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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Jun 25. 2024

나의 詩 사랑 후에 오는 것

사랑은 시골정거장 하나 지나는 순간마다 봉긋 피어오르는 목화솜 같았지

사랑 후에 오는 것

                                이은희


하얀 가지를 간질이던 따사로운 입김쯤은 됐을까?
그대는 지나는 바람에 지나지 않다 했지
긴 세월에서 비할 것이 못 된다고 했지
굳이 의미를 부여할 이유도 없지
생각해 보면 인생도 그리 길지 않던 걸

까만 하늘에 가끔 반짝이는 별빛쯤은 됐을까?
그대는 여름날 한낮에 지나는 소나기였다 했지
春夏秋冬 사계절을 놓고 보면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지
굳이 슬퍼할 이유도 없지
생각해 보면 더 진한 첫 입맞춤도 잊히던 걸

가슴은 아직도 울렁거려
완행버스를 타고 하루가 다 걸려서 외가에 가던
일곱 살 그때 덜컹덜컹 멀미가 나는 비포장 시골길을 지나던 것처럼
사랑은 시골정거장 하나 지나는 순간마다 봉긋 피어오르는 목화솜 같았지
이별은 모두가 내린 텅 빈 완행버스에서 일던 흙바람 같았지.



아빠가 키우신 천일화~♡






2024년 6월 25일 화요일 오전...


지난주 월요일 광주 친정에 내려갔다가 목요일 올라왔다.

처음엔 월요일 저녁시간으로 KTX를 예매해 뒀는데 낮에 짐을 챙기다 보니 차라리 내차를 가져가는 편이 번거로움 없고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표를 취소했다.

어떻든 장시간 혼자 운전하는 것은 졸리기도 하고, 조금은 긴장도 되고...


마지막으로 광주를 혼자서 운전하고 내려갔던 게 언제였을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후에도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어떻든 큰아들이 고3 때도 한 번 남편과 크게 다투고서 홧김에 짐을 싸서 혼자 차를 몰고 내려갔던 일이 떠오른다.  아마도 2020년 가을쯤이었으리라.

생각해 보면 아들 수능이 몇 달 남지 않았을 때니 스스로도 철이 없는 엄마였단 생각이 든다. 아니 작은아들은 중1이었으니 참 지금 생각하니 더 마음이 아파온다.

그렇지만 그것이 내 결혼 20년 만의 첫 가출이었으리라. 뭐 지난 일은 이쯤에서 총총하고...


이번엔 엄마가 수술을 하셔서 엄마병원에도 가고, 혼자 집에 계시는 아빠를 며칠이라도 봉양하고자 하는 나름 딸의 사명을 가지고 다녀온 친정나들이였다.


아빠는 젊어서부터 옥상에 화초 가꾸시는 것을 아주 좋아하셨다. 아빠가 키우면 죽어가는 나무도 살곤 했다. 지금은 옥상에 채소를 재배하고 계신다. 꽃화분으로 가득했던 옥상이 채소로 가득하다.

오이, 호박, 가지, 부추, 고추, 상추, 방울토마토, 그리고 심지어는 무화과도 최근에 심으셨단다.


마당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올려놓은 보라색 꽃이 너무 예뻐서 무슨 꽃이냐 여쭤봤더니 '천일화'라고 하신다. 은희 너 집에 갈 때 차에 싣고 가라고도 하신다.

너무 예뻐서 탐이 났지만 곧 이사를 가야 하니 집을 치워야만 해서 내년에 다시 꽃이 피면 새집에 주시라고 사양을 했다.


마당에는 여러 가지 꽃과 나무가 가득 있는데 특히 도시의 집 좁은 마당에서 어떻게 저렇게 남천을 실하게 키우신 건지 감탄이 절로 났다.


"아빠는 원래 우리 어릴 때부터 집 옥상에 화초 키우는 것을 좋아하셨잖아" 했더니 "네 엄마가 꽃을 좋아해서 키웠지" 하신다.

엄마, 아빠 두 분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이 사랑 영원히 지키시며 사시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오전을 보낸다.


아빠가 키우신 남천~♡ 너무 훌륭해서 계속 감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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