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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ul 23. 2024

소식자이지만 돈은 두배로 씁니다.

먹는 건 돈이 두 배다.

난 소식자. 별명이 한입만이다. 사실이다. 국밥을 먹어도 일단 밥은 3분의 1을 먹고 국은 건더기만 조금, 국물은 절반만 먹는다. 나트륨으로 붓는 게 싫어서, 그럼 사람들은 나에게 "아니 그렇게 먹고 어떻게 견디지?" 나는 "이렇게 산 지 꽤.." 하면 "나는 돈이 아까워서 싹싹 긁어서 먹는다"라고 답한다. 나는 그럼 미소를 보인다.

하긴 이렇게 산 게 다 그놈의 다이어트 때문이다. 그래서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도 음식은 적게 먹고 먹고 싶은 건 소식으로 한 점을 택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머리에서 "그만"이라는 단어를 주면 나도 모르게 숟가락 젓가락을 놓게 된다. 진짜 신기하다. 


다 트리우마가 나를 만들었다.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갑상선 저하증으로 내 피크 몸무게는 58킬로였다. 다시 10킬로를 감량하고 원래 몸무게로 돌아오고서 나는 펑펑 울었다. 일단 필라테스도 힘들었지만 알 수 없이 몸무게가 야금야금 올라갔고 몸은 힘들었고 고통의 나날이었기에 약을 챙겨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사람들과 지금 5년째인데 몸무게가 그대로라는 사람에 댓글을 보면서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래서 결론은 무조건 나는 빼야 한다, 로 해서 정말 무식하게 이를 때 없이 나를 버려가며 운동을 했다. 테니스를 칠까도 생각을 했는데 조건이 맞지 않아서 못했다. 그렇게 감량을 하고 나니 문제는 아직도 남은 약들이다. 그래서 빈속에 약을 먹고 또 밥은 먹어야 해서 다시 살이 찌는 게 싫어서 한입만으로 사는데 나는 사실 진짜 한입만으로 산다.


그래서 먹고 싶은 게 많다. 길 가다 떡볶이를 발견하면 일부러 컵 떡볶이를 먹고 딱 몇 개만 먹고 버리고 그러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으면 딱 절반만 먹고 냉장고에 넣고 이렇게 저렇게 먹고살다 보니 돈은 쓴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오해를 한다. 내가 돈을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건 오해다. 나는 과일킬러다. 어렸을 때 엄마 아빠는 계절 과일이 보약보다 좋다고 하셔서 여름에는 정말 수박을 엄청 사셨다. 그래서 물에다 수박을 관리를 할 정도로 사셨는데 지금도 그래서 그런지 수박을 엄청 먹는다. 


요즘 과일 가격이 어디 작은가? 그래서 나름 지갑이 펄럭인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래도 돈을 쓰기는 쓰네"라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시는데 나는 "아니 돈을 많이 써요"라고 한다. 사실이다. 과자 한 봉지를 사면 일주일을 먹고 그다음 초콜릿을 사면 그것도 일주일을 먹는다. 먹긴 먹는데 적게 먹고 오래 먹을 뿐이지 사지 않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나는 남들보다 어쩌면 더 사치스럽게 먹는다는 생각에 요즘 허리띠를 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먹는 식비를 줄이는 게 제일 빠르겠다는 생각에 무엇을 줄일까 하다가 차마 과일은 포기할 수 없어서 과자를 줄여보겠다는 심산으로 과자를 줄였다. 뭐든 먹으면 살이나 찌겠다,라는 생각에 하니 좀 포기가 빠르다.


나이 들면 나잇살이라고 하는데 나도 그럴 나이가 된다. 그런데 또 우리 할머니를 보면 그렇지 않다. 엄청 마르시고 옷태가 아름다우셔서 다들 부러워하신다. 그래서 나는 여쭤봤다."할머니 어떻게 하면 할머니처럼 날씬할 수 있어요?" 할머니 말씀은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면 뚱뚱하지. 참아야지. 다 고통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나이 들면 먹고 싶은 거 줄어들어. 과자도 안 먹고 그냥 그래.."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런가 보다 하는데 나도 리스틀 하나씩 작성하면서 줄여볼까 한다.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쪄서 고민인 지인이 있는데 난 부러운데 그 지인은 스트레스라고 한다. 


사람마다 다 다르니, 어쨌든 난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돈을 많이 쓰고 있으니 줄여 보려고 한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그럼 나머지 반은 실천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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