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 고마워
아버지가 쓰러진 지 6개월이 다 됐다.
이렇게까지 아버지를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을까?
사고 후, 중환자실에 한 달 동안 있을 때만 하더라도 제발 이대로 돌아가시지만 않기를 바랐던 마음은 점점 커져 아버지가 다시 일상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욕심이란 걸 알고 있다. 아마도 그러지 못할 것이다.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계속 생각하는 거다. 그럴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머릿속이 깜깜하다. 나는 두렵다.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버지는 아직 걷지 못한다. 그래도 휠체어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으니 많이 좋아진 것이다. 의사 말로는 운동을 열심히 하면 지팡이에 의지해서 걷는 것까지는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며칠 전 아버지가 내 이름을 불러줬다. 자기가 직접 지어준 내 이름을 불러 놓고 금세 또 까먹는다. 그래도 아버지 입에서 내 이름이 불리니 미치게 좋았다.
아버지가 내 이름을 부르면 귀찮았다. 항상 뭘 시킬 때만 불렀으니까. 이제는 뭐라도 시켰으면 좋겠다. 쓰러지기 바로 일주일 전에 장어 먹으러 가게 운전 좀 하라고 했는데 귀찮아서 가지 않은 게 내내 마음에 걸린다.
커다란 깻잎 위에 노릇하게 구워진 장어를 욕심껏 두 점씩 넣고 입이 찢어질 듯 크게 벌려 먹는 아버지의 그 모습을 또 볼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아버지는 기억을 점점 잃고 있다. 1분 이상을 집중해서 대화하지 못한다. 나는 아버지를 보러 가는 길에 설렜다가 보고 오는 길에는 걱정이 앞서 한숨이 먼저 나온다. 요즘 계속 그런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아버지에게 고맙다. 사경에서 견뎌내 다시 우리에게 와준 것에 감사하다. 갑작스러운 이별로 평생 힘들게 하지 않고 이렇게 천천히 이별할 수 있게 해 줘서 정말 정말 고맙다.
헤어질 때까지 사랑한다고 계속 얘기해 줘야지. 내가 미워했던 건 다 잊고 내가 사랑했다는 것만 기억할 수 있도록.
2023년 10월 22일 일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