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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오늘 밤 우리 어디서 자지?1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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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작가 Part Time Artist Feb 16. 2022

가장 저렴한 시간여행

만년의 시간을 담은 물! 에메랄드 빛 호수의 근원을 찾아서

밴프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인 오늘은 만년설과 빙하를 보러 갈 예정이다. 밴프 국립공원은 한 여름에도 빙하를 볼 수 있어 유명하다. 수많은 협곡과 그 사이를 흐르는 물, 그 물들이 모여 만드는 찬란한 빛깔 호수는 모두 녹아내린 빙하로부터 왔다. 고위도 지방이나 높은 산에 강설량이 녹는 양보다 많아 1년 내내 눈이 쌓여 있는 것을 두고 만년설이라고 하는데, 이 만년설은 시간이 지나면 투명한 얼음으로 변하면서 빙하가 된다. 매년 이 지역에 내리는 평균 7미터의 눈 중 일부는 빙하를 형성하고 또 다른 일부는 녹아 호수를 이룬다. 빙하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매년 새로운 층을 이루는데 이를 연구하면 빙하의 나이는 물론 수천만 년 전의 기후 또한 알 수 있다 하니 빙하는 단순히 얼음이 된 눈이 아니라 시간을 품고 있는 타임캡슐인셈이다. 로키는 그 자연미와 생명, 지형, 지리학적 중요도를 인정받아 198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어떻게 보면 벤프 여행은 이 흐르는 물의 자취를 따르는 여행이라 할 수 있겠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밴프에서 북쪽으로 재스퍼까지 이어지는 약 230km의 산악 관광도로로 컬럼비아 대빙원을 비롯한 여러 빙하를 끼고 있어 호수의 근원을 찾는 이 탐험의 유일한 수로이며 놓칠 수 없는 빼어난 경관들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봐야 할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이틀 밤을 묵었던 텐트와 사이트 주변을 싹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한번 더 둘러본 뒤 밴프를 떠날 준비를 했다. 오늘 만년설을 보고 나면 밴프와 작별을 고하고 밴쿠버를 향해 다시 달려갈 시간인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오늘 밤 어디서 잘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밴쿠버를 향해 달리다가 적당한 곳에서 숙소를 잡을 예정이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실제로 달려보니 내셔널 지오그래피에서나 보던 이국적인 풍경이 계속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 좋은 전망을 가진 곳곳에 주차 공간이 잘 마련되어 있어 이를 발견하면 대자연을 흠뻑 느끼며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길, 커브길이 적당히 섞여 있지만 운전하기게 그렇게 험한 코스는 아니다. 다만 국립공원 안에서는 언제든 야생동물이 튀어나올 수 있어 로드킬에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콜롬비아 대빙원에 다 가까워질수록 멋지게 쭉 벋은 길이 마치 자동차 광고의 한 장면 속에 있는 기분이 든다.

콜롬비아 아이스필드에 도착하면 설상차로 빙하까지 올라갈 수 있는 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밴프 투어 중 내가 제일 원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 우리가 탈 설상차는 바퀴의 지름이 1미터 정도 되어 4~50여 명의 인원을 태우고 빙하를 오를 수 있도록 특수제작되어 있다. 만년설에 반사된 햇빛에 시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드라이버는 항상 고글을 끼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어렸을 적 영화서 자주 보던 배우 톰 크루즈를 연상케 했다. 톰 크르즈가 운전하는 지름 1미터가 넘는 바퀴를 단 버스를 타고 8월 한여름에 눈 쌓인 설산을 오르고 있다니 이것보다 더 비현실적일 순 없었다.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바라보는 눈 덮인 산은 정말 특별한 느낌을 준다. 15분 정도 올랐을까? 우리는 빙원의 한 복판에 서 있었다. 이 날 날짜가 정확히 8월 8일이었다. 캐나다의 푸르른 여름 한복판 나와 주변의 사람들은 모두 패딩을 챙겨 입고 빙하 위에 서있다. 그 빙하가 녹은 물이 흐르며 작은 시내를 만든다. 이 물이 흘러 낮은 곳에 고이고 그것이 우리가 여기까지 오며 보았던 아름다운 호수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 빙하를 가장 적극적으로 체험하는 방법은 역시 맛을 보는 것이었다. 만년의 시간을 담고 있는 물은 과연 어떤 맛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