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유스팀의 입단 제안을 받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중학교에 올라가 계속 축구를 할 것이라는 것 자체가 아이의 성장 계획에 없었습니다. 평범하게 학교 다니고 적당한 성적 받아서 적성에 맞는 대학에 진학하길 원했습니다. 집안에 사돈에 팔촌을 다 뒤져봐도 축구를 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니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두려움과 주변에서 들려주는 운동선수 뒷바라지 이야기는 과연 우리 부부가 감당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만 키웠습니다. 지금 천천히 지나간 과거를 되돌아보면 우리 부부의 의지와 상관없이 공은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다닌 축구클럽은 ‘OO축구클럽’입니다. 개인 사업자의 축구클럽입니다. 이 작은 동네에도 여러 축구클럽과 축구부가 있는 학교가 있습니다. 이 축구부와 클럽 중에서 나름 상위권의 성적을 내는 곳입니다. U-12, U-15, U-18 팀을 보유하고 있으며, 총괄 감독은 축구바닥에서 알려진 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U-12팀의 실력과 성적은 저조했습니다. 전국대회인 화랑대기 축구대회에서 예선을 통과할 정도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팀 소속이지만 지도자의 의지와 인맥에 따라 좋은 유스팀과 명문 축구부에 보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통 5학년 하반기부터 좋은 선수들은 유스팀 스카우터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각종 대회를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실제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게 되면 유스팀의 입단 제안을 받게 됩니다. 가장 무난하고 일반적인 코스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속한 축구클럽의 성적은 지역대회에서 겨우 4강에 진출할 정도이며 전국대회에는 명함조차 내밀기 힘든 실력이었습니다. 아이가 다녔던 축구클럽의 감독님은 프로구단 U-15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코치를 맡았던 분이 감독으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학부모들은 기존 감독님의 인맥과 지도력에 의지를 많이 하고 있었던 터라 팀 내 분위기는 아주 안 좋아졌습니다. 그래도 감독님은 자신이 갑자기 이직을 하게 된 것에 미안한 마음과 현재 6학년에 올라오는 아이들의 진학을 위해 신경을 써 주었습니다. 우리 아이는 감독님의 소개로 @@fc 스카우터를 통해 입단테스트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약속된 날에 우리 부부는 아이와 함께 @@ 축구연습장으로 찾아갔고, 거기서 아이는 U-13(중학교 1학년) 팀에 들어가 상대팀(U-12)과 경기를 하였습니다. 원래 포지션이 왼쪽 윙이었기에 그 자리에서 1 쿼터를 뛰었고, 다음 쿼터에서는 왼쪽 백으로 수비수 자리에서 경기를 뛰었습니다. 그날 감독님과 스카우터, 코치진들이 다 함께 경기를 보았고, 아이는 재미나게 경기를 뛰었습니다. 일부러 U-13 형들이 패스도 많이 해주고 격려도 해 주어 아이는 신나게 경기를 뛰었습니다. 나중에 아이에게 어떠했냐고 물으니 너무 재미났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롱패스, 반대 전환패스 모두 잘 받아주고 선수들의 움직임이 너무 좋아서 경기하는 내내 본인의 실력까지 올라가는 기분이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연습경기를 끝내고 돌아오는데 아이는 여기에 꼭 오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에 스카우터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입단테스트 결과 합격했으니 입단 결정을 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소개해준 감독님에게 연락을 해 어떻게 해야 할련지 상의를 했습니다. 감독님은 포항스틸러스 유스팀에도 2~3명 입단테스트를 받게 할 생각이니 결정을 잠시 유보하라고 하였습니다. 갑자기 여러 기회를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축구클럽의 신임감독님도 다른 유스팀과의 연습경기를 마련하여 아이들의 진학의 길을 찾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성남 FC 유스팀과 연습경기를 통해 입단 제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아이의 의사를 물어보았고, 아이는 @@fc를 선택하였습니다.
이처럼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하여 축구를 계속하려면 여러 선택지에서 그 해당 길을 찾아야 합니다.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해당 프로구단 산하의 U-12에서 축구를 하는 경우
-전국대회 등 여러 경기에서 좋은 성적과 선수 개인의 실력을 보여주는 경우
-소속팀 감독의 소개로 입단테스트를 받는 경우
-유스팀과의 친선 경기를 통해 선수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는 경우
유스팀에 들어갈 경우 경제적으로 지원받는 부분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매달 내야 하는 훈련비, 기숙사비, 식비가 있고, 동계훈련비, 대회 참가비, 유니폼비용까지 생각하면 1년에 2~3천만 원을 지원받게 되는 것입니다. 일반 축구클럽이나 중학교 소속 축구부에 들어갈 경우 이런 비용은 개인이 지출해야 합니다. 이런 좋은 지원에도 유스팀이 아닌 명문 중학교 축구부에 들어가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건 유스팀은 철저하게 평가받고, 그 평가를 통해 퇴출이라는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일반 축구부에 들어가지 않았기에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으나 다른 학부모들에게 들은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축구부에 들어가면 퇴출은 없지만 실력이 떨어지면 주전경쟁에서 밀려 벤치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감독의 전술과 의지에 의해 주전경쟁에서 한번 밀려나면 좀처럼 다시 올라가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감독의 눈에 띄기 위해 아이도 부모도 모두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 축구부에서 다른 팀으로 옮기는 것도 가능합니다. 즉 유스팀으로 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중학교 축구부에서 실력이 좋은 선수는 고등학교 진학 시 유스팀의 입단 제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유스팀 소속의 중학생은 구단에서 정해 놓은 고등학교로 진학해야 하며 다른 유스팀으로 옮겨 가는 것은 아주 어렵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게 팀을 옮기거나 해외로 나가는 것은 학교 소속 축구부에 소속되어 있을 경우 유리합니다.
하지만 유스팀은 철저하게 계약된 관계이기에 팀을 옮기거나 해외로 나가기 위해서는 기존에 받은 지원에 대해 모두 정리해야 합니다. 그래도 제가 만난 학부모들은 대부분 유스팀을 선호했습니다. 일단은 체계적인 선수관리와 스태프, 공정한 경쟁을 통한 주전경쟁을 유스팀의 장점으로 들 수 있습니다. 모든 훈련과 시합 내용, 결과뿐 아니라 선수에 대한 세세한 정보까지 구단에 보고가 올라갑니다. 그만큼 공정하게 관리되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U-15 지도자와 스태프는 다음과 같습니다. 감독, 고학년 코치, 저학년 코치, GK코치, 의무트레이너가 있습니다.
모두가 좋다고 생각하더라도 내 아이와 맞는 곳을 선택하는 게 중요합니다. 유스팀에 들어갔다가 중간에 퇴출되면 그 상처 또한 클 것입니다. 퇴출 이야기는 다른 장에서 다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