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선수의 삶 속에 가치를 찾아주기(Hero interview
필자는 주니어레슬링선수를 코칭하고 있다. 운동 중 가장 강도가 높은 레슬링선수!! 게다가 부모와 소통도 어렵다는 고등학생 남자선수이지만 ‘레슬링주니어선수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라고 생각하니 셀레고 떨렸다. 이 친구가 오기전까지는 무엇이 고민인지 어떤 것 때문에 오는 것인지 알 수 없기에 코치로써 내가 할일은 선수의 살아온 스토리를 알아내는 것이다
Hero interview 라는 가치를 찾아주는 인터뷰를 했다. 이것은 3가지 질문으로 선수의 가장 즐겁거나 행복했던 순간, 가장 괴롭거나 슬펐던 순간, 가장 감사한 사람이나 사건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선수의 인생을 짧고 빠르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며 그 질문을 통해 우리는 3가지의 가치를 찾도록 도울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게 가치의 대한 물음에 깊은 생각을 가질 환경이 부족한 문화였기에 이 것을 찾는 질문도 대답도 어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수의 말에 집중하고 삶 전체를 부감하면서 가치를 찾아주겠다는 마음에 진심을 담으면 놀랍게도 찾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평소에 경험했던 질문들은 단답형으로 말할 수 있는 질문들이 많을 것이다. 선수는 나의 질문에 단답형이 많을 것이다. 본격적인 인터뷰를 하기 전 반드시 해야 하는 절차가 있다. 선수의 상태체크이다. 깊숙히 삶을 들여다 볼 상태가 되어있는지 체크한다. 몸상태와 마음상태 체크 후 낮게 측정된 점수를 보고 현재 상태를 추측해 본다. 몸과 마음 중 치우친 곳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가벼운 셀프토킹(3가지 자신과의 대화)으로 몸과 마음상태를 올려본다.
사람들은 성공스토리를 듣고 싶어한다 .그런데 관심분야가 아니거나 아직은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진행형의 사람의 이야기는 별로 달갑지 않은 스토리라 여기게 된다.
금메달리스트나 성공한 프로들의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감동적인 스토리이지만 현재 그 과정을 겪고 있는 선수들의 이야기는 궁금해하지 않으며 결론을 내어 주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참고 견뎌야 한다.’, ‘더 열심히 해라.’ , ‘너만 힘든 것이 아니다.’ 등등 그들에게 과연 이런 말들이 진심으로 깨닫고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될까?
레슬링선수와 첫시작은 라포(rapport)형성이였다. 공통관심사를 찾아 친밀감을 만드는 이 과정은 내아이가 운동선수가 쉽게 되었다.
우리는 손을 잡고 거리를 거닐며 이야기 하기로 했다.
코치: 먼저 내 소개부터 하려고 하는데 괜찮을까?
선수 : 네
코치: 내 이름은 이연희야. 별칭은 이기자. 얼마전 기자가 됬거든. 그래서 성을 붙여서 이기자 이기도 하고 어제의 나를 이기는 삶을 살고 싶어서 이기자이기도 해. 현재 주니어엘리트선수들을 멘탈코칭하고 있어. 그리고 아들도 초등테니스선수야. 난 이름으로 기억해도 좋고 이기자로 기억해 주어도 좋아. 간단히 이름과 나이를 알려줄 수있어?
선수 : 한 oo 이요. 18살 고2이예요.
코치 : 내가 어떻게 불러줬으면 좋겠어? 이름을 부를까? 아니면 선수라고 부를까?
선수 : 이름이요.
코치 : 여기 어떻게 오게 됬어?
선수 : 코치님이 가라고 하셔서요.
코치 : 오늘 선수로써 너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데 말하기 괜찮아?
선수 : 네 괜찮아요
코치 : 나도 테니스선수 아들이 있어. 선수의 엄마로써 선수들을 이해하는 이모로써 편하게 생각하고 하고 싶은 말은 편하게 해. 그래 줄수 있어?
선수 : 네.
코치 : 요즘 일어나는 일들 중 나눠보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
선수 : 모르겠어요. 없는 것 같애요
코치 : 가끔 이를 닦다가도 문득 밥을 먹다가도, 자기전에 떠오르던 생각들이 있는데 그게 어떤거야?
선수 : 있긴한거 같은데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코치 : 꼭 집어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을 수도 있어.
친구생각인지 운동생각인지 나도 모르게 자주 생각나는 게 있을 거 같은데… 어때?
선수 : 아.. 가족이요.
