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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로 요양하러 왔습니다.

호주의 두 번째 첫인상

워킹홀리데이로 다시 찾은 호주는 여행자로 왔을 때와는 약간 달랐다. 호주뿐 아니라 세계의 어느 도시던 여행'객'으로 머무를 때와 노동자로 살 때는 사뭇 다르다. 특히 이번에는 지난 여행 때 매우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던 골드코스트가 아닌 브리즈번에서 워홀을 시작해서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브리즈번은 시드니와 멜버른에 이은 호주 제3의 도시이다. 골드코스트에서 불과 한 시간 거리이지만 일반 도시와 휴양도시는 여러 가지로 그 느낌이 다르다. 물론 브리즈번의 사람들도 친절하고 상냥하기는 하지만 시간이 넉넉하게 있을 때의 이야기다. 아무래도 휴양지에서 만난 사람들보다 도시인들이 더 바쁜 생활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가 도시에서 여러 가지 필요한 서비스를 빠르게 얻을 수 있는 것을 공짜라고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브리즈번은 나처럼 수많은 외국인이 거주하는 도시다. 기본적으로 이민자들도 많이 있지만, 워홀러, 유학생, 여행객들도 많이 있어 다양한 인종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한국인이 많이 있어 한국 마트나 식당이 매우 잘되어 있고 은행이나 핸드폰 대리점에 가도 한국인 직원을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살다온 캐나다 몬트리올에는 교민의 수가 적다 보니 한인 마트 외 다른 어떤 매장, 관공서 등에서 한국인 직원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처음 브리즈번에 도착했을 때 습관대로 은행 및 핸드폰 개통을 모두 외국인 직원과 함께 처리했는데, 나중에 좀 익숙해지고 보니 한국인 직원이 있거나 오너가 한국인인 점포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고 나니까 길거리에선 한국말이 정말 많이 들리기 시작했다. 한국 식당, 미용실, 마트 등도 많이 보였다. 캐나다에서는 줄리와 내가 한국말로 떠들어도 알아들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속마음을 마음 것 한국말로 떠들 수 있었지만 여기선 마치 한국에 있는 것처럼 누가 내 말을 엿들을까 조심해야 했다. 그래도 저렴한 가격에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고, 한국말로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건 신세계였다. 외국생활의 자유롭다는 장점은 가져가면서 누리고 싶은 한국 문화는 제법 많이 누릴 수 있으니 이건 마치 캐나다에서 외국생활을 하다가 호주로 요양을 하러 온 기분이 들었다.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이 많이 거주한다는 건 그만큼의 인프라도 많다는 뜻이기 때문에 브리즈번에서의 정착은 매우 빠르고 편했다. 언어의 힘은 대단하다. 단순하게 말만 통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언어로 이루어진 문화와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에 사고방식이 매우 비슷하다. 


나도 평범한 한국인으로서 한국인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게 조금은 어렵고 부담스럽지만, 어쨌든 해외에 오랜 기간 살면서 본 한국인은 중국인에 비해 협동심은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일본인만큼 개인주의적이지는 않다. 겉으로 보면 한대 잘 어울리는 것 같지만 그 안에 치열한 경쟁이 있어, 어떤 도시의 아무리 작은 교민사회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 리틀 코리아를 만들고는 치열하게 서로 경쟁한다. 경쟁이 싫어 한국을 떠났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조차도 결국 그 안에서 그들만의 작은 리그를 한다. 중국이나 인도 사람들이 동업을 통해 큰 자본을 만들고 사업의 규모를 키워 빠르게 부자가 되는 모습을 보면 그런 민족성이 가끔은 부럽기도 하다. 한국인만큼 그 텃세가 심한 민족은 또 없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앞서 나가지 못하면 남들도 나아가지 못하게 서로 손을 깍지 끼고 꼭 잡고 있는 게 한인사회다. 그런 것들을 아예 신경 안 쓰는 사람은 상관없겠지만 예민한 사람들은 결국 해외에 나와서도 한국과 같은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



그래도 호주의 도시 안에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지 서로 배척하는 문화는 없었던 것 같다. 금방 친구가 되었고 또 그만큼 빠르게 적이 되기도 했다. 워킹홀리데이나 유학생이라는 신분 모두 한 곳에 오래 머무를 수 없는 처지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만남과 헤어짐에 빨리 익숙해져야 했다. 


