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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퍼큐버 Jul 29. 2024

제가 느꼈던 감정을 중심으로 한 대구 모임 후기

다시 할 일이 있을까

여러모로 제 부족함을 느낀 모임이었습니다. 제가 이 모임에서 고려하지 못한 것은 세 가지입니다.


하나. 모임 장소의 수용 인원을 고려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인원을 받았습니다.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20명 이상이 참여하면서 카페 전체를 점거하다시피 했습니다. 실제로 그냥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다고 하며 과다수용으로 인한 인테리어 변경 문제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게 나중에 문제가 되었죠. 대략 15명 정도에서 일찌감치 끊었어야 했는데 사람이 이렇게 많이 올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중간에 끊지 못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둘. 모임 후 뒷정리에 대해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습니다.

직원 한 명이 혼자 고생해서 정리했습니다. 제가 나갈 당시까지만 해도 사람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잠깐 나가서 밥 먹고 와서 정리를 도와줘도 시간이 충분하겠다는 계산 하에 다른 분들이랑 같이 밥 먹으러 나갔는데(사실 여기부터가 문제였습니다. 사람들에 휩쓸려 얼떨결에 급하게 따라 나간 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고 봅니다.) 식사를 좀 헤비 하게 하면서 시간을 지체했고 결국 제가 하나도 도와주지 못했습니다. 좀 기분이 나빴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에 더해 일일이 사람이 나갈 때마다 정리를 부탁하는 것도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바닥에 쓰레기가 많이 떨어져 있고 음료를 쏟은 흔적도 남아있어 청소하기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누구의 소행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제가 조금 더 신경 썼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일 수도 있겠죠. 물론 그전에 모범적인 시민의식으로 먼저 쓰레기를 줍고 음료를 쏟지 않게 조심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요.


셋. 조금이라도 직원에게 기분이 나쁜 일이 생기면 제 감정이 불편하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 다인원이 모이면 크고 작은 트러블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별생각 없이 직원에게 요구한 것들이 사실은 직원에게 되게 기분 나쁜 요구일 수도 있습니다. 별생각 없이 한 말이 사실은 기분 나쁜 말일 수 있죠. 그리고 그런 것들이 제 귀에 들어오면 제가 미안해집니다. 내가 모임을 연다고 데려온 사람들의 사소한 행동 때문에 기분이 나빴던 것이니 제가 마음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직원이 생판 남이면 모르지만 그런 사이가 아니었거든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모임 주최자가 지인이 일하는 곳에서 모임을 열 때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제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곳에서 다시 모임을 열지 않을 계획입니다. 과외는 가능하겠죠. 테이블을 많이 쓰지 않는 소규모 모임은 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테이블을 몇 개씩 쓰는 대형 모임은 이곳에서 절대 열지 않을 겁니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사실 이 장소도 제가 먼저 이야기한 게 아니라 그 직원이 먼저 제안한 것이어서 한 번 열어본 것일 뿐 제가 특별히 모임을 열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대구는 이미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이 열리고 있거든요. 거기서 모이면 돼요. 제가 굳이 뭘 할 필요가 없어요.


다음에 제가 모임을 여는 날이 올 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모임을 한다고 해서 큐브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할 것도 거의 없고요. 예전에는 내가 만져보지 못한 새로운 큐브를 만져보겠다고 모임을 나갔는데 요즘은 모임에 나오는 큐브를 다 제가 아는 큐브라 별 느낌이 없어요.


제가 다른 모임에서 이렇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주최자만 믿고 무언가를 제대로 치우지 않고 갔을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주최자나 또 다른 사람이 기분이 나빴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몰랐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으니 최대한 다른 사람들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의무가 없더라도 이제부터는 먼저 뒷정리에 참여하고 기물은 깔끔하게 쓰고 돌려놓고 와야죠. 이제는 알았으니까요.


참여하신 여러분들이 만족하면 다행입니다. 그 직원도 참가자들이 만족했다면 됐다고 이야기는 하거든요. 그렇다고 다음에 와서도 이렇게 정리 제대로 안 하고 가고 생각 없이 사람 많이 받는 걸 해도 된다는 건 아니지만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모임이었습니다.


* 모임 최대수확. YS3M 스프링 팔아치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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