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기분-오믈렛
아침으로 종종 오믈렛을 해 먹는다. 냉장고에 남은 재료와 계란만 있으면 되니 이보다 쉽고 만족스러운 요리도 없다. 파, 버섯을 넣기도 하고 김치를 종종 썰어 넣기도 하고 남은 반찬, 예를 들어 감자채나 김자반 등을 넣기도 하는데 어떤 재료를 넣어도 대체로 잘 어울린다.
너무 쉬워서 요리법을 따로 전할 것도 없지만 내가 꼭 지키는 것은 속재료를 먼저 익혀주는 것이다.
파, 버섯 등의 금방 익는 야채라도 미리 프라이팬에 충분히 익힌 후에 계란물과 섞어서 부치면 확실히 재료의 맛이 전체로 잘 퍼져있다. 속재료를 익힐 때 아주 소량의 소금 간을 하는 것도 필수.
적당히 익힌 재료는 잘 풀어진 계란과 섞는데 이때 재료를 먼저 익히느라 프라이팬에 남아 있는 기름도 함께 섞는다. 그래야 야채의 풍미가 계란물로 잘 스며든다.
오믈렛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프라이팬의 예열이다. 계란물이 프라이팬과 만나자마자 익을 수 있을 정도로 예열을 한 후 준비된 계란물을 한 번에 넣는다. 프라이팬이 잘 예열되어 있다면 단번에 계란의 바닥 모양이 잡히며 단단하게 익혀질 것이다. 그때 요리용 긴 젓가락을 이용해 계란을 살짝 들춰주면서 위에 고여 있는 계란물을 아래로 흘려준다. 아직 익지 않은 계란물이 프라이팬과 만나며 익어가고, 그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 계란이 조금씩 단단해지며 익어간다. 그때 준비해 둔 슬라이스 치즈를 계란 한쪽에 깐 후, 계란을 절반으로 접어준다. 그리고 불을 가장 낮은 불로 낮춘다. 치즈가 녹을 시간(1분이면 충분하다)을 기다린 후에 접시에 담아주면 맛있는 오믈렛 완성.
아침으로 오믈렛을 한 날에는 아침 햇볕이 거실에 더 잘 들 수 있도록 베란다에 널어두었던 빨래를 다 개 둔다.
토스트기에 아내가 좋아하는 빵도 몇 조각 굽고, 커피도 내린다. 그리고 우유나 주스도 한잔씩 따라둔다. 큰 접시에 오믈렛을 하나씩 놓고 포크와 나이프도 세팅해 두고 멘델스존이나 비발디를 은은하게 틀어 놓는다.
고작 오믈렛 하나 해놓고 너무 거창한 거 아닌가 싶지만 가끔 그렇게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일어나자마자 눈곱만 떼고 슬리퍼를 신고 터벅터벅 내려가 조식을 먹었던 여행지의 아침을 떠올리며 나는 추억의 브런치를 준비한다.
오믈렛 하나로 우리는 평소의 아침보다 이야기가 많아진다.
오믈렛 하나로 우리는 잠시 그때의 우리로 여행을 다녀온다.
별것 아닌 오믈렛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