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간이 나의 주인이다

by 김헌

죽음 가까이 가는 길. 여기저기 잘려나간 헝겊 조각 같은 시간. 토막 난 죽은 시간이 굴러다닌다. 이렇게 수인이 받는 형벌이란 자신이 가진 시간을 죽여야 하는 것이 전부다. 우리들은 대게 불편함은 참아야 할 의무처럼 여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고통인 시간을 죽여야 한다는 것을 좀체 고통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지루한 시간,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마음은 형벌이라기보다 세상에서 분리해 개인의 욕구, 욕망을 억제시키는 수단으로 존재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가 가진 것이 시간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다른 모든 것은 그 시간이 만들어 내거나 파생시킨 파편일 뿐이다. 무서운 진리지만 그냥 시간을 죽여야 하는 이 참혹한 고통을 우리는 인식하지 못한다. 내 시간. 내게 주어진 시간. 얼마나, 언제까지 주어진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소유해야 하는 나의 시간만이 나의 주인이다. 그 시간을 가진 이, 이 시간을 창조한 이가 창조주다. 신이다. 만약 하나님이 창조주라면 바로 그다. 그가 시간이다. 시간이고 시간을 사용하는 유일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둥근 마차 바퀴처럼, 불을 담은 그릇처럼 긴 밧줄에 묶어 빙글빙글 돌리는 순환의 시간. 나는 어느 날, 어느 시간에 세상에 왔다가 잠시 잠깐 순환의 고리를 따라 바람의 속도로 달려간다. 반딧불처럼 홀연히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사라진 그곳, 어둠, 구멍 같기도 한 미지의 공간. 그 속일까. 시간 속에 존재하는 공간. 5차원 아니면 6차원 그것도 아니면 무한대의 차원 속으로 옮겨가는 길이 시간인가.


그 시간을 창조해낸 이여! 무한의 세계여! 영원한 존재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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