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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신대 박정훈 Apr 14. 2023

21세기에 나타난 70년대 밴드

Kaleo - 정규 1집 <A/B>

 2010년대 출현한 락밴드 중 어느 밴드를 가장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내게는 쉬우면서 어려운 질문이 된다. 칼레오와 라이벌 손스(Rival Sons) 중 고민할 거다. 가장 좋아하는 락 앨범은 그래도 쉬운데 바로 이 <A/B>를 주저없이 고를 것이기 때문이다. 2016년 발매한 <A/B>는 아이슬란드 밴드 칼레오의 첫 메이저 정규 앨범으로 정말 좋은 블루스 락을 들려준다. 보컬 율리우손의 끈적한 보이스와 빈티지한 밴드 사운드가 잘 맞아 떨어져 21세기 들어 찾아보기 어려웠던 70년대 블루스 락 느낌이 난다. 


 시작을 알리는 'No Good'은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트랙이다. 국내에선 하이트 맥주 CM송으로 선정된 바 있어 그 영향인지 이 곡을 들을 때면 야외 수영장에서 맥주를 따는 그림이 그려진다. 빈티지한 기타 톤으로 무장한 좋은 리프와 시원한 보컬이 인상적이다. <A/B>의 절반은 이렇게 뜨거운 분위기의 곡으로 채워졌다. 끓어오르는 용암같은 'Way Down We Go'와 끈적한 블루스 송 'Broken Bones', 부드럽게 신나서 파티가 연상되는 'Glass House', 그리고 'No Good'과 더불어 본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기타 리프를 지닌 'Hot Blood'까지. 단순한 리프지만 아주 멋지다. 


 10곡으로 구성된 <A/B>에서 5개의 곡을 듣고 나면 이후 분위기가 달라진다. 주력으로 사용되는 악기에 변화가 생기는데, 이전의 5곡은 'Broken Bones'를 제외하고는 일렉기타가 중심으로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이후 등장하는 'All The Pretty Girl'부터는 칼레오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레조네이터 기타가 사용된다. 금속판을 덧대어 공명을 통해 독특한 소리를 내는 레조네이터 기타는 흔히 볼 순 없는 악기다. 본래 컨트리 음악에 사용되다가 현대에 들어 블루그래스, 블루스 음악에 종종 사용되곤 한다. 칼레오는 이 레조네이터 기타를 앨범 중후반부에 적극 사용했다. 


 분위기가 전환된 첫 두 곡은 따뜻한 면을 보인다. 율리우손의 끈적한 목소리는 이내 감미로워진다. 'All The Pretty Girl'에는 봄날이 온 것 같은 따스함이 느껴졌다. 중반부 추가되는 기타 소리는 이를 더해준다. 백보컬과 신스 소리도 추가되어 풍성해진다. 'Automobile'은 편하기 듣기 좋은 곡이고, 듣는 이에 따라선 향수가 자극될 포인트가 존재할 것 같다. 


 이후 두 곡은 분위기를 식히는 걸 넘어 서늘함이 느껴졌다. 'Vor I Vaglaskogi'는 앨범 중 유일한 아이슬란드어 노래다. 칼레오의 원곡은 아니고 아이슬란드에서 인기있는 노래였던 것을 칼레오가 커버한 것이다. 아이슬란드어 가사가 독특한 기분을 내주고, 레조네이터 기타는 따스함과 서늘함을 함께 선사한다. 'Save Yourself'로 가면 차가움은 더 깊어진다. 싸늘히 시작한 곡에 점차 호소력을 더해가고 보컬 율리우손은 누군가를 꾸짖는 듯 노래한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I Can't Go Without You'는 다시 뜨겁게 돌아갔다. 직전 4곡들처럼 레조네이터 기타로 시작한 곡은 서서히 열을 끓어 올리더니 점차 폭발하고 만다. 현악기와 폭발적인 기타 솔로는 곡을 넘어 앨범의 마지막에 정점을 찍는다. 그리고 달아올랐던 곡을 휘바람 소리로 마무리하며 <A/B>를 끝맺었다.


 <A/B>를 듣다보면 놀라운 점이 악기들의 소리가 어느 하나 뭉게지지 않고 선명히 믹싱된 것이다. 빈티지 한 사운드를 내기 위해 자글자글한 기타 사운드와 각종 현악기들이 사용됐고 모두 제 소리가 완벽히 들린다. 메이저 음반사에서 나온 앨범이라면 당연히 높은 퀄리티의 믹싱이 동반될 테다. 그럼에도 유달리 <A/B>의 믹싱 퀄리티는 엔지니어링에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뛰어나다 싶을 만치로 눈에 띄었다. 그래서 그런지 빈티지한 블루스락을 지향하는 밴드지만 사운드가 현대적으로 잘 뽑혔다고 느껴졌다. 70년대 락밴드가 현대로 환생해 음악하는 것 같달까. 


 칼레오의 음악에는 대비되는 것이 공존한다. 마치 고국 아이슬란드같다. 향후에 낸 2집 <Surface Sounds>에서 두드러지지만 1집에서부터 이 모습은 충분히 나타난다. 빈티지함과 모던함, 뜨거움과 서늘함. 그래서 칼레오의 음악을 들을 때는 만감이 교차할 때가 있다. 이는 혼란스럽다기 보다는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쪽에 가깝다. 불과 얼음같은 면을 간직해 21세기에 튀어나온 70년대 밴드. 밴드 칼레오란 이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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