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든 이들에게

2026년 3월 3주 차

by 가애KA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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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바쁜 한 주가 지나간다. 하루는 환승하면서 “OO아빠! 좀 천천히가! 잃어버리겠어!”라고 두 차례 외치시는 한 아주머니를 보았다. 아저씨는 사람이 많은 인파에서 대충 수십 걸음 앞을 앞질러 가셨고 아주머니는 느린 걸음으로 아저씨를 따라가셨다. 아주머니가 아저씨를 따라잡은 건,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였다. 아저씨는 왜 앞서서 걸어가셨을까? 그 순간 나한테 보인 것은 엘리베이터의 버튼 위의 아저씨 손가락이었다. 아주머니를 기다리며 먼저가서 누르고 계셨던 것이다. 걷는 속도가 다른 서로지만 먼저 도착해서 다음이 편하게 준비하는 그 배려가 부러웠다.

어쩌면 나는 천천히 가라고 소리치는 아주머니처럼 살고 있겠지. 누군가 나를 위해 준비해 놓은 건 알지도 못한 채로. 둔한 내가 알아채도 못한 배려를 해주는 내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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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시간이 새고 있을까. 시간이 새고 있는 걸까 물리적으로 시간이 모자라는 걸까 생각해 봤다. 지금 일어나는 일들 중에 내가 시간을 핸들링할 수 있는 것은 없어서 고민을 접기로 했다. 이젠 책상에 앉아서 개발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는 걸 실감한다. 체력이라도 고갈되지 않게 잘 먹어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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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직한 지 반년이 다되어가니 그 안에 쳐져있는 거미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끊어졌지만 주변과 얽혀있기 때문에 겨우 연결되어 있는 거미줄과 어디로든 연결되어 있어 모두를 단단하게 붙잡고 있는 거미줄, 어찌 됐든 가장 바깥에서 지지하고 있는 거미줄이 끊어지면 와르르 무너질 거라는 건 틀림없는 것 같다.

이전이라면 한 명, 한 명 다 챙겨가려고 했겠지만 온갖 변명과 회피로 최대한 적게 일하려고 애쓰는 그들을 보면서 자비는 베풀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나도 누군가가 내게 자비를 베풀 수 있는 태도로 임해야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깨닫게 한다. 세상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을 깨닫게 한다. 그걸 알아채는 것 역시 실력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은근히 내가 사회성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내 태도가 위아래 없이 사람을 대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을 많이 만나봤다고 사회성이 높은 건 아니니까. 그리고 아직 그런 걸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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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도 없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도 모르는 이유를 만들어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그게 내 몸 하나를 겨우 지지하는 두 발을 땅에 딛고 살아가게 하는 이유라는 것을 잊지 않기.


나를 태어나게 한 이유는 불완전했을지언정, 나를 살아가는 이유는 완전할 것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


그리고 내가 받은 사랑을 나눌 수 있을 때 나누기.

그러기 위해서 하고싶은 말을 한번은 참기.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새기기.


내가 가진 말의 무게는 내가 앞으로 올라갈 만큼이라는 것을 잊지않기.


기기기기기기기. ㄱㄱㄱㄱㄱㄱㄱ

앞으로 가자.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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