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3

LP bar에서 그는 결국...

by 장하영

우리가 들어간 곳은 LP바 쿠바3였다. 이름만큼은 근사했다. 바의 의자는 높았고 테이블도 높았다. 음악은 크고 또렷했다. 내가 신청한 이문세의 ‘애수’가 큰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노래는 늘 그렇듯 상황보다 먼저 마음을 달랬다. 그는 말을 시작했다. 아무 말이나, 아무렇게나, 시끄럽고 드세게 쏟아냈다. 문장은 서로 이어지지 않았고 의미는 자꾸 빗나갔다. 정말로 아무 말이었다.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이 동생이 그와 다투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니 글은 정말 형편없어. 그러니까 네 언니에게 말해. 책에 글을 내지 않겠다고.” 동생은 울음이 한 방울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술을 마셨다고 아무렇게나 말하지 마세요. 정말 제가 알고 있던 당신이 당신이 아닌 것 같아요. 실망스럽고 슬퍼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의 얼굴에서 무언가가 벗겨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여덟 시에 수업 끝내고 오는 너희 둘이 불쌍해.” 이어서 애 하나 오면 돈이 되니까 그렇게 사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불쌍해 보이더라고 덧붙였다. 욕이 입 안까지 차올랐지만 겨우 삼켰다. 그는 자신이 대학교 병원에 근무하기 때문에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이고 그래서 프라이드가 있다고 말했다. 정년이 반년도 남지 않은 사람이 꺼내기엔 지나치게 큰 말이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어반 선생님께도 할 말이 있는데 지금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허락을 구하는 말투였지만 이미 결론이 나 있는 얼굴이었다.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지금은 하지 말라고, 오늘은 그럴 자리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 뒤로는 쓸데없는 말들이 오갔고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 그는 술에 취하면 늘 경계를 잃는 사람이었다. 언젠가부터 그는 성적인 말을 농담처럼 던졌고 그 말들은 상대를 웃기기보다 수치스럽게 만들었다. 그날도 다르지 않았다. 유치원 원감인 그녀가 조근조근 말했다.

“우리는 어른이잖아요. 성숙한 언어로 말하면 좋겠어요.” 그 장면은 충분히 멈춤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크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성기가 작아서 어른이 아니야.” 그 말이 테이블 위에 떨어지는 순간 음악도 대화도 잠시 멎은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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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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