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를 한다는 생각을 자세히 들여다봐.
어쩌면 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게 아닐까?
‘내가 이만큼을 양보해 줄 테니 너도 이만큼을 해줘’하는 마음 말이야. 난 그렇더라.
내가 참아주고 배려해준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전제로 하더라고.
어쩌면 남편도 나를 참아주고 있었을 텐데. 네 남편도 텔레비전 없애자는 네 의견에 따라 줬잖아.
배려하고 있는 거야. 남편에게 같이 보자고 해봐. 옆에 앉아서 같이 뭘 보는지 궁금하다고 그럼 귀찮아서 뭐 보는지 안 알려주려고 소리를 줄일지도 몰라.
네 이야기 읽으면서 웃었어. 어쩜 남편들은 하나같이 똑같은지.
그래도 너희는 텔레비전으로 싸우는구나. 우리는 게임이야. 플레이스테이션. 텔레비전은 같이 앉아서 볼 수라도 있지. 겨울에는 게임, 봄에는 골프, 여름에는 야구, 가을에는 농구. 왜 꼭 텔레비전 2대여야 한다고 우겼는지 이해가 간다. 난 우리 집 텔레비전은 녹색만 나오는 줄 알았지 뭐야. 그러고는 나보고 안방에 가래. 이게 무슨 의미겠어? 옆에 있으면 귀찮고, 자기 엄마랑 놀아주라는 거잖아. 그래 우리 남편은 이래. 자기가 할 효도를 나에게 미루지. 그래 놓고 내가 언제 시켰냐는 투로 말하더라.
우리가 또 이리저리 오지랖이 넓잖아. 남편이 해야 하는 일은 안 하면 내가 안 한 것 같은 느낌이라 내가 하긴 해도 스트레스받지. 이런 사람인 줄 모르고 결혼한 내가 바보인가 싶을 때 많고, ‘정말 내 동생이면 넌 죽었다’라면서 욕지거리가 나올 때도 많다. 그러고 시간이 좀 지나면, ‘그래 회사일이 힘들었으니 자기도 자기만의 동굴이 필요하겠지, 쉬고 싶겠지. 친구 만나 술도 마시고 싶을 나이야.’라며 이해하게 돼.
이 얘길 들으면 넌 또 ‘넌 남편을 너무 사랑해’라고 하겠지. 웃긴 건 남편과 연애하면서 예전 사귀던 사람들처럼 ‘사랑해’라는 생각은 안 들었어.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겠어’라는 생각도 없었고. 그냥 편했던 것 같아.
나를 꾸미지 않아도 이해해주고 무슨 말을 해도 다른 왜곡 없이 내 말의 뜻을 이해하더라.
왜 어른들이 이상형 하고는 결혼 못한다고 하잖아. 이상형이랑 있으면 정말 부정맥이 생긴 것처럼 두근두근해서 살겠니? 아마도 편한 사람이랑 결혼하게 된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을 해봤어.
내 이야기는 그동안 많이 해서 다 알 테고 (우리의 러브스토리는 그냥 잔잔하지)
너는 어땠어? 남편과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결혼했니?
몇 번 들었던 이야기가 있지만. 내게 얘기해준다 생각하고 찬찬히 떠올려봐.
그때 정말 이 사람이면 결혼도 괜찮을 것 같아서 결혼했을 거잖어. (욱하진 말고)
난 편해서 나를 숨길 필요도 더 포장할 필요도 없어서. 그게 그때 나 좋다던 다른 놈 처리하고 지금 남편을 택했던 이유야. 넌?
넌 어떤 이유가 지금의 남편을 선택하는 이유가 되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