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사 년 유월, 여름이 시작될 때.
햇볕은 유난히 짙었고,
나는 조용히 무너졌다.
“심각한 건가요?”
의사 앞에 앉아 묻는 목소리는,
생각보다도 작았다.
청천벽력이었다.
건강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문제없는 장기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담담한 설명 뒤에, 나는 말없이 앉아 있었다.
불쑥 떠오른 건
몇 해 동안의 식생활이었다.
찬밥, 라면, 밀가루,
아이 재운 뒤 몰래 먹은 맥주.
후회가 폭풍처럼 밀려왔다.
숨이 막히고,
“이게 끝인가”
라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다.
⸻
여섯 살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조금 전까지 유치원에서 색종이를 자르고 있었을 아이.
방긋 웃으며 “엄마” 하고 부르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그 아이를 두고
내가 먼저 사라지게 되는 건 아닐까.
그건 상상할 수 없는 공포였다.
나 때문이다.
내 몸을 돌보지 못한 나,
버텨내기만 하려 했던 나.
그렇게, 여름의 초입,
나는 주저앉았다.
⸻
아이를 가진 뒤,
몸은 빠르게 낯설어졌다.
가슴은 축축 쳐지고 엉덩이는 어느새 엄마와 닮아 있었다.
거울 앞에서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렸다.
치열했던 육아 속에서, 아이는 분유를 먹었고 나는 야식으로 하루를 버텼다.
밤마다 맥주와 과자.
그렇게 15킬로그램이 차곡차곡 쌓였다.
아무도 나에게 먹으라 강요하지 않았지만
나는 나를 계속 먹이고 있었다.
지쳐 있었고, 그걸 스스로도 외면하고 있었다.
거울을 보는 시간은 줄었고,
사진 속 나는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육아가 바쁘니까…”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침묵.
정신의 여백이 없었다.
마음에 틈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조금씩,
조용히
나를 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