하고 속상하더라.

지나고 나니, 어머니 참 답답하셨겠다 싶어.


며느리가 들어오면 좀 편하려나 하셨을텐데,

아들보다 더한 며느리가 들어와서는 손하나 까딱안하고 누워있다고 생각해봐.

울 어머니 성격에 많이 참으셨지.


그렇다고 지금은 편하냐. 그것도 아니야.

아직 늘지 않는 내 음식솜씨는 가족들의 기피품목 1위가 되어있어.

네 말을 듣고나니 내가 채워야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야.

좀 더 부지런히 가족들을 돌보는 것.

내 본분을 망각했어.

결혼을 했고, 내가 책임져야할 사람들이 있는데

그 책임을 어머니가 계시다는 이유로 어머니께 미뤘어.


그런 의미로 내가 요즘 좀 더 행복해.

왜일까? 생각을 해보니

아침에 일어나서 청소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고, 대충 정리하고 출근을 해.

집에 돌아와서는 그 날 가족들이 입은 옷들을 세탁기에 넣고,

치울 건 없는지 돌아다니면서 확인을 해. 

주말에는 똑같은 루틴에 화장실 청소도, 집안 걸레질등을 하고

불필요한 물건들 한 개씩 챙겨서 버리고, 어머니 병원에 다니고있어.

오는 길에는 마트에 들러서 제철 식재료를 구입해서 집에와 고민을해.

'뭘 해야 먹을수 있지?'

물런 고민까지가 나의 일이야.

어머니가 어느새 풀때기들을 요리로 환골탈태 시켜놓으시거든.  

난 옆에서 보조로 정리를 도와드리고.

이게 행복했어.  

어머니가 편찮으신건 맘이 아프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 내 영역이 넓어지는건 행복해. 


내가 집안일을 싫어는 해도 내가 해야하는 일이라는 걸 알고있었는데

못하는 상황이 싫었던거야. 안하려고하는 내가 짜증 났던거고.

미루지 않고 하는 내가 좋았던거 같어.

그래서 행복해.


네 말대로 이런 시간을 좀 더 늘려볼게.

니가 알려준 간장부추. 부추값이 떨어지면 도오전~.


이번주는 뭘 해야하나?

요즘 제철 식재료가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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