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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셋, 호주 워홀 막차 막칸에 타다

이번 울루루 여행은 호주 워킹홀리데이 생활 대미의 마무리를 장식하기 위해 떠난 로드트립이었다. 많은 워홀러들 중 보통 남자는 군대에 다녀온 뒤, 여자들은 대학 졸업을 하기 전에 워킹홀리데이를 떠난다. 군대로부터의 해방감, 또는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 마지막 모험의 무대로 말이다. 호주를 비롯한 대부분의 워킹홀리데이 제휴 국가는 만 18세에서 30세 미만의 한국 여권 소유자들에게 12개월짜리 취업비자를 부여한다. 이 단 한 번의 기회는 20대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나는 만 32세가 되기 전 일주일을 남겨두고 그 혜택을 잡았다.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가서 "1억 넘게 벌었다"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돈 없는 20대에게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외국 경험과 외국어 능력, 돈과 여행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꽤 매력적인 제안일 수밖에 없다. 20대에 할 수 있는 제일 낭만적일 일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꼰대 소리 듣기를 감수하며 "라테는 말이야"을 시전 해보자면 역시 대학 생활과 외국 생활이 아닐까 싶다.


많은 첫째들이 그렇듯 어릴 때부터 주변에 정보가 없었던 나는 대학생활도 외국생활도 조금 뒤늦게 관심과 재미를 느꼈다. 애초에 대학에 갈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좋은 대학이 아니라도 요즘 세상엔 경험 삼아라도 가보는 게 좋다는 주변의 말에, 좋아하는 전공을 찾아 미대에 진학했다. 솔직히 지방 미대를 졸업한다고 인생이 180도 달라지리라는 뾰족한 확신도 없었고, 그래서 끝까지 졸업 하리란 장담도 없었다. 뒤늦게 군대 가기 전인 2학년 1학기에 대학 생활의 재미를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고, 제대 후에는 누구보다 학교 생활을 열심히 하며 대학원까지 장학금을 타가며 졸업했다. 그러니까 결국 난 공부에 엄청 늦게 취미를 붙인 셈이다.


호주 골드코스트의 서퍼스파라다이스, 70km정도의 해변이 이어져 있다.


외국생활도 늦게 시작한 편이었는데, 첫 번째 해외여행이 25살에 혼자 떠난 중국 배낭여행이었고, 두 번째가 서른 살 때 떠난 호주 여행이었다. 친구들 중에 고등학교 때 유학 떠난 친구도 있었고, 대학교 때는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 워킹홀리데이 등을 다녀온 친구들이 흔했지만 그 당시엔 외국 생활에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떠난 호주 여행에서 갑자기 호주에 꽂혀, 나는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내 인생에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은 건 두 번이었는데, 원래 대로라면 나는 첫 번째 비자를 받은 2012년 11월에 호주로 떠났어야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 뒤인 2015년 8월 26일 만 32세가 되기 일주일을 남겨두고 워홀러로서 호주 브리즈번에 도착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나이로는 33세였다.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막차, 그것도 막칸에 타게 된 것이다.


내 여행의 영원한 짝꿍, 줄리


2012년 호주 여행 뒤 호주 앓이에 빠진 나는 결혼 날짜까지 잡은 줄리를 설득하여 함께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호주행을 준비했다. 그런데 출국 아침까지 줄리의 비자가 이유 없이 지연되어 결국  호주행 비행기를 환불했다. 우리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위해 일까지 정리한 터라 어디든 떠나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외국 생활을 경험해 보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캐나다로 건너갔다. 2년간의 캐나다 생활 후 영주권을 신청하고 최종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호주에 대한 미련을 없애고자 이곳까지 날아온 것이다. 



캐나다의 몬트리올에서 LA를 경유하여 지구 반 바퀴를 돌았다. 3년 만에 다시 찾은 호주 브리즈번의 공항은 내 기억보다 작았다. 지난 3년간 필리핀, 캐나다를 오가며 커진 내 경험의 크기만큼 나의 시각 역시 넓어졌으리라 믿고 싶다. 미리 계약해 놓았던 임시 숙소의 주인이 공항으로 마중을 왔다. 2년 동안 지냈던 캐나다 몬트리올보다 교민의 수가 많은 호주의 브리즈번 생활은 역시 시작부터 매우 순탄했다. 3층짜리 주택의 작은 방 하나를 렌트했다. 화장실은 4명이서 셰어를 하고 주방은 총 9명이서 셰어를 한다. 호주 워홀러들이 사는 흔한 형태의 숙소이다. 젊은 친구들은 모르는 사람과 한방을 쓰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 셰어하우스의 평균 연령은 높은 편이었다. 셰어하우스의 집주인은 내 또래였고, 20대 초, 중 후반의 다양한 연령대의 친구들이 두루 있었다.


호주의 불꽃놀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나는 이 책에서 내가 경험한 현실적인 호주 워킹 홀리데이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언제나 현실은 우리 머릿속의 "이상"처럼 그렇게 아름답거나, 또는 그렇게 흉측하지 않다. 우선 요즘 세상에 호주 워킹홀리데이로 1억을 벌기란 쉽지가 않다. 1~2년간의 호주 생활로 영어실력 또한 드라마틱하게 늘지 않는다. 유학이나 교환 학생의 기회가 흔한 요즘 시대에 이력서 들어가는 호주 워킹홀리데이  한 줄 경력이 그렇게 큰 혜택을 주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젊은이들이 큰 꿈을 안고 호주를 찾는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호주를 경험한 뒤 외국에 살아보고 싶다는 결심을 한다. 호주는 그토록이나 매력적인 곳이다. 많이들 호주로 떠나지만 그렇다고 모두 정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꿈에 그리던 호주 캠핑카 일주


젊을 때 해보고 싶은 것은 되도록이면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못해봤기 때문이다. 사랑을 고백해보지 못했고, 연애 관계로 발전해보지 못했고, 같이 살아보지 못해서, 못해본 것에 대한 아쉬움, 궁금함 때문에 미련이 오래 남는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은 언제나 저항을 받지만 해보고 나면 미련은 없다. 여러 가지 일들에 도전했던 나의 2~30대를 지나 지금 막상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남들보다 적을지 몰라도 최소한 그때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은 없다.  


나는 캐나다에서 2년 정도 공부와 일을 해본 뒤 떠난 호주 워킹홀리데이 었기 때문에 바로 호주에 간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넓은 시야로 비교대상을 가지고 호주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런 나의 경험과 해석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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