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주 20시간 일합니다.

호주 라이프, 워라벨의 표본

지금 따져보니 호주에서 경제활동을 했던 6개월 동안, 나는 일주일에 평균 20시간을 근무했고 매월 2천 불 정도의 급여를 받았다. 매주 정확하게 20시간을 근무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주 40시간을 일할 때도 있고, 20시간 이하로 일한 적도 있다. 호주 입국 전 워킹홀리데이 정보를 검색할 때, 하루에 투잡, 쓰리잡을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그렇게 하면 워홀 후반에 장기 여행할 목돈 마련에 유리하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호주에 갔을 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 달에 2천 불이면 적은 금액은 아니었기 때문에 남는 시간에는 운동하고 글을 쓰며 나를 위해 사용했다. 

 

한국은 물론 캐나다에서 생활할 때와 비교해도 호주에서 절반의 노동시간만으로 비슷한 금액의 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할까?



호주는 인건비가 매우 비싼 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무언가가 있는데 그 가격이 비싸면 어떻게 할까? 당연히 아껴 쓰게 된다. 인력도 마찬가지로 인건비가 비싸면 아껴 쓰게 되어 있다. 금일 스케줄표에 나의 근무시간이 8시간으로 적혀있다면, 그 8시간 중에 내가 허투루 쓰는 시간은 단 1분도 없었다. 내가 유독 성실해서가 아니다. 업무량과 필요한 직원의 인원을 정확히 계산해서 스케줄표를 작성하는 게 매니저의 업무 중 하나기 때문이다. 


출근하면 매니져가 적어놓는 분 단위의 일정표와 업무분장, 직원 모두가 계획한대로 오차없이 움직인다.


직원들 역시 만족할만한 급여를 받기 때문에 맡은 업무를 성실하게 해내므로 결국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효율적인 방법이다. 주 40시간 이상의 초과 근무나, 주말, 야간 근무 등에 대한 추가 수당이 철저하게 정해져 있어 근무환경이 어려운 노동자에게는 그만큼의 보상이 철저히 따르다. 노동자들도 나와 가족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권리를 최대한 찾으려 하는 분위기니 사회 전체적으로 불필요한 추가 노동은 잘하지 않는 편이다. 


내가 호주에 머물던 2015년 최저임금이 $17.7이었는데, 나의 경우 매주 업무시간이 바뀌는 '캐주얼 잡'으로 근무했기 때문에 기본 시급이 $23.44으로 일반 정규직 직원보다 높았다. 오전 7시 이전이나 오후 7시 이후, 주말이나 공휴일에 근무하게 되면 할증이 적용되어 시간당 최대 $51.57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실제로 공휴일에 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런 직원들이 임금이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호주 상점들의 흔한 연말연시 운영시간(좌), 휴일을 자유롭게 즐기는 호주인들(우)


덕분에 송년회와 신년회로 연말연시가 매우 바쁜 우리나라와 달리 호주와 캐나다는 이 시즌을 가족과 함께 보낸다. 호텔도 숙박 관련 파트를 제외하고 전체 휴가를 갖기도 한다. 그렇게 번 시간을 가족들과 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사용하는 것이다. 


경제적 풍요가 인생에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노동자의 급여 상승이 근무시간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면 결국에는 악순환을 불러올 뿐이다. 업무시간이 길어 고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보상심리가 생겨 폭식을 하거나 쓸 때 없는 지출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리고 월말에 날아오는 카드 명세서를 확인하고 나면 추가 근무를 또 마냥 거부할 수 없다. 그래서 적당히 벌어 적당히 쓰는 호주의 라이프 스타일 경험이 나에게는 꽤 좋은 경험이었다.

이전 05화 얼굴 보고 이력서 주면 안되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