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 Rush
이천십팔년의 마츠코에 대하여
처음에 책이 안 읽혀서 너무 무서웠을 때. 핸드폰으로 보면 괜찮겠지 했는데 오히려 더 안 읽혔다. 종이책 특유의 글씨체가 아니어서 가독성도 떨어지고 눈도 피곤하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종이책을 붙들고 질질 울면서 한 글자씩 읽었다. 그걸 녹음해서 들으면서 다시 읽고. 책에 덧쓰면서 또 읽고. 또 노트 한 장을 사서 거기에 또 적어댔다. 이것도 필사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내가 한 번 읽은 책들은 죄다 너덜거리고 연필 때문에 시커멓게 때가 타기도 했다. 심지어 마음에 걸리는 페이지는 꼭 모서리를 지분거리는 버릇 때문에 종이가 닳기도 했다.
결국 책이 아까워 오래 고민을 하다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같은 책을 하나 더 사서 거기에 쓰고 싶은 걸 썼다. 나는 그걸 쌍둥이 책이라 부르며 덧붙이고 싶거나 바꾸고 싶거나 아니면 비슷한 느낌으로 다른 내용을 쓰고 싶을 때. 쌍둥이 책을 이용했다. 그 책에서는 적어도 내가 뭘 하든 용서가 될 것 같아서. 책 모서리를 구기는 대신 가장 좋아하는 향수를 그 페이지에 뿌렸다.
나는 염세적이고 게으르며 무기력하다. 열정과 꾸준함 노력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미친 짓이 가능했던 이유는. 어르신이 내게 남긴 쪽지에 가까운 편지 한 장이 전부였다. 고작 그게 읽고 싶어서 그랬다.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키미와 이쯔마데모 카와이라시'
[君はいつまでも可愛らしい]
일본어를 잊어 한국어로 직접 발음을 써 주신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