이때 선수가 가장 마음을 쓰는 것이 ‘가족에 관한 것이 구나.’ 를 알아 차릴 수 있고 오늘 나눌 3가지 질문 중 가족이야기가 기쁠 때, 괴로울 때, 감사할 때 중 어디서 나올지를 관심있게 지켜본다. 다음질문 이후에 가족의 이야기를 나눌 때는 선수가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천천히 작은 소리로 질문한다. 그리고 바로 이어 상태체크에 들어간다.
코치 : 먼저 너의 몸상태와 마음상태를 체크해 보려고 하는데 괜찮아?
선수 : 네.
코치 : 몸점수 10점 만점에 몇점이야?
선수 : 7점이요.
코치 :올리고 싶은 몸점수는 몇점일까?
선수 : 8점.
코치 : 1점을 올리기 위해 지금 어떤 걸 해볼 수있어?
선수 : ?
코치 : 불편한 부분을 스트레칭 해도 좋고 가볍게 걸어도 좋을 거 같은데 이렇게…(어깨와 목을 돌려본다.)oo이는 어디가 불편한지 느끼고 스트레칭 해볼 수 있어?
선수 : 무릎과 발목에 부상이 왔어요.
코치 : 그렇구나. 그 부분이 어려우면 다른 부분으로 해보자.
선수 : (기지개도 피고 일어나서 허리도 돌려본다.)
코치 : 이번엔 마음점수 10점 만점에 몇 점일까?
선수 : 5점이요.
마음점수가 낮은 것을 보고 첫 대화에서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안 좋았던 기억을 이야기 할 것으로 추측해본다.
마음점수는 올리고 싶은 점수가 7점이였다. 인터뷰 후 몸과 마음 상태를 꼭 다시 체크하고 올리고 싶은 몸점수와 마음점수에 달성했는지 확인해보았다. 처음 몸상태 7점, 마음상태5점이였고 올리고 싶은 몸상태 8점, 마음상태 7점에서 인터뷰 후 상태는 올리고 싶은 상태로 가 있는 것을 질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코치 : 이제 본격적으로 인터뷰 할까하는데 준비되었으면 시작해도 될까?
선수 : 네
코치 : 우리 이번엔 살면서 너의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 볼꺼야 천천히 생각해보고 준비되면 이야기해줘.
선수:………………선수등록 되었을 때요.
코치 : 그렇구나. 그때 어떤일들이 있었어?
선수 : 저 원래 농구선수였거든요. 농구도 재밌고 잘했어요. 어릴 때는 아이스하키도 했었구요. 엄마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셨거든요. 근데 갑자기 레슬링 코치님이 하자고 하셔서 스카웃됬어요. 힘들고 그랬는데 선수등록하고 나니까 좀 기뻤어요.
코치 : 선수가 되서 어떤 기분이였는데?
선수 : 힘들게 했는데 이제 진짜 선수가 된 기분이요. 보상받는 기분? 머 이런거요.
이때 행복했던 순간에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도록 질문한다. 어떤 옷을 입었는지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주변에는 무엇이 보이는지 자신의 표정은 어떤지 등 이런 것들을 통해 당시를 또렷하게 회상하도록 돕는다. 이선수는 본인이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했다고 했다. 당시 엄마가 사준 운동화가 지금 신고 있는 거라면서 신발을 바라보며 기쁜 순간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엄마가 사준 운동화는 이것이 하나라며 체급 바꿀 때 식단조절해야 하는데 엄마가 해준 것이 하나도 없다는 둥 불만을 말하기 시작했다. 현재 상황헤서 좋을 것을 기억해야 하기에 부정적인 마음을 떨쳐내는 방법을 알려줬다.
코치 : 안 좋은 기억들이 떠올라?
선수 : 엄마 생각이요.
코치 : 잠시 눈을 감고 화나고 좋지 않은 기운을 발끝, 손끝으로 가져가보자… 준비되면 이야기해줘.
선수 : 네. 가져왔아요.
코치 : (손은 물을 털때처럼 털고 발은 살짝 콩콩 뛰어본다.) 이렇게 털고 지나갈거야. 따라해볼까?
아니면 네가 하고싶은 데로 해도돼.
선수 : (털어본다.)
코치 : 마음이 좀 돌아왔어? 아니면 한번 더 시도해 볼까?
선수 : 좀 괜찮아졌어요.
생각은 몸을 지배한다. 즉 생각한데로 움직이게 된다.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는 행동을 통해 마음을 보여주게 된다. 그런데 역시 행동 또한 마음을 움직이기도 한다. 이런 작은 움직임이 실제로 몸을 통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실제 프로선수들은 긴장했을 때 긴장을 푸는 자신만의 루틴을 찾게되면 그 행동 하나로 마음을 지배 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코치 : 선수등록을 하면서 넌 어떤 것 때문에 기뻤을까?
선수 : 열심히해서 선수가 되었다는 거요.
