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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보고 이력서 주면 안되나요?

호주 워홀러의 슬기로운 구직생활

슬기로운 구직생활

기본적으로 호주 워홀러에게 주어진 시간은 1년이다. 아무리 만반의 준비를 하더라도 막상 해보면 무언가를 이루기에 그리 넉넉한 시간은 아니다. 그래서 워킹홀리데이 기간을 알차게 보내려면 집중과 선택이 중요하다. 워홀러가 선택할 수 있는 일, 여행, 공부 중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 하나라도 배우기 위해 외국 생활을 결심했다면, 그중 배움의 기회가 제일 많은 것은 바로 현지에서 경제 활동을 해보는 것이다. 세계 어떤 도시던 '여행자'로 돈을 쓰러 왔을 때와 외국인 노동자로서 돈을 벌러 왔을 때 느낌은 전혀 다르다. 외국에서 일을 해보면 그 사회가 돌아가는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어 배우는 게 더 많다. 물론 구직활동을 하기 전에 충분한 언어 실력이 바탕되어야 하는 건 기본이다. 단기간에 언어 실력을 늘리고 싶다면 호주보단 필리핀 등 어학연수비가 저렴하고 1:1 수업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에서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워홀 초기 소통에 대한 두려움으로 외국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려 했던 초심을 잃고 한국인과 일을 하려는 유혹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시작을 그렇게 해버리면 두 번 다시 외국인과 일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해외 나와서 내가 본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다른 외국인들에 비해 성실하고 똑똑하다. 책임감이 높아 맡은 업무를 완수할 때까지 절때 일을 놓지 않는다. 예의 또한 바르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현지 고용주들이 한국인의 이런 장점을 잘 모른다.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력서를 직접 돌려보자. 요즘에는 온라인으로 이력서를 제출하는 구직 문화가 많이 보편화되었지만 가능하다면 일하고 싶은 곳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이력서를 돌리면 좋다. 일하고자 하는 곳의 분위기도 직접 살피고 관계자에게 눈도장도 찍을 수 있다. 영어권 국가들은 레퍼런스 체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타지에서 나를 보증해줄 추천인이 없다면 직접 좋은 인상을 적극적으로 심어주는 수밖에 없다. 인사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이력서를 직접 줄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얼굴을 보고 이력서를 제출했는데, 면접을 보자는 전화가 왔다면 합격할 확률이 더욱 높다. 실제로 나는 캐나다에서도 호주에서도 이렇게 일을 많이 구했다. 


호주에 도착해 어느 정도 시차가 적응되었을 무렵, 우선은 이력서를 10장 정도를 출력해서 봉투에 담았다. 그리고는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브리즈번 내의 호텔을 검색한 뒤 가격이 비싼 순으로 정렬을 했다. 각 호텔들의 주소를 검색하여 차례로 방문해 이력서를 제출했다. 어떤 호텔은 로비 직원이 직접 이력서를 받았지만 어떤 호텔은 운 좋게 담당자를 만날 수도 있었다. 어떤 호텔은 온라인 접수를 권하기도 했다. 


이력서를 스무 곳 정도 돌렸을 때 나는 브리즈번 다운타운에 있는 힐튼 호텔 연회부(Banquet)에 취직이 되었다. 운 좋게도 내가 이력서를 전해준 사람이 내가 지원한 파트의 매니저였고, 나중에 출근해서 보니 그는 한국인이었다. 


한국인이어서 운 좋게 뽑힌 거 아닐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발품을 팔았기 때문에 운 좋게 한국인을 만났으니 운도 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출근 당일까지 내가 이력서를 전달했던 사람이 매니저라는 것도 그리고 그가 한국인이었다는 사실도 나는 알지 못했다. 두 명의 매니저와 각각의 전화 인터뷰(당연히 영어로)를 봤고 추천인으로 적었던 캐나다의 전 직장 매니저와도 직접 통화를 했다고 했다.



워홀러에게 필요한 건 약간의 무모함 인지도 모르겠다. 불편함에 나를 반복적으로 노출해야 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고 그중 좋은 점들을 배울 수 있다. 그 과정에서의 실패마저 나중에 큰 경험이 되는 것이 워홀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어 이야기하겠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들어갔던 힐튼에서 초반에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 호텔에서 근무했던 일은 상당히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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