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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Oct 03. 2022

코로나로 알게 된 내가 글 쓰는 이유

20년 정주행 중입니다

빨간 날의 하루가 시작된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 5일. 나의 일이 시작될 것이다.

지난주 무리한 덕에 내 어깨와 목이 말썽인듯하다.

그래서 쉼을 택한 월요일이었다.     

내일은 일요일, 월요일까지 쉰 탓으로 더 바쁠 것을 예상하지만,

티 내지 않는다.

내가 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로 인해, 일할 때 입 다무는 쪽으로 택한다. 


오후에 있을 아이들 모의시험 평가로 아이방을 정리할 때쯤 연락이 온다.

"저 열이 나서 자가 키트를 했는데 두줄이 나와서요."

그 와중에도 본인 근무부터 신경을 쓰는 후배.     

이걸 어째야 되나, 빨간 날이어서 오프 신청이 겹치기된 것도 있었는데. 

그걸 나보다 먼저 걱정하는 후배.     

"오늘 검사하면 보건소 밖에 안될 거예요. 열도 나니 몸부터 회복하고 근무는 제가 알아서 해결할게요.. 어서 쉬어요."     

그리고는 보건소를 다녀오겠다고 연락이 온다.

내일 결과가 나오겠지.     

그리고 이제 병동에 전화를 한다.

이럴 줄 알고 근무표를 미리 냉장고에 붙여뒀나 보다.     


솔직히 근무표가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침착해야지.

일단 오늘 이브 근무부터 보충하고, 내일부터 하필 데이였구나.

있는 멤버로 하자고 하는 후배의 말을 듣고 일단 끊었다.     

그리고 청소와 요리를 마무리하는 동안 다시 근무표를 본다.

내일 있는 멤버로 하면 가운데 있는 아이가 그다음 날 더 힘들게 되는데, 그러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에 결국 오프인 후배에게 연락을 한다.

최대한 늦게 출근하고 딱 정해진 시간에 맞춰 퇴근하게 해 준다고 부탁했다. 그렇게 한 명이 충원된다.     


코로나로 인해 이렇게 하면서 살아온 지 3년이 다 돼가는 듯하다.     

아직 부서에 걸리지 않고 남은 세명.

참 기특하다.

남들 걸릴 때 같이 걸렸다면, 근무는 어찌 됐을까?

라는 생각이 앞설 때도 있지만, 그만큼 자기 관리를 잘한 것도 그리고 운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올해 초, 코로나 환자를 일반병동에서도 같이 받아도 된다고 했을 때, 후배들이 불안감이 큰 건 사실이었기에.

그러면서 일부 환자들의 불만까지 해결해야 했기에.

그들에게는 그것 또한 일이 증가한 건데도.

잘 참아주었고, 지금은 코로나 환자가 병동내에서는 독감으로 인해 역전되는 상황이 왔다.

열이 나면, 어떤 검사를 먼저 할지 고민이 되는 상황도 있기까지 한다.     

지금까지 잘 관리하다 오늘 걸린 후배도 안타깝다.

열이 나는데도, 동료 걱정부터 하다니. 참 미안하고 고맙다.   


이렇듯, 내가 더블 근무하는 건 아무렇지 않다.

내가 하는 건 정말 한두 번이지 않을 텐가.     

그러나 교대하는 사람들에게 더블 근무는 오늘 같이 근무가 돌아가지 않을 때 빼고는 최대한 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런 근무를 했으니, 후배들도 그런 근무를.

아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되기에 나의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책과 웹툰, 인스타에 올려지는 근무표 이야기까지 수시로 본다.

직업에 관한 소식을 최대한 배제하면 안 된다, 위의 정책은 변하지 않는다.

단, 우리의 젊은 열정들은 항상 변화를 추구하고 내가 생각도 못한 곳에서도 또 다른 아이템으로 간호사로써의 일들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대단하고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근무 3일 이상 안되며, 근무 연속은 4일 이상은 안된다는 나만의 룰. 

그 룰을 지키는 게 내 목표다.     

정말 안될 때만 주면서 양해를 먼저 구하는 게 나의 방식이다.

꼰대 라테가 되기 싫어서가 아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조금씩 변화하고 그걸 익숙하게 해 주어야 교대하면서 지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정확한 것만 짚고 넘어가는 인수인계, 그리고 퇴근할 사람들은 빨리 빠지는 상황이 되도록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노력할 자세다.


선배라면 후배가 더 쉽게 일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것을 없애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진다.

아직도 그렇지 못하기에.     

그 첫 번째가 근무와 인수인계 시간인듯하다.     

20년 전에 내 근무표.

지금 기억해봐도 힘들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근무표였고, 지금은 20년이 지난 상황이다.     

누군가로 인해 장기간 결원이 생기면 헬퍼를 요구하는 게 당연한 거고, 잠깐의 결원은 서로 채워가면서 다독이면 또 그때의 단합력에 또 묘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건,

이런 이유다.     

나의 고정관념을 벗고 새로운 세상에 한 발씩 다가가고 싶기에.     

그래야, 나도 그리고 같이 일하는 후배들도.

웃음 속에서 힘들어도 내가 할게, 제가 할게요.

서로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미소 짓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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