코치 : 그렇구나. 여기서 우리가 가치를 찾아 볼건데 단어가 딱 떠오르지 않으면 내가 몇개 말해줘봐도 될까? 진정으로 선수가 되었고 엄마가 선수로써 알아주고 선수로써 선후배들을 만나 찐시합을 하면서 인정, 성과, 성취, 노력 등등이 있는데 이중에서 니가 느끼는 가치가 있을까?
선수: 인정 같아요. 누구에게 인정 받을 때 행복하고 기쁜 것 같아요.
선수로 등록할 때 가장 기뻤다고 했다. 자신이 열심히 훈련해서 선수가 되었고, 사람들이 축하해주어 존재감이 생겼으며, 생각보다 잘하다고 선배들이 칭찬해줬다. 이럴 때 기쁘다고 했다. 우리가 여기서 가치를 찾아보기로 했는데 역시나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워했다. 일단 몇가지 단어를 말해줄 테니 거기서 느끼는 가치를 말해 달라고 했다. (이 과정에 어려우면 네이버에 ‘가치카드’라고 치면 구입도 가능하다. 심리상담에서 많이 사용) 자신이 느끼는 가치는 ‘인정’ 이라고 했다. 선수의 가치를 하나 찾아냈다.
두번째 가장 괴롭거나 힘들었거나 슬펐던 일은 역시나 어머니에 관한 것 이였다. 어머니의 두번의 이혼과 아버지의 부재, 새아버지와의 헤어짐 속에서 선수의 탓이라고 혼을 내는 어머니를 원망했다. 운동선수는 먹는 것도 중요한데 자신을 잘 챙겨 주지 않는다며 원망 가득한 말투와 표정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때 선수의 이야기를 전부 듣고 이렇게 질문해 보았다.
코치 : 그런 일들이 있었구나. 힘들고 슬펐던 일들로 기억되었겠네… 그런과정을 겪으면서도 선수등록 했을 때 열심히 하라고 말해 주셨고 선수등록 할 때 운동화도 사주셨고 엄마가 고마웠던 것도 있을 거 같은데 어때?
선수 : ……………. 나 안 버리고 키워준거요.
이렇게 말하던 선수는 하나하나 엄마와 좋았던 기억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이야기끝에 우리는 사랑이라는 또하나의 가치를 찾아내었다. 선수엄마로써 엄마가 혼자 힘들었을 시간들을 간접적으로 들려주었다. 몸이 힘들면 말이 내가 의도하지 않게 험하게 나갈 수도 있으니 집에서 엄마를 좀 도와주는 것도 방법일 거라고 또 어떤 것들이 있을지 같이 생각해보자고 했다. 한참 이야기하고 어머니는 너에게 어떤 존재이냐고 물었다. 그 대답은 놀라웠다.
코치 : 이런일들이 있었구나.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방법들을 몇가지 찾았다 그치? 마지막으로 어머니는 너에게 어떤 존재인 것 같아?
선수 : 나요…… 엄마는 그냥 나같아요…
코치 : 엄마는 너이기도 하고 너는 엄마이기도 하고 같은 존재로 생각하는구나. 변함없는 존재… 그렇게 느끼는 거 맞을까?
선수 : 네.
괴롭고 힘들고 아픈 기억이 엄마로 인한 것이 였지만 알고 보면 그냥 ‘나 사랑해주세요’라는 신호였다. 엄마로써 먹먹해 지는 순간을 겨우 참았다. 이것만 보아도 주니어멘탈코치는 절대적으로 부모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10번의 코칭이 있다면 최소한 3번은 부모가 코칭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 책을 통해 코칭을 이해하고 아이에게 하는 코칭을 연습해 보면서 힘들게 운동하며 지친 나의 선수를 부디 어루만져 주길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인터뷰를 시작했다.
가장 감사했던 사람이나 사건에서는 자신의 주위 사람들이라고 했다. 한번 포기하려고 했던 적있었는데 그때 엄마, 코치님 , 선배들이 자신의 곁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힘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하겠다고 했을 때 할 수 있다고 믿어준 것이 가장 감사하다고 했다. 그것에서 우리는 ‘관계’이라는 가치를 찾아냈다.
히로인터뷰에서 이선수가 인생을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가치를 세가지 찾아냈다.
인정, 사랑, 관계 앞으로도 기쁘거나, 행복하거나, 슬프거나, 괴롭거나, 힘들거나, 감사할 때
이 가치들을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선수들에게도 그들의 인생이 있다. 누구도 궁금해 하지 않고 모든 선수를 똑같이 대한다면 힘든 몸보다 지친 마음 때문에 선수를 포기하게 될 까 그것이 안타깝다. 답을 얻기위한 질문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며 해 보시 길 권한다. 어떠한 질문에도 선수안에 답이 있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질문 해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