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짓다

집, 짙짖짓 (집에 대한 생각 짓기)

by dkb 하우스




“그래 우리 다시 만나자.”




세상에는 처음으로 기억되는 것들이 많다. 우리가 이것을 특별하게 기억하는 데는 그때의 순수한 초심 때문이기도 하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거나 일찍 길을 나서면 평상시와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알람 소리에 새벽에 일어나면 분명 깨어 있는 사람이 나뿐인 것 같지만 창밖을 보면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집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거리로 나서면 날이 밝으려면 아직 멀었는데 벌써 사람들로 붐비는 것을 보고 놀라게 된다. 첫차는 훨씬 더 흥미롭다. 첫차를 타면 모두가 나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지만 나와 비슷한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첫차는 모두가 다른 표정과 다른 차림새를 하고 세상을 대하는 출발점인 것이다. 이렇게 첫차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만난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다. 살면서 1등을 하려면 잘하든 빠르든 실력을 갖추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첫차와 같은 시작은 그런 부담이 없어 좋다. 첫차를 타는 것에 오히려 더 큰 설렘이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시작은 첫차와 마찬가지로 마음을 들뜨게 한다.


나는 쉽고 재미있게 시작하는 것을 좋아한다. 장사의 신'이자 '이자카야의 전설'로 불리는 우노 다카시(Uno Takashi)가 이렇게 성공했다. 그는 도쿄 시모키타자와의 어묵집에서 남이 만든 것을 가져다 파는 것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 재미있겠다 생각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시작한 장사가 그를 요식업계의 대부로 만들었다. 그는 요식업이 편한 장사라 말한다. 토마토를 농사짓거나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지만 요식업은 이것을 가져와 손님에게 내기만 하면 돈을 벌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병뚜껑을 딸 수 있다면 술집을 열 수 있고 토마토를 썰 수만 있으면 이자카야를 열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시작은 간단해야 한다. 그리고 재미있어야 한다. 우리의 집짓기도 이와 같아야 한다. 우리의 집짓기가 지금보다 쉽고 재미있게 바뀌면 좋겠다.


어려운 것을 쉽게 시작하는 방법은 이것을 지금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대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서 더 많은 재미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나는 집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는 3장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만들고 싶다. 그래서 나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다르게 시작해 보려 한다. 집에 대한 역사나 종류를 다루는 대신 내가 좋아하는 곳을 여행을 하듯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둘러볼 생각이다. 집의 기원을 시작으로 집의 사용과 재미를 우리가 함께 찾고 발견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서 고정된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다르고 다양한 시각으로 우리의 집을 바라보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바램은 우리의 집과 집짓기가 정해진 틀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한다. 기존의 방식은 무겁고 어렵기 때문이다. 한번은 디자인센터 신축 업무를 맡은 적이 있었다. 건축의 규모가 컸지만 프로세스로 나누어 하니 일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건축의 외관을 결정하고 나면 내부와 디테일을 마무리하는 순서로 일이 진행되었다. 이렇게 하니 일이 빠르게 진행되는 장점은 있었지만 일이 후반으로 갈수록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많았다. 큰 틀을 먼저 정해 놓고 디테일을 나중에 만지게 되면서 제약이 많았고 이것의 해결 또한 쉽지 않았다. 한쪽 복도의 폭을 늘리면 반대쪽에 있는 회의실과 화장실이 작아지면서 원하는 공간이 나오지를 않았다. 틀과 모양을 미리 정해 놓고 시작하게 되면 그만큼 제약도 문제도 많아지는 것 같다.


우리는 집짓기를 작게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작게 시작한다고 해서 집짓기에 문제가 사리지는 것은 아니다. 작게 시작하는 것에도 우리의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실력이 필요하지 않고 실패할 가능성이 적은 것부터 하는 것이 좋다. 시작을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으로 하면 된다. 우리 중 시작 단계에 목표를 정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작은 소품을 장만하거나 실내의 조명을 바꾸는 것으로 시작해 보자. 그러면서 조금씩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늘려가면 된다. 작은 것에는 강한 논리가 필요치 않다. ‘어떻게 재미있게 만들지’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대하면 된다. 그러면서 작은 차이를 만들어 내면 되는 것이다. 어떤 것은 어린 아이의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어떤 것은 자신의 경험에서 찾으면 된다. 현재를 즐기며 천천히 찾으면 되는 것이다. 언젠가는 내 집을 갖겠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집을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집짓기이다.


나는 이 글을 다소 막연하면서도 과감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나는 건축에 관심이 많았지만 나중에 건축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정도의 바램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를 생각하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건축에 대해 글을 쓰기로 하자 조금씩 생각에 고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맨 처음의 생각은 자기계발서 같은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러다 이것을 내가 좋아하는 건축을 가지고 자기계획서의 형태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러면서 현재를 즐기기로 한 것이다. 나는 우리 모두가 집에 대해 더 많은 상상을 하고 더 많은 꿈을 꾸기를 원한다. 우리가 꿈꾸는 집이 별과 같이 아름답게 빛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아니, 아니, 아니! 내가 사는 곳은 모든 게 아주 작아요. 내가 필요한 건 양이에요. 양을 그려 주세요."

"이건 너무 늙었잖아요. 나는 오래오래 살 양을 원해요"

"이건 오로지 그 녀석의 상자야. 네가 그려 달라고 했던 양은 이 안에 있어"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바로 그거에요!"


<어린 왕자> 화가의 꿈을 포기한 비행기 조종사와의 대화




# 다른 생각과 공상은 우리의 뇌를 활동하게 한다. 이것이 우리가 유레카(Eureka)를 외치게 한다. 우리는 우리의 집이 유레카를 외칠 수 있게 해야 한다. @태국 반 담 by 하우스스케이프 디자인랩 2023, 미국 투영 하우스 by 푸거론 아키텍쳐 2019 (Baan Dam by Housescape Design Lab, Translucence House by Fougeron Archit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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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분을 장만하거나 실내의 조명을 바꾸는 것은 작게 시작하는 것이지만 이것이 집이 되었을 때는 많은 것을 바꾸어 놓는다. 작게 시작하는 것에도 연습이 필요한 이유이다. @포르투갈 라브라 하우스 by 리카르도 아제베도 아키텍쳐2021 (Lavra House by Ricardo Azevedo Archit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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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자료: 장사의 신(일본 요식업계의 전설, 술장사의 신, '우노 다카시'가 들려주는 장사에 대한 모든 것, 우노 다카시, 쌤앤파커스,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