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흥미 찾기의 길
미리 3줄 요약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교육과 독학을 병행함
AWS에서 진행하는 공식 교육 프로그램에 합격. 다양한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오며 개발자말고 다른 직무에 관심 갖게 됨. 그 과정에서 다시 과거를 돌아봄.
"단초님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단초님이 정직원 선택을 하지 않은 건 HR 전략을 잘못 세웠기 때문이다." 이 말이 뇌리에 떠나지 않음. 답을 찾기 위해 HR 중 채용 업무를 하기로 함.
그 뒤에 부트 캠프를 찾아 리스트를 정리했다. 백엔드를 하고 싶어서 백엔드 혹은 풀스텍 위주로 찾았다. 이게 웬걸, 개발자 열풍이라 유명 부트 캠프가 아닌 국비도 경쟁률이 치열했다. SSAFY 광탈, 한 유명 국비 교육은 면접에서 탈락했다. 예상과 다르게 강제로 공백기가 생겼다.
공백기에는 CS 위주로 공부했다. 자료구조, 알고리즘, Web 전반 기초 지식을 공부했다. 느긋하게 했지만 어쨌든 준비한 덕분인지 유명 국비 교육에 붙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경쟁률이 꽤 높았다고 했다.
새벽에 나가 수업 2시간 전에 도착해 미리 예습하고, 갔다 와서 복습하고 정말 성실하게 공부했다. 그러는 동안 한 유명 부트 캠프가 열렸다. 해당 부트캠프 준비와 국비를 병행하려 했으나 도저히 시간이 되지 않았다. 통학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고, 무엇보다 부트캠프에서 요구하는 역량이 하루 한두시간 공부 가지고 되지 않았다.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2개월 정도 흘렀다. 그때 주변에서 합격 소식이 들려왔다. 가장 친한 친구들의 합격 소식이라 질투도 나지 않았다. 진심으로 축하했다. 다만 계속 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저 친구들처럼 무언가를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얻은 결과가 있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3개월 동안 포트폴리오 만들어서 PM 인턴을 한 것도 친구들이 이룬 것과 동일한 성취임을 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겨다. 늘 쉬운 길만 골라온 내가 싫었다. 이때부터 부트캠프 준비에 올인했다. 수업 진도는 최소한으로만 챙기기 위해 예습을 안 하기로 했다.
이때 실수한 것이 관둘 거면 아예 관뒀어야 했다. 불안함에 어정쩡하게 병행하다보니 국비 교육, 부트 캠프 준비 모두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하나에 집중해야 했었다. 결국 부트캠프는 떨어졌다. 남은 건 진도를 쫓아가지 못한 상태에서 맞이하게 된 팀플이었다.
팀에 민폐를 끼칠 수 없고, 진정으로 뭘 하고 싶은지 재정비 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1월에 국비를 관뒀다. 물론 팀원들에게도 사과와 함께 관둔다고 프로젝트 들어가기 전에 말했다. 이 과정에서 국비 매니저님과 강사님이 엄청 말렸다. 내가 정말 열심히 했기 때문에 금방 진도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정비 시간이 너무나도 필요했기에 거절했다. 그렇게 다시 공백기가 생겼다. 그동안 인프런과 유데미에서 따로 강의를 보며 개발 공부를 이어나갔다.
추가로 이때부터 영어 쉐도잉을 시작했다.
혼자서 공부하다가 아마존에서 운영하는 공식 교육 프로그램 1기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클릭했다. 클라우드, aws 서비스, cs 기초를 다룬다고 했다. 백엔드와 다르지만 요즘 클라우드 환경에서 개발이 진행된다는 걸 알기에 알아서 나쁠 건 없다 생각하고 신청했다. 자소서와 면접을 거친 뒤, 합격했다. 1기라서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다. 나중에 알게 된건데 경쟁률이 6 : 1이었다. (헷갈리긴한데 비슷한 수치다)
교육 과정에는 소프트 스킬을 배우는 시간이 꽤 있다. 이때 해당 교육을 진행하는 메가존 클라우드, AWS에서 일하는 다양한 현직자들이 와서 소프트 스킬 관련 강의를 하고, 직무 관련 질문을 받았다. 클라우드 엔지니어같은 기술직군 뿐만 아니라 해외영업, 교육 프로그램 담당, 백오피스 직무, HR, 마케팅 등 정말 다양한 현직자들이 와서 강의를 했다. 처음에는 백엔드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TED 강연처럼 편하게 들었다. 하지만 각 사람의 커리어패스, 하는 일을 생생하게 들으며 다른 직무에도 관심이 조금씩 갔다.
커리어패스가 궁금한 사람들이 올 때마다 꼭 손을 들고 질문했다. 어떻게 그 커리어패스를 밟게 됐으며, 왜 직무를 변경했는지. 모든 규모의 회사(스타트업부터 세계적인 대기업)를 다녀본 분도 있었고, 개발자에서 영업직으로 커리어를 변경한 분도 계셨다. 몇 명은 전공이 아예 IT와 관련이 없었다.
대답은 제각각이었다. 재밌어서, 이전 직무가 맞지 않아서, IT 산업에 관심이 있어서 등 다양했다. 공통점은 다들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판단한 뒤 내린 결론이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이 뭔지와 같은 근본적인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다.
던진 질문 중 하나는 '왜 개발 공부를 시작했느냐' 였다. 깊게 파고드니 단순한 결정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직접 만드는 걸 좋아하고, 기획을 제안할 때 직접 만들어서 보여줘야 하는 타입'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끝나지 않았다.
첫 번째, IT는 현재 어떤 분야든 빠지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 관련 기술을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게 지금이다.
두 번째, PM 인턴 당시, 개발자들의 말을 알아듣기 어려웠다. 당분간은 IT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데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론 공부보다 실전으로 부딪히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 미련이었다. 컴퓨터에서 법으로 전과했다. 당시에는 개발이 너무 싫었다. 생각해보면 공부를 열심히 안 한 상태에서 좋은 결과만 찾으니 당연히 싫어했다. 이제는 열심히 할 수 있고, 그 계기(첫 번째, 두 번째)가 간절해서 시작한 것이다.
공부하는 게 그리 싫지는 않았다. 이론도 그냥저냥 들을만 했고, 거의 3개월 동안 매일 알고리즘 한 문제씩 풀었다. 교육도 열심히 들었다. 하지만 재밌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었다. 인턴 시절 이야기를 나눈 다른 구성원들처럼 단박에 재밌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인턴을 하면서 그나마 재밌다고 느꼈던 일, 제일 기억에 남은 일을 일단 무작정 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