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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Apr 04. 2024

어느 제자의 감동적 조언, 지금을 살아야 다음이 있어요

때는 내 감정이 바닥을 치고 바닥을 쳐서 어디가 끝일까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이선균의 대사처럼 "그래 끝까지 가 보자!"를 외치던 때였다. 파도처럼 몰려오는 그 바닥을 기어오르면 다시 바닥이고 내가 죽지 않고 살려면 무얼 해야 하는지 몰라서 정말 다음날 아침이 오는 게 너무 싫었다. 이대로 눈을 감고 다음날 아침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일도 사람도 힘들어서 다시 내 정점에 날들이 하늘로 올라가서 이대로 땅으로 꺼지거나 하늘로 올라가길 바랐다. 이런 날들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이어지니 나는 정말 미친 듯이 몸부림을 쳤다. 살아야 한다는 생각보다 내가 왜 살아야 하는가를 따져야 겨우 버틴다는 생각으로 그래,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최대한 피해를 주기 싫어서 사람도 만나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무표정으로 살았다. 그러다 제자를 만났다,


나보다 나를 더 아는 제자는 내 표정과 말들을 들으며 아무 말이 없다가 순댓국을 먹는데 자신이 어려웠을 때 내가 건네준 말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며 괜히 내게 힘을 주려는 말에 나는 그냥 묵묵히 듣고 있는데 눈물이 났다. 그런 나에게 울지 말고 밥을 드시라며 숟가락을 올려주는데 나는 입맛이 없다고 그냥 묵묵히 있었다.


제자는 군에서 힘든 일을 견디며 하루하루 버티는 삶이 아닌 그저 나무 같은 뚝심으로 눈을 감으면 절대로 안된다는 생각에 무조건, 이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살았단다. 그리고 인간에게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삭제 기능을 최대한 돌려서 살았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에게 이야기했다.

"살려고 노력해야 하지, 죽으려고 생각하면 너무 많아요. 제가 군대에서 얻은 생각인데 , 지금을 살아야 다음이 있어요" 훅 들어온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왜 그렇게 마음이 쓸리는지 나는 생각해 보니 이 제자에게 늘 살기 싫다는 푸념을 했다. 세심한 제자는 지금은 회사에서 일을 열심히 하는 신입으로 활동하고 있고 그 와중에도 나에게 밥을 먹었는지 카톡을 보내며 최근 내 근황 때문인지 더 안부를 물어온다. 나는 먹었다고 하고 보내면 알겠다고 답톡을 하는데 자꾸 제자의 말이 생각이 났다. 오늘을 살아야 내일이 있다고. 난 반대로 생각했다. 오늘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때로는 나이가 때로는 삶이 생각지도 못하게 밀려올 때가 있다. 그래서 준비 없는 이 인생이 힘들지만 내 곁에 머물러주는 이들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제자에게 감사하다. 

오늘은 그래도 한 끼를 먹는다. 라면을 먹으려고 준비를 했다. 나와 닮지는 않았지만 어디라도 가면 동생이냐고 묻는 제자와 어느덧 인생을 논하니 참으로 신기하다. 


그래, 오늘이 있어야 내일이 있다. 알고 있다. 하지만 실천이 어렵다. 노력이 필요하겠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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