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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Nov 03. 2023

다시, 밤-독백 4

사랑이란, 어쩌면  흙 묻은 신발을 가지런히 놓아주는 건지도...

2023년 11월 3일 금요일 새벽 1시 10분이 지날 때...


습관처럼 사진을 찍는 버릇이 있다.

그 순간의 기분과 느낌을, 그리고 그 분위기를 기억해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꼭 그 느낌을 살려서 글을 쓰고 싶은 욕심에 언제부터인가 나는 사진을 습관처럼 찍는다.

그렇기에 나의 폰은 거의 사진과 글을 쓰는 용도로만 사용이 된다. 게다가 방대한 양의 사진을 폰에 저장하고 있다.
폰의 메모리 공간 확보를 위해 아까 오래전 사진들 중에 버릴 것들이 없나를 살피느라 뒤적이다가 몇 장의 사진을 발견했다.


지인들과 모임에서 등산을 갔던 날 저 아래서부터 숨을 헐떡이며 올라오는 모습이 한 걸음 뗄 때마다 찍혀있는 사진들...

단체방에 올려줬던 그 사진들, 누가 찍은 것인지 나는 이름을 확인하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누군가 나를 생각해 준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 떨리는 일이다.

소중히 여겨주고, 배려해 주는 것, 사소한 것도 기억해 주는 것,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내 편이 있다는 든든함...


언제였을까?
아무렇게나 벗어둔 나의 신발을 가지런히 놓아주는 그의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던 날이 있었다.
비 온 뒤 했던 산행이라 등산화에 흙이 묻어 있었건만 손으로 그 흙을 살짝 털어서 식당의 신발장에 놓아두던 모습을 나는 우연히 보고 말았었지...


사랑이라는 것, 어쩌면 거창한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사소하게 나를 생각해 준 배려의 마음이 오늘은 오래전 그날 멀리서부터 땀을 흘리며 줄을 잡고 가파른 오르막을 헉헉 오르던 모습을 찍은 그 몇 장의 사진들로 인해 떠올랐다.

한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고맙고도 귀한 그런 밤이다.





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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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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