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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May 09. 2024

랍스터다운 생각을 해본다

<뚜꺼삐 주식회사>

내가 유튜브에서 ‘좋아요’를 누르거나 구독하여 본 것은 아니지만 알고니즘으로 우연히 새로운 콘텐츠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 후크라는 이름의 랍스터를 마트에서 구입해 기르는 영상을 본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이것의 최신의 영상을 볼 수가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후크의 집게가 잘리면서 잘린 집게가 새로 생겨나는 것을 하나의 영상에 담겨있었다. 커다란 나무 밑자락에서 새순이 돋아나듯 잘린 집게가 있던 자리에서 작은 싹 같은 것이 나왔다. 내가 보기에는 커다란 집게가 될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새순같이 작았던 집게가 변태를 거치자 집게가 본래의 모습으로 바뀌어 갔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정도로 놀랍고 신기한 광경이었다.


내게도 랍스터처럼 어린시절 변태의 과정을 거치며 꿈을 키우던 때가 있었다. 내가 소중한 것들을 담아 보관하던 보물상자 역시도 변태를 하며 나의 꿈과 함께 성장했다. 처음에는 작은 종이상자에 담는 것으로 시작해 다음엔 예쁜 과자상자로 바뀌고 이것은 다시 단단한 깡통으로 바뀌었다. 종이었을 때는 모양이 똑 같은 사각형이었지만 철재로 바뀌면서 뾰족하던 모서리가 둥글어지고 정원의 동그란 모양도 가질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 담기는 것 또한 함께 바뀌었다. 처음엔 유리구슬, 딱지 그리고 딱지를 담는 용도였다. 그래서 친구들과 놀이를 하러 갈 때면 이것들을 상자에 담아 가지고 다녔었다. 그러다 운 좋게 시합에서 이기는 날에는 묵직해 진 상자를 기분 좋게 흔들며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여기에 내가 신기해 하는 것들을 담기도 했다. 산에서 가져온 도토리며 솔방울도 있었고 강에서 찾은 작고 예쁜 조약돌도 있었다. 동네 형들이 하는 것을 보고는 병뚜껑과 동전을 모으기도 했지만 내가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이 모으진 못했다. 나는 내가 아끼는 것들을 비밀로 숨길 수 있다는 것이 제일 좋았다. 그래서 나중에는 내가 아끼는 선물과 편지 그리고 사진들로 채워졌다. 나중에는 이것의 양이 많아지고 부피가 커지면서 신발 상자로 바꾸어 사용했는데 유행에 따라 디자인을 바꿔가며 사용했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는 꺼내보지 않게 되면서 보물상자는 나의 기억에서 점점 잊혀져 갔다. 내가 어릴 때는 가슴에 품고 다녔던 보물상자가 성장해서는 이것을 랍스터의 집게 마냥 떨구어 버렸다.


지금은 없어진 보물상자에 대해 다시 꿈을 꾸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랍스터에게 새로운 집게가 생겨나고 이것이 크게 자라나듯 나도 변신하여 잃어버린 꿈을 키워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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