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착오
모친이 위독해 제천에 갔다던 사람이었다. 술에 취한 목소리로 지금 이 시간에 성남으로 오겠다고 했다. 문자를 받았던 순간부터 마음 한쪽에서 의심이 자라나고 있었는데, 그 전화는 그 의심을 굳혀 주었다.
그는 울산에서 제천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그 말만으로도 이미 하루가 소요되는 거리였다. 왕복으로 잡아도 여섯 시간이 훌쩍 넘는 길이다. 그런데 그는 그 사이에 등산을 했고, 내려오는 길에 술을 마셨다고 덧붙였다. 말은 매끄럽게 이어졌지만, 시간은 그렇지 않았다. 이동과 체류와 산행과 음주가 한 문장 안에 나란히 놓여 있었고, 그 어느 것도 서로를 배려하지 않았다. 나는 그 설명을 곱씹지 않았다. 다만, 현실의 시간이 그의 말에 끝내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히 느꼈다.
전화를 받은 시각은 저녁 일곱 시였다. 우리는 서둘러 먹던 음식을 내려놓고 식당을 나섰다. 혹시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닐지, 우리 모임에 섭섭한 것이 있었던 건 아닐지, 각자의 추측을 안은 채였다. 밖에는 시린 바람이 불고 있었고 눈발이 조금씩 흩날렸다. 내 마음도 그와 비슷했다. 몇 번이나 골목을 헤맨 끝에 술에 거하게 취한 그를 발견했다. 방향 감각을 잃은 채 서성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