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초 Apr 15. 2023

1. PM → 개발자 → HR

PM을 관둔 이유

정말 오랜만에 들어온 브런치다. 인턴 수료 후,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는듯 있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내면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지만 겉으로는 아무 성장이 없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리할 필요를 느껴 글을 쓴다. 글이 생각보다 길어져 3화에 나눠 쓴다.




1. PM 인턴


1. 첫 인턴, 비대면으로 시작하다


코로나로 인해 첫 한달은 비대면 위주로 업무가 진행됐다. 느리게 적응할 내 모습이 눈에 훤했다. 구성원들 얼굴을 볼 일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돌아가는 걸 파악하기가 어려우니 조용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로 '내적 친밀도'라는 말이 있다. 내적 친밀도란 말을 한번도 안 한 사이어도 계속 얼굴을 본 것만으로 쌓인 친밀도를 말한다. 이게 높으면 아무리 말을 안 한 사이어도 막상 말을 걸면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 이 비대면은 내적 친밀도 형성을 가로막았다. 누구한테 말을 걸어야할지, 어떤 타이밍에 말을 걸어야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업무 능력 하락으로 이어졌다. 사수님이 인턴 평가 F를 줬다. (Pass or Fail이었다) 당연한 결과라 억울하지도 않았다. 이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혼자 이것저것 다 해봤다. 인사팀장님에게 어려운 상황을 말하고, 사수님에게 문제를 공유하려 했다. 다른 PM님의 SNS로 커피챗을 요청해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잡담조차 나누지 못한 상황에서 의사소통은 점점 벽으로 다가왔다.



2. 짐을 내려놓다


그러던 내가 딱 한 달 뒤부터 빠른 속도로 업무에 적응했다. 이유는 2가지다. 


첫 번째, 코로나 경고 단계가 내려가며 출근을 하게 됐다.

두 번째, 팀장님과의 1on1으로 서로의 니즈를 파악했다.


첫 번째, 코로나 경고 단계가 내려가며 출근을 하게 됐다.

출근 하나로 변한 게 너무 많았다. 다른 사람이 언제 바쁜지 바로 확인이 가능했다. 대부분의 경우 대면으로 말을 걸면 됐기에 메신저보다 빠른 속도로 해결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내적 친밀도'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며 편해졌다. 농담도 주고 받고, 같이 점심도 먹으면서 친해졌다. 신기하게도 이 높아진 친밀도는 내가 사무실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업무 관련 질문이나 부탁을 쉽게 하도록 해줬다.


드라마처럼 갑자기 업무 능력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이때 스스로 엄청 자책해서 가뜩이나 못하는데 일을 더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정기적으로 있는 팀장님과의 1on1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팀장으로서 업무 관련 이야기부터 사회 초년생인 나를 위한 진솔한 조언까지 해주셨다.


두 번째, 팀장님과의 1on1으로 서로의 니즈를 파악했다.

이 회사에서 인턴을 하기 참 잘했다고 느낀 이유 중 하나가 정말 좋은 사람들이 가득한 회사였기 때문이다. 적응이 어려워 헤맬 때, 음료수를 사주고 응원 메시지를 보내줬던 디자이너 분, 자기도 힘들었던 적이 있다며 먼저 이야기 해준 또 다른 디자이너 분, 업무는 물론 개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같이 고민하고 경험을 공유해준 인사 팀장님, 제품팀 팀장님. 그 외에도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팀장님은 나에게 바라는 건 "회사 문화에 적응하기. 그러기 위해서 회사 사람들과 친해지고, 이야기를 나누며 업무 파악하기." 딱 이거 하나라고 말했다. 첫 인턴, 첫 사회 생활이기 때문에 대단한 결과를 내놓기를 바라지도 않고, 그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일을 못하는 것에 자책하지 말라고 했다. 머리로만 알고 있는 사실을 누군가가 탁 집어 말해주니까 정말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그때 그 기분은 잊지 못한다.


이 대화 뒤로 팀장님은 내가 큰 관점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조정해줬다. 모든 미팅에 참여하게 하고 (원치 않으면 빠져도 된다고 했지만 당연히 참여 가능한 모든 미팅에 참여했다.) 다른 팀과 협업하여 간단한 기획안을 만드는 일을 제안했다.


이때부터 나의 업무 능력은 빠르게 올라갔고, 적응 속도는 급속도로 빨라졌다.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할 정도면 말 다했다고 본다.



3. PM은 아닌 것 같다


위에서 말했듯이 나는 구성원들에게 직무 인터뷰와 가까운 대화를 계속 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당연한 거지만) 다들 본인 일이 정말 재밌고, 자기와 잘 맞는다고 했다. 적어도 둘 중 하나는 해당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PM 일이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직접 무언가를 한다기 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그리고 필요한 요소를 조합하는 느낌이었다. 팀장님은 '기획자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하셨다. 


기획자는 추상적인 단계에서 일을 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는 눈에 보이는 걸 좋아했다. 취미도 다 그런 계열이다. 그림, 영상 제작, 게임 등. 예를 들어 기획안을 작성해야 한다고 하자. 액셀과 ppt보다 프로그램 하나를 직접 만들든가, 포스터 혹은 영상 하나를 대충이라도 만들어서 보여주는 타입이었다.


3개월은 무언가 맞다, 틀리다를 판단하기 짧은 시간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3개월 간 해당 직무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마지막 프로젝트까지 완료한 후, 정직원으로 계속 남아있을지 그대로 수료할지 팀장님, 인사팀장님과 이야기를 했다.


CEO와 이야기를 나눈 팀장님이 말한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CEO는 내가 사업개발팀으로 넘어가서 정직원으로 남아있기를 바랐다. 결과는 뻔하다. 거절했으니까 이 글을 쓰고있다.


'눈에 보이는 단계에서 직접 만드는 게 좋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 망설임 없이 개발 공부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개발자 분들과 많이 이야기하면서 영향을 무의식적으로 받은 것도 있었다. 떠나기 전, 인사 팀장님과 2번 이야기를 나눴다. 첫 번째는 개인 대 개인으로 편한 자리였다. 두 번째는 HR 팀장으로서의 이야기였다. 자세한 내용은 업무 상 말할 수 없다. 다만 팀장님의 한마디 때문에 HR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단초님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단초님이 정직원 선택을 하지 않은 건 HR 전략을 잘못 세웠기 때문이다."


당시 이 말을 듣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신도 아니고 내가 그 직무에 맞는지, 안 맞는지 어떻게 알겠어.'였다. 당장 본인도 이 직무가 잘 맞을지 안 맞을지 몰랐다. 아무리 HR 팀장님이라도 어쨌든 타인이다. 타인이 그걸 아는 건 힘든 일이 당연하다는 마음에 든 생각이었다.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은 '대다수가 본인 일이 재밌다고 했는데 그 사람들은 어떻게 채용한 걸까? 질문의 뉘앙스가 달랐을까?'였다. 그동안 나름 직무 인터뷰를 했다고 앞에서 계속 말했다. 그 대화가 스쳐지나가며 팀장님의 말을 인정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다음 의문이 들었다.


'그럼 성공적인 HR 전략은 뭐지? 어떻게 채용했어야 됐을까? 채용 문구가 잘못된걸까?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하나?'


한번 꼬리를 무니 계속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강렬하게 개발자가 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 질문은 잠깐의 관심일 줄 알고 무시했다. 그렇게 인턴이 끝나자마자 개발 공부를 시작했다.







이전 06화 4. 서비스 분석 : 챌린저스, 그로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