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의 스카우터와 약속을 잡고 며칠 뒤 가슴을 졸이며 와이프와 함께 커피전문점으로 갔습니다. 가기 전에 묻고 싶은 것들을 나름 정리해서 갔지만 사실 너무 직설적으로 묻기가 좀 뭐해서 정말 예의를 차린 질문만 하기로 했습니다.
스카우터가 내민 계약서는 대한축구협회에서 공통으로 내려준 양식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각 구단에서 좋은 선수들을 데려가기 위해 여러 조건을 건 계약서를 내밀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열은 곧 부작용으로 돌아오는 법이죠. 선수들마다 입단 조건이 다르면 위화감도 생길 것이고, 좋은 조건을 받고 왔는데 실제로 팀에 기여를 제대로 못 하게 되면 선수나 학부모 입장에서도 부담감은 정말 클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부작용을 겪고 나서 공통 계약서를 사용하게 되고, 한번 사인을 하게 되면 다른 구단에서는 해당 선수에게 접근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합니다. 즉, 사인을 하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죠. 계약서 내용을 살펴보았지만 특별히 눈에 띄거나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그건 특별한 내용이 없는 일반적인 계약서라는 뜻이죠. 단지 선수 스카우트에서 너무 과열되지 않게 하는 게 목적이다 보니 일단은 계약을 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진 것 같습니다.
스카우터에게 궁금한 점을 몇 가지 물어보았습니다.
‘아이는 숙소생활을 하는 건가요?’
‘U-15 숙소에서 다 같이 생활을 합니다.’
충남 OO시에서 @@광역시까지 이사를 가는 건 좀 무리가 있었습니다. @@fc 구단과 계약을 하기 전에 성남 FC 구단의 U-15 감독으로부터 입단 제안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성남FC는 숙소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말에 선택지에서 빠지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강원 FC 구단에서도 입단 의사를 타진해 왔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생각을 접었습니다. 주변 축구를 같이 했던 학부모들에게서 들은 바로는 전북현대 FC, 울산현대 FC, 포항스틸러스 FC, FC서울이 명문팀이라고 하였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기업에서 운영하는 축구클럽이 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축구클럽보다 지원 수준이 높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고등학교, 즉 특목고를 갈려고 하는 건 그만큼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모여 경쟁하기 때문에 면학분위기도 좋고, 선생님들의 수준도 높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축구도 같은 맥락에서 프로구단 산하의 유스팀에 들어가는 것이 결국 특목고를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스팀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학교에 소속된 축구팀의 숫자는 실로 어마어마합니다.
전국 초등학교 U-12 395팀, 전국 중학교 U-15 275팀, 전국 고등학교 U-18 195팀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프로구단 소속의 유스팀의 총 23팀이 있습니다. 중학교 275팀 중 유스팀은 23팀이 있으니 초등학교에서 올라온 꿈나무들은 유스팀의 입단 제안을 받지 못하면 결국 일단 중학교 축구팀으로 들어갑니다. 물론 유스팀이 무조건 최고의 기량을 가진 팀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명문 중학교 축구팀은 여전히 존재하며 처음부터 유스팀보다 이런 명문 중학교 축구팀을 선호하는 부모님도 있습니다. 이는 부모님이 축구를 하셨던 경력이 있던지, 아니면 지도자로 활동하고 계시던지 이런 축구바닥에 대해 이미 다 아시는 분들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중학교 축구팀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의 축구는 초등학교까지라고 믿고 있었고, 정말 건강하고 즐겁게 축구하는 것만으로 축구와의 인연은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자들 사이에서 축구를 잘하면 학교생활, 군대생활, 직장생활에서 모두 편해지는 건 다 아는 사실입니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면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축구하며 놀았고, 축구 잘하는 친구가 인기도 제일 많았습니다. 반 대항전을 하게 되면 선생님도 축구 잘하는 친구를 엄청 챙기셨고요. 군대 이야기는 안 하고 싶지만 수요일에는 무조건 축구를 해야 하는 게 법칙이었고, 축구를 잘하면 군대생활도 편해집니다. 직장에 들어가서도 체육대회를 하게 되면 축구는 무조건 하게 되는 경기이고, 여기서 잘하면 일 좀 못 해도 인정받으며 넘어갑니다.
인생이 축구로 시작해서 축구로 마무리되는 것 같네요. 그래서 개발인 아빠 입장에서 아이가 초등학교 때 배워 놓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다른 집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중학교 다니고 좋은 고등학교 진학해서 대학까지 무사히 가는 게 정해진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축구선수를 하겠다는 아이의 꿈과 유스팀에서 입단 제안을 받게 되면서 취미로 하던 축구가 아닌 축구가 주가 되는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스카우터에게 몇 가지 들은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스팀에 들어오면 모든 훈련비와 대회 참가비 등은 일체 구단에서 지원합니다. 그리고 일 년에 한 번씩 유니폼과 훈련복을 지급합니다. 훈련 이후 저녁식사도 구단에서 마련해 주기 때문에 따로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대신에 구단의 동의 없이 팀을 나갈 수 없으며, 나갈 경우 그동안 아이에게 지원된 모든 비용을 청구하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다른 유스팀으로 옮기는 것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팀에서 방출되면 다른 팀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또한 축구를 아예 그만둘 경우 구단에 이야기하고 나올 수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구단에서는 먼 미래를 보고 아이들에게 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이 아이들이 잘 커주어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무사히 마치면 그중 가장 뛰어난 아이를 구단에서 프로로 데려가는 시스템입니다. 유럽의 명문팀들도 이런 시스템을 운영 중입니다. 우리가 아는 이강인선수, 손흥민선수, 이승우선수들이 유럽의 명문구단 유스팀에서 실력을 쌓아 올라온 대표적인 선수들입니다. 아래 표는 프로구단 K1, K2에 소속된 유스팀을 정리한 것입니다. 참고로 유스팀의 지원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고 합니다. 약간의 훈련비를 내는 곳도 있고, 유니폼 비용을 내는 팀도 있다고 합니다. 유스팀 스카우터와 이야기를 하게 되면 이런 부분은 직접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