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아이가 되었다

#17 아버지는 그렇게 아이가 되었다

by 조명찬

8월 16일 수요일


동생이 엄마와 함께 아버지 뱃줄을 넣기 위해 안동으로 갔다. 오늘부터 엄마는 아빠랑 3일 정도 함께 있을 수 있다. 세 달 보름 만에 함께 있는 것이다.

오전 11시에 복주 병원에서 안동병원으로 옮겼는데 입원은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겨우 했다. 갑자기 응급환자로 간 것도 아니고 이미 입원하기로 예약된 환자인데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를 모르겠다.

엄마한테 전화가 왔는데 아버지가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말을 하긴 하는데 잠꼬대 같은 말을 계속한다고 했다. 웃으면서 말은 했지만 엄마는 불안했을 것이다. 나는 그 불안이 느껴졌다.

돌아가실 줄 알았던 아버지가 깨어났고 조금씩 말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대화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할지, 우리는 모두 불안했다. 다만 서로에게 말을 하지 않을 뿐.....



8월 17일 목요일



치과에 갔다. 잇몸치료를 하고 있는데 치료를 하고 나면 두 시간 정도는 얼얼하다. 말복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햇볕이 뜨거웠다. 저녁에는 숨이 막히는 공기가 조금 사그라들긴 하지만 오전에는 어째 한 여름보다 더 뜨거운 것 같다.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아버지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나 보다. 아버지의 목소리보다 엄마가 보채는 목소리가 더 컸다.


“큰 아들 명찬이.. 얘기 좀 해봐해 봐.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 기다리잖아."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가만히 있어봐. 나 안 바쁘니까 기다릴 수 있어. 아버지 혼자 얘기하게 놔둬 봐."


아버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끊으라고 해.”


다시 엄마 목소리.


“아니 끊으라고만 하지 말고 무슨 얘기 좀 해봐.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


다시 희미한 아버지 목소리.


"걱정하지 마."


땡볕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 티셔츠가 조금씩 젖기 시작했다. 치료를 방금 마친 잇몸이 여전히 얼얼했고 아침에 샤워를 못하고 나와서 그런지 땀냄새가 조금씩 올라오는 듯했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울었다.



8월 21일 월요일


지난주 수요일에 시술했던 아버지의 뱃줄이 잘 자리 잡은 것 같다. 오늘 퇴원이다. 퇴원을 하면 원래 있던 안동복주병원으로 다시 재입원하면 된다.

입원은 동생이 고생했으니 퇴원은 내가 돕기로 했다. 엄마는 혼자 할 수 있다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오전 10시까지 오면 된다고 해서 새벽 6시에 출발을 했다. 집에서 안동까지 막히지 않으면 3시간 반 정도 걸린다.


잠을 몇 시간 못 잤지만 졸리진 않았다. 아버지를 오랜만에 본 다는 생각에 조금 설렜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졸릴 만도 하지만 아내 역시 차에서 잠을 자지 못했다. 오늘은 나를 알아봐 줄까? 안동으로 가는 내내 그 생각만 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오전 9시. 엄마에게 전화를 하니 받지 않았다. 병원에 있는 동안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엄마는 전화기를 진동으로 해두었다. 그래서 전화를 잘 받지 못했다. 동생에게 전화해 아버지 입원실을 물었다. 동생도 입원실을 정확히 기억 못 했다. 그래도 층수는 알 수 있었다.


10층으로 가서 병실 문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아버지 이름을 찾았다. 그리고 아버지 이름이 적힌 병실 문을 열었다. 문을 여니 아버지가 바로 보였다. 문 소리 때문인지 고개를 돌려 우리를 쳐다봤다.

그리고 나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아버지가 쓰러지고 그렇게 웃는 건 처음 봤다.


"아버지! 아빠. 날 보고 그렇게 웃네. 기분 좋아? 나도 기분 좋아. 그렇게 웃어 주니까 정말 좋아."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는 아버지의 두 뺨을 양손으로 감쌌다. 아버지의 두 뺨을 그렇게 감싼 건 처음이지 싶다. 아이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고 마냥 신나기만 한 아이. 웃는 게 가장 예쁜 아이.


아버지는 그렇게 아이가 되었다.




이전 17화아버지는 아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