세계 어느 도시에 가던 처음 할 일은 핸드폰 개통과 은행계좌 개설이다. 그리고 일을 하려면 워킹비자와 관련된 사회보장 번호 등도 발급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 조금 더 현지 문화를 접하고 싶다면 도서관 카드를 만들 것을 추천하고 싶다. 도서관에선 무료로 책을 빌릴 수 있을뿐더러 여러 가지 지역행사 소식을 들을 수도 있다. 호주는 중고차가 다양하고 저렴하여 몇 달 만 일을 하면 워홀러도 차를 살 수 있지만, 그전에는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볼 것을 권하고 싶다. 모든 일이 그때가 하지 않으면 잘 안 되는 것들이 있다. 특히 외국어 공부가 그렇고 대중교통 여행이 그렇다. 지하철 노선을 따라 도시를 여행해보면 그 도시를 제일 잘 알게 된다. 브리즈번에는 시티 근교를 잇는 트레인과 버스, "시티켓"이라는 수상교통까지 고 카드(Go card) 하나로 연계할 수 있어 편리했다. 특히 시티켓이란 수상택시는 심심할 때 타고 브리즈번을 한 바퀴 돌면 여행하는 느낌이 나고 매우 좋았다. 


호주는 사계절 내내 여름이라고 생각하지만 환절기에는 아침, 저녁으로 꽤나 쌀쌀하다. 난방시설이 전혀 안 돼있어 이렇게 쌀쌀할 땐 전혀 대책이 없는데, 우리는 캐나다에서 호주로 넘어간 터라 짐 중에 전기장판이 있었다. 처음에는 "우리 그래도 혹독한 캐나다의 겨울을 세 번이나 난 사람인데 이 정도 추위에 전기장판을 틀면 자존심 상하지 않겠어?" 했는데, 조금 지나니 자존심은 금방 잊게 되었다. 건강이 우선이다. 


여름에는 정말 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뜨거운데, 우리가 지내던 숙소에서 회사까지 출근거리가 걸어서 약 10분 정도였는데도 이 거리를 한 번에 걸어갈 수가 없었다. 꼭 중간에 백화점에 들러 에어컨 바람을 조금 쏘이고 땀을 식힌 다음 가던가, 아니면 여러 매장들을 통과하여 출근을 해야 했다. 뜨거운 온도와 습한 공기는 숨이 턱턱 막히는 사막의 느낌이 이런 거구나 하고 실감하게 한다. 이런 환경은 동식물이 무럭무럭 자라기에 매우 좋은 환경인데, 그래서 그런지 모든 동식물이 매우 컸다. 어느 도시나 다람쥐나 청설모 같은 작은 야생동물이 살기 마련인데, 호주에는 그것보다 조금 더 큰 포썸이라는 동물이 살았다. 쥐와 캥거루, 또는 원숭이를 섞어놓은 것 같은 이 동물은 나무도 타고, 전깃줄도 타서 이동이 매우 자유로운데, 한 번은 이게 집에 들어와서 정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공원에는 엄청 큰 도마뱀도 많이 있고 도시 한가운데에서 사는 박쥐를 보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제일 문제는 바퀴벌레다, 바퀴벌레가 너무 크고 많아서 정말 감당이 안된다. 집에서 샤워할 때도 바퀴벌레 때문에 마음 놓고 씻을 수가 없는데 지나고 보니 이게 정말 큰 스트레스였다.



두 번째 찾은 호주는 분명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도 있었다. 아직도 경험하고 배울게 많이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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