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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Feb 22. 2024

나는 ‘안녕하세요’로 인사할 수가 없다

52세에 시작하는 자기 계획서

2월에 접어들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 그중 내가 봄을 기다리듯 손꼽아 기다린 것이 전시회이다. 몇달 전 인터넷을 뒤져 전시회의 내용을 확인하고 가야 할 전시회의 리스트와 순서를 정해 두었다. 나는 이것을 달력에 마킹을 하고 얼리버드 티켓팅도 해 놓았다. 사실 전시회는 내게 낯설진 않지만 모터쇼나 전자쇼 같은 디자인이며 트렌드를 보기 위해 다닌 것이어서 나의 관심은 핫한 것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새로운 것을 찾겠다는 각오로 쇼장을 다녀볼 생각이다. 그래서 ‘막상 닥치면 되겠지’, ‘운 좋으면 무언가 찾을 수 있겠지’ 같은 안이한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필요한 것은 배우고 안 가본 길을 찾아 나아가려 한다. 이제 다른 세계를 향해 내가 먼저 인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인사를 하는 것으로 다른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아야 한다.


그렇다고 나는 세상을 향해 똑같이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할 수가 없다. 이렇게 하면 남과 똑같기 때문이고 나를 봐주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모든 관심은 어떻게 남에게 나를 어필할 것인가이다. 나는 첫만남에서 나의 마음을 담아 내가 남들과 다름을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홈페이지를 만드는데 필요한 자료를 상대에게 그냥 ‘주세요’라고 할 수가 없다. 아니 이렇게 ‘주세요’ 한다고 해서 모르는 상대가 ‘그래’하고 줄리가 없는 것이다. 나는 이것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야 했다. 쉽지 않은 질문으로 이것은 내가 홈페이지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했던 고민이기도 하다.


나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홈페이지가 완성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천천히 자리를 잡아 가겠지만 나는 이것을 그냥 기다릴 수가 없었다. 홈페이지는 식당과 같아 오픈과 동시에 손님들이 찾아오거나 줄을 서지 않는다. 이것을 가만히 두고 기다릴 사람은 없다. 어떻게 손님을 오게 할 것인지는 누구나 같은 고민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에 같은 답을 가지고 행동한다. 나 역시도 같은 고민을 하고 남들과 다르지 않은 같은 답을 얻었다. 그런데 여기에 의문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하는데도 실패하는 것을 보면 내가 찾은 답 역시 틀린 것으로 오답이 분명해 보였다. 남과 같은 방식을 따라하는 것이 아닌 남과 다른 나의 방식을 찾아야 했다.


나는 나의 홈페이지를 알릴 안내서를 만들기로 했다. 나는 ‘안녕하세요’하고 똑같이 인사하는 대신 같이 가치를 만드는 ‘같치하세요’하기로 했다. 나는 소통하는 것으로 상대를 미소 짓게 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상대의 마음이 되어 보기로 했다. 상대에 대해 먼저 공부하기로 했다. 상대를 배우고 내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을 찾아볼 생각이다. 상대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으로 그리고 공통의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내 주변에서 찾기로 했다. 처음부터 먼 곳에서 찾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변화가 찾아왔다. 주변과 더 많은 얘기를 나누자 이전에는 알 수 없었던 것들이 새롭게 나타나면서 나를 놀라게 했다. 모르고 지내던 사람을 소개받는 기회 또한 늘어났다. 내가 하는 일이 이젠 예전같이 막막하게는 느껴지지 않았다. 일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어릴 때 난 처음보는 사람에게는 말을 못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물어야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한번은 시내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는데 그걸 못해 나는 몇시간을 혼자 속앓이를 해야 했다. 나는 특히 심부름을 싫어했다. 심부름이 대개 처음인 곳을 가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물어물어 다녀야 하기 때문이었다. 키가 작아 교실 맨 앞자리에 앉게 되면서 선생님의 심부름을 할 때가 있는데 그때는 정말이지 지옥을 경험하는 것 같았다. 수업에 빠뜨리고 온 것을 가져오라는 심부름을 하면 나는 교무실에 들어 가지를 못해 한참을 문 앞에 서 있기도 했다. 나는 여러 선생님들에게 물어 자리를 찾아 가서 자초지정을 설명하고 필요한 물건을 받아오는 데는 정말 자신도 소질도 없었다. 그때는 이것이 나의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다시 생각해 보니 이것은 나의 성격 때문이 아닌 예상치 못한 일을 하게 되면서 준비가 되지 않아서 생긴 문제였음을 알게 되었다. 


힘들어하거나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요즘 들어 내가 자주 듣는 말이 하나 있는데 이것은 ‘서두르지 말라’는 말이다. 내 스스로가 지금 하는 일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말은 더 천천히 하라는 주문으로 들렸다. 가령 내가 이것을 준비하는데 6개월이 걸린다면 1년의 시간을 가지고 일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내가 이것을 이해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이것이 속도가 아닌 성장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느리게 하라는 것이 아닌 작게 존재하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양적인 성장을 하는 것이 아닌 내실을 다져야 함을 의미했다. 음식으로 치면 맛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고 색으로 치면 화려함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서두르지 말라는 것은 힘을 빼는 것이기도 하다. 운동을 할 때도 힘을 빼야 힘이 제대로 실리고 연주를 할 때도 힘을 빼야 음악이 경직되지 않는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힘을 빼야 하는데 사실 나는 힘이 없다. 새로 시작하기 때문에 힘이 없고, 아는 것이 없어 더더욱 힘이 없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내가 힘이 없고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이것을 나의 약점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느긋하게 즐기며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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