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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한 캐나다팀 보고 느낀 것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애

36년 만에 캐나다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현재 열리고 있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이야기다. 캐나다에 산 지난 10년 동안 총 3번의 월드컵을 봤지만(2014 브라질 월드컵, 2018 러시아 월드컵, 2022 카타르 월드컵) 정작 거리의 많은 스포츠바(대형 TV가 곳곳에 걸려 있어 맥주와 함께 좋아하는 스포츠를 볼 수 있는 북미의 전형적인 술집)에는 자신의 고향팀을 응원하는 이민자들로 가득 차 있을 뿐 정작 자국팀이 본선에 올라가지 못한 캐나다인들은 월드컵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그런 캐나다가 이번 월드컵에는 좋은 성적으로 본선에 올랐으니 얼마나 기쁘고 내심 기대가 될까? 아니나 다를까 캐나다 축구 팬들이 스포츠 펍으로 몰려들었고 할로윈과 크리스마스 사이에 끼어 늘 잠잠했던 11월 말의 이 시즌의 캐나다 거리가 시끌벅쩍하다.




나 또한 캐나다에 10년을 거주하였기 때문에  캐나다가 제2의 고향 같은 느낌이 들어 캐나다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캐나다 친구와 함께 캐나다를 응원을 했다. 캐나다 팀은 벨기에(피파랭킹 2위), 크로아티아(12위), 모로코(22위)와 함께 F조에 속해있다. 피파랭킹 41위인 캐나다는 그룹 내에서 최약체팀이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우리나라도 월드컵 본선에서 첫승을 거두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1승을 바라는 캐나다 축구팬들의 마음에 강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캐나다는 결국 첫 경기에서 아쉽게 1:0으로 패배했지만 강팀 벨기에를 상대로 잘 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캐나다 팀은 처음 본선에 진출했지만 세계 최강팀을 상대로 전혀 기죽지 않고 오히려 잘 싸워주었다. "스포츠는 공정하다" 혹은 "공정해야 한다"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100% 그렇지 못하다. 예를 들어 올림픽에서 태권도 경기가 열릴 때 대한민국은 종주국으로써 아직은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게 사실이다. 반대로 국제 축구경기를 할 때 대한민국 선수들이 유럽이나 다른 서양 국가에 비해 신체적 문화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외국 선수들은 신체 조건이 좋고 어릴 때부터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는다. 국제 경기는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심판이나 운영진과의 소통에서도 불리할 수 있다. 언어 때문에 주눅이 들거나 자신감이 떨어지면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캐나다는 벨기에 팀에  FIFA 순위상으로 열세일지 모르지만 그들의 신체 조건, 모국어인 영어, 그들의 역사와 문화 등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어느 것 하나 그들에게 꿀릴 게 없어 보여 그런 면이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경기장 안에서 축구 실력 외의 모든 계급장을 떼고 제대로 맞짱을 뜰 수 있었던 것이다.


캐나다에 처음 이민 와 취업시장에 내던져졌을 때 언어 실력이 완벽하지 않은 동양인으로서 영어나 프랑스어가 모국어인(캐나다는 영어와 불어를 함께 사용한다.) 나보다 덩치도 큰 외국인들과 경쟁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만 했다. 내가 조금만 더 일찍 영어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면, 조금만 더 일찍 외국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가끔, 아니 자주 했다. 수업시간에 와인을 배우면서 만약에 우리나라가 프랑스나 영국처럼 강대국이었다면 반대로 유럽 애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포천 막걸리와 이동 막걸리의 차이점을 한국말로 배우고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내게 가족과 조국이 뒷배가 없어 내가 남들보다 고생했음을 한탄하고자 함은 절대 아니다. 그냥 내가, 그리고 우리가 가진 조건에 비해 지금의 우리는 더 많은 성과를 내왔음을 조금은 자랑스러워하길 하는 마음에서다. 남이 나를 칭찬해주지 않더라도 스스로를 칭찬하고 자신감을 충전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캐나다에서 열린 쇼트트랙 경기를 보고 나서도 느꼈지만 외국 선수들은 은메달, 동메달만 따도 너무나 기뻐하고 서로 축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은. 동메달을 따고도 자책을 하거나 스스로를 축하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선수들을 볼 때는 꼭 나의 예전 모습을 보는 거 같아 마음이 아팠다.


https://brunch.co.kr/@parttimeartist/104


대한민국은 옛날부터 중국과 일본 두 대국 사이에 끼어 있었다. 덕분에 외국과의 교류도 상대적으로 늦었고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적도 있다. 해방 후에는 한민족이 남북으로 갈려 그 힘을 100% 발휘할 수도 없었고, 지금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를 봐야 한다. 하지만 이 작은 나라가 올림픽을 하면 매번 10위 안에 들고 10번 넘게 월드컵 본선 진출을 하며 삼성과 현대 같은 글로벌 기업을 몇 개나 가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쓰는 나라는 남한과 북한뿐이지만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현재 K-드라마를 보고  K-pop을 듣는다.   


우리는 잘하고 있다. 남이 나를 축하해주지 않더라도, 내가 나를 축하하고 격려해주고 사랑해주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기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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