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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칼 Jun 02. 2024

언제든 올 수 있는 곳이 된 춘천

엄마와 초등 아들이 떠난 동상이몽 자전거 여행 - 춘천 편

가평 터미널 김밥집에서 아침을 먹고, 페달을 굴렀다. 얼마 가지 않아 강원도 표지판이 보였다. 인천에서 서울로, 경기도를 지나 강원도까지 왔다. 강촌역 부근 자전거 쉼터에서 음료수를 시켰다.

“어디서부터 왔어?”

음료수를 만들던 아저씨가 환이에게 물었다.

“인천에서부터 왔어요.”

자랑스럽게 말하는 환이에게 아저씨는 놀라는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여기서 20km만 가면 춘천역인데…. 다 왔네. 대단하다.”

아저씨의 칭찬 덕에 환이는 신이 났다. 20km 남았다는 말에 힘차게 페달을 굴렀다.


강촌역을 지나는데, 4년 전 레일바이크를 탔던 기억이 났다. 그땐 레일바이크에 발이 닿지 않은 아이들을 대신해 뒤에 앉았던 나와 내 친구만 열심히 페달을 굴렀다. 아이들은 앞에서 “더 빨리빨리” 만을 외쳤었는데…. 세월의 빠름이 새삼 느껴졌다. 춘천 의암호를 지나는데 자전거길 옆으로 카누 타는 곳이 보였다.


“우리 카누 한 번 탈까?”

둘이 2만 원을 결재하고, 카누 교육장에서 설명을 들었다.

“어머니 카누 타보셨어요?”

“아니요.”

“코스는 총 세 군데예요. 그런데 엄마도 처음이고, 아이랑만 타는 것이니 공룡을 돌아오는 중간 코스가 좋을듯해요.”

“우리 엄마 힘세요. 군대 나왔는데….”

설명하던 아저씨는 나를 쳐다보더니, 이야기했다.

“그럼, 제일 먼 코스 도전해 보실래요?”

“……. 괜찮아요.”

세상에서 엄마가 가장 힘이 세다고 생각하는 환이 때문에 가끔은 곤란한 일이 생긴다.


“어머니, 사진 한 장 찍어 드릴 테니 핸드폰 좀 주세요. 사진은 남겨야죠.”

친절한 아저씨 덕분에 추억의 한 컷을 남길 수 있었다. 8월 초 햇살은 반바지를 입은 다리를 시뻘겋게 만들 정도로 뜨거웠지만, 자연광 아래 찍은 사진은 그 어떤 조명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최고였다. 카누를 타고 의암호 중간쯤 가니 아이가 흥분하며 소리쳤다.

“엄마, 저기가 레고랜드야. 보이지? 벌써 중앙탑이 완성됐네.”

레고랜드가 보였다. 내년 개장을 목표로 공사를 하는 레고랜드의 중앙에 있는 탑은 완성되어 볼 수 있었다.


“엄마, 우리 레고랜드 세워지면 꼭 다시 오자. 자전거 타고”


환이는 이제 춘천 정도는 언제든 자전거로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가지 않은 길, 하지 않은 일은 시작하기가 어렵다. 첫 시도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그 반만큼의 용기로도 충분하고, 경험이 쌓이면 용기 따위는 필요 없는 일상이 된다.

     

땡볕에 노를 저으니 힘이 들었다. 중간 코스를 돌아 카누에서 내렸다.

“아들, 더운데 여기서 음료수 좀 마시고, 쉬자.”

우리는 음료수를 마시며 흔들리는 해먹에 몸을 맡겼다. 여기까지 온 서로를 칭찬하고, 눈을 감은 채 이번 여행을 돌아봤다. 삼십 분쯤 쉬고 나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두 시간이면 춘천역에 도착할 것 같은데, 지금 기차표를 예매해야 하나? 검색하기 귀찮은데….’ 기차표는 춘천역에 도착해서 찾아보기로 하고 우리는 페달을 굴렀다.


몇 분 가지 않아 자전거길 옆으로 멋진 건물이 보였다.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과 토이 박물관 건물이었다.

“엄마, 토이 박물관 들어가 보자.”

자전거를 세워두고 매표소를 향했다. 뜻밖의 난관에 봉착했다. 우리는 토이 박물관만 가고 싶었는데, 매표소에는 애니메이션 박물관도 입장 가능한 통합권만을 판매했다. ‘음….’ 통합권을 샀어도 토이 박물관만 들어가 볼 수도 있지만,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이었다.

통합권을 끊은 우리는 두 곳을 모두 방문했다. 애니메이션 박물관은 몇 년 전과 크게 바뀐 게 없었는데, 토이 박물관은 체험할 거리가 많이 생겼다. 이삼 십분 놀다 갈 생각이었는데, 두 시간이 지났다. 4시가 넘으니 배가 고팠다.

     

자전거 여행은 정해진 약속 시간, 꼭 해야 하는 일,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좋지만, 적당한 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식당도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아들, 춘천역 부근 닭갈비 골목에 가서 닭갈비 먹을까? 아니면 여기서 빵이나 간식 먹을까?”

“춘천은 닭갈비지.”

‘물어봐서 무엇하랴? 답은 닭갈비로 정해진 것을….’ 애니메이션 박물관과 춘천역까지는 11km 우리 속도로는 한 시간 20분 정도 걸릴듯했다. 배가 고파도 좀 참고 맛있는 닭갈비를 먹는 것으로 결정한 우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신나게 달렸다. 북한강 종주의 끝인 신매대교 인증센터에서 마지막 도장을 꾹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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