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상을 정리했다. 책상 안에 있는 테이프를 정리했다.
카세트는 추억이 있다.
대학 1학년때 토익시험을 봤는데 친구들보다 시험점수가 낮아서 충격을 받고서 사촌오빠에게 고민 상담을 했더니 카세트를 사서 테이프를 틀어 주야장천 들어 외우라고 했다. 그러다 그 테이프가 고장이 나면 점수가 오를 거라고 해서 학교 후문에서 하나 샀다.
열심히 들었다. 그리고 5개월 후 다시 친 토익 점수는 정말 많이 올라갔다. 그래 , 그날이었다.
친구가 "몽접아 학교 후문에 음반가게 생겼어, 시간 있지? 가자"
난 "어... 도서관도 가야 하는데.. 그래 가자"
하고 갔다.
정말 낭만에 극치였다.
cd는 말할 것도 없고 lp도 수없이 많고 테이프도 많았다.
난 "와 진짜 많다'라고 말하니 친구는 "나 이거 사야지" 라며 가수 이승환 테이프를 샀다.
나는 "좋겠네.. 그럼 난 김광석"이라고 말하고 열심히 찾았다.
이제 막 오픈한 음반가게 사장님은 인심이 좋으셔서 "천천히 찾아보고 들어보세요" 하시면서 자리를 비워 주셨다. 얼마나 머물렀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구입한 테이프들을 들으면서 대학생활을 했고 나중에는 유키구라모토를 시작으로 뉴에이지에 푹 빠져서 또 테이프를 구입하고 김광석 테이프는 정말 많이 들었다.
그렇게 모은 테이프들은 죄다 책상에 넣었다. 그리고 난 지금도 듣고 있다. 가끔 이렇게 가을인데 마음이 멜랑꼴리 하면 테이프를 들고 다니면서 듣는다. 요즘 같이 폰으로 잘 되는 재생 음악이 있음에도 잡음이 있는 음악을 들으면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하여 느낌이 다르다.
그때는 그랬다.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김광석을 미친 듯이 듣고 있으니 웃으면서 "너 힘들구나?"라고 말했다. 남학생이었는데 나는 그게 무슨 뜻인가 싶어서 "뭐라고?"라고 물었고 그 친구는 "그냥 김광석은 힘들 때 들으면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아서 " 하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생각해 보니 내가 힘들 때 김광석 음악을 더 많이 들은 것 같기도 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집에서는 요즘 lp를 듣는다. 주말에 여유가 있으면 커피를 내리면서 듣는데 역시 김광석이다. 가을에는 음색이 너무 찰떡같아서 정말 좋다. 한참 여유룰 부리다가 일이 많아지면 부리나케 한다. 이 좋은 호강도 내게는 추억이다.
그때의 테이프를 보니 참 치열하게 살았구나 싶다.
이소라 이승환 김광석 김현철 김광민 등등 정말 테이프가 많다. 먼지가 묻을까 하여 책상 속에 보관을 했더니 그나만 음질이 있어서 소리를 들을 수 있는가 싶어서 꼼꼼하게 다시 청소를 했다.
가을이다. 곧 겨울이라는 소식에 씁쓸하지만 어쩌겠는가. 자연재해인 것을.
겨울에는 겨울에 맞는 테이프를 찾아 들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