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칼 Jun 03. 2024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한 순간

엄마와 초등 아들이 떠난 동상이몽 자전거 여행 - 춘천 편

신매대교 인증센터에서 찍은 도장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북한강 종주를 마쳤다. 자전거 여행을 꿈꾼 지 3년, 여행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북한강 종주를 마치고 춘천역을 향하는데 춘천인형극장 박물관과 육림랜드가 보였다. 육림랜드는 오래된 놀이기구 몇 개와 수영장이 있는 작은 놀이동산이다. 평소라면 환이가 이곳을 지나칠 리 없었지만 배가 고팠기 때문에 다음에 다시 와보기로 하고 우리는 춘천역을 향했다. 드디어 춘천역에 도착했다. 자전거를 세우고, 춘천역 앞에 있는 춘천 닭갈비 1호점에 들어가 닭갈비 2인분을 시켰다. 매운 걸 잘 먹지 못하는 환이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먹어 보겠다는 아이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엄마, 천 원만”

천 원을 가지고 식당 밖으로 나갔다 온 아이 손에 우유가 들려있었다. 

‘그럼 그렇지.’ 닭갈비가 매울까 봐 걱정됐던 환이는 우유와 함께 먹는 방법을 택했다. 식당 옆 편의점에서 우유를 하나 사서 가게로 들어오는 아이의 모습이 비장했다.

“와~아, 진짜 맛있다. 엄마, 우리 다음에 춘천 오면 또 닭갈비 먹자. 꼭!”


매운 것을 먹지 못하는 아이와 여행 다닐 때는 식당을 찾는 것이 일이다. 매번 칼국수, 돈가스 등 아이한테 맞춰 식당에 갈 수밖에 없는데, 11살이 된 환이는 여행을 다니며 매번 새로운 음식에 도전한다.     


이날 이후 춘천닭갈비를 먹고 싶으면, 우리는 1박 2일을 달려 춘천에 오곤 한다. 처음엔 2박 3일이 걸렸지만, 다음부터는 1박 2일, 가끔은 당일치기로 오기도 한다. 하루 코스일 경우 지하철을 이용해 집에서 운길산역까지 온 후 운길산역부터 자전거를 탄다. 운길산역부터 춘천역까지는 70km 정도 거리이다. 운길산에서 출발해 청평 장터에서 점심을 먹고, 춘천역에서 저녁으로 닭갈비를 먹고, 기차에 자전거를 실으면 12시 전에는 집에 도착할 수 있다. 꽉 채운 당일 코스다.    


작년과 올해 춘천까지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게 변했다.

“엄마, 힘든데 조금만 쉬었다 가자.”

작년에 아이와 자전거를 타며 참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내가 힘들어서 쉬고 가자고 했었다. 아이의 체력은 좋아지고, 내 체력은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아직은 20인치 자전거를 타는 환이가 26인치 자전거를 타게 되는 날엔 내가 아이를 따라가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닭갈비를 먹은 후 남편 카드로 결제하고 춘천역에서 인증 사진을 찍었다.

“오늘 안 와?”

남편의 문자였다. 

“이제 가야지. 기차는 좀 기다려야 하니까 전철 타고 가려고 9시 좀 넘으면 들어갈 거야.”

춘천에 도착해 카누를 탔다고 결재 문자가 온 게 1시인데 6시가 넘도록 춘천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나 보다.     


춘천역에서 지하철에 자전거를 실었다. 상봉역에서 내려 경의 중앙선으로 갈아타고, 용산역에 내렸더니 맞은편에 인천행 급행열차가 서 있었다. 송내역에 도착하니 8시가 조금 넘었다.     


송내역에서 인천대공원까지는 출발할 때와는 반대로 오르막길이다. 송내역 앞 편의점에서 환이는 파워에이드, 나는 핫식스를 사서 꿀꺽꿀꺽 들이켰다.

“아들,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안전이 제일 중요한 거 알지? 이제 집으로 출발하자.”

힘차게 바퀴를 굴렀다.     


송내역부터 인천대공원으로 가는 오르막에서 환이는 작년에 자전거를 끌고 올랐었다. ‘언제부터 끌고 가려나?’ 궁금해하며 아이 뒤를 바짝 쫓았는데, 올해는 쉬지 않고 올라갔다. 기어 조절도 할 수 없는 20인치 자전거를 탄 환이는 순전히 다리 힘으로 오르막을 올랐다. 밤이 깊어 갈수록 우리의 필수 아이템 전조등이 빛을 발했다. 밤 9시가 다 돼서 집에 도착했다. 2박 3일 짧은 여행이었지만, 성장해 가는 나와 아들을 느끼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엄마, 춘천 별거 아니네. 다음엔 부산 가자. 부산에 롯데월드를 짓고 있대.”


우리 대화를 듣던 남편이 아이에게 묻는다.

“아들, 부산이 어딘 줄 알아?”     


뭐든 시작이 어렵다. 춘천에 다녀오니 부산도 갈 수 있을 듯했다. 부산뿐이겠는가? 자전거 타고 유럽 여행도 가자며, 우린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 자전거를 ITX에 싣는 방법     

1. 코레일 앱을 다운로드한다.

2. 코레일 앱에서 출발지와 도착지를 설정한다.

3. 출발일을 지정하고 승객 연령과 좌석을 택한다.

4. 열차 조회를 누른다.

5. 일반석으로 되어있는 부분을 클릭하면 자전거라고 쓰인 글자를 찾을 수 있다.

6. 자전거를 택하면 자전거 전용석을 택하는 게 가능한 시간이 뜬다.

7. 가능한 시간에 열차 예매를 하면 된다.     


※ 주의할 점     

ITX청춘열차는 서울과 춘천을 오가는 기차로 자전거 전용석이 따로 있다. 열차 1호차와 8호차에 자전거 고정하는 곳이 따로 있어 자전거는 묶어 두고 사람은 일반 좌석에 앉아 갈 수 있다. 한 열차당 총 8대의 자전거를 실을 수 있다.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엔 경쟁률이 치열할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자전거 전용석에 대한 추가 요금은 없다.

ITX청춘 자전거 전용석은 평일과 주말 언제든 상관없이 자전거를 실을 수 있다. 하지만 지하철과 연계하려면, 가능한 날과 시간 확인은 필수다.     


※ 지하철 연계 시 확인 사항

서울 지하철 1~8호선, 경춘선은 주말과 공휴일엔 종일 자전거 휴대가 가능하다.

2024년 현재, 서울 지하철 7호선과 경춘선은 평일도 10~16시까지 자전거 휴대가 가능하다.

* 지역별로 운영되는 다른 철도, 지하철, 도시철도, 광역철도 등의 자전거 휴대 규정은 노선마다 다를 수 있다.



이전 11화 언제든 올 수 있는 곳이 된 춘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