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다’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에 들어 흐뭇하고 즐겁다’, ‘소원대로 이루어져 만족스럽다’이다. 그러나 오늘 나에게서 피어나는 기쁨을 이런 사전적 의미로만 해석하기는 부족하다. ‘기쁘다’의 '기'를 한자어 '氣'로 여기고 이 '기(氣)'를 ‘품어내다’로 해석하고 싶다. 공기, 에너지, 생명력 등을 뜻하는 기운, '기'는 사람의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나 기운을 나타낸다. '품어내다'는 무언가를 내뿜거나 발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를 품어내다'는 사람 내부의 에너지나 기운이 외부로 표출되는 것을 나타낼 수 있다. 이 기운을 오늘 삼천 문화센터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느낀다.
엄마를 떠올리면 기쁘다. 아흔여섯의 고개를 넘어오신 엄마는 상사화다. 상사화처럼 언제나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시는 분이다. 상사화는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해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그럼에도 피어난다. 엄마도 우리를 위해 자신의 꿈과 바람을 뒤로하고, 오직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셨다. 상사화처럼 엄마의 사랑은 때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그 깊은 사랑이 우리를 지탱해 주고 있다. 엄마의 눈빛 속에는 상사화의 꽃잎처럼 깊은 애정이 담겨 있어 언제나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 주신다. 그 사랑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피어날 것이다.
큰언니를 생각하면 기쁘다. 일흔여섯이신 언니는 한 달 전부터 안양에서 진안으로 내려와 노모를 돌보고 계신다. 우리 팔 남매의 맏이로서 시집가기 전에는 어린 우리들을 엄마처럼 돌봐주셨던 큰언니는 오랜 기간 피고 지는 백일홍처럼 한결같이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백일홍은 계절의 변화 속에서도 그 자리를 지키며 붉고 화려한 꽃을 피운다. 큰언니도 언제나 우리를 지켜 주고, 필요한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 긴 시간 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주는 모습이 꼭 백일홍 같다. 큰언니의 마음은 따스하고, 그 속에는 언제나 가족을 위한 배려가 담겨 있다. 백일홍처럼 오래도록 우리 곁에서 그 따뜻한 사랑을 이어가길 바란다.
흥이 많은 둘째 언니를 떠올리면 기쁘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처럼 자유롭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가진 사람이다. 코스모스는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고, 그 특유의 가녀린 모습으로 가을을 물들인다. 둘째 언니도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그 길 위에서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코스모스처럼 둘째 언니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존재는 우리에게 가을의 정취와 같은 평온함을 주고, 자연스레 미소를 짓게 한다. 코스모스의 꽃잎이 바람에 날리듯, 둘째 언니의 사랑도 가볍고 따뜻하게 우리 마음에 스며든다.
또 나에게 기쁨을 주는 이는 셋째 언니다. 언니는 민들레 홀씨처럼 작고 소박하지만, 어디서든 새 생명을 틔울 수 있는 사람이다. 민들레는 바람을 타고 어디로든 날아가 땅에 닿으면 그곳에서 새로운 생명을 시작한다. 미국으로 이민 간 셋째 언니도 어디에 있든지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누며,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민들레 홀씨처럼 작고 소박하지만, 그 안에 담긴 힘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녀의 미소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우리 마음에 작은 씨앗을 심어주고, 그 씨앗이 자라 우리의 하루를 더 빛나게 한다. 셋째 언니의 존재는 언제나 우리 삶에 기쁨과 희망을 불어넣는다.
우리 모두는 이렇게 다양한 꽃들이 모여 서로를 빛내고, 함께 어우러지며 살아가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나누고, 그 사랑이 모여 가족이라는 큰 정원을 이루고 있다. 꽃들은 서로의 색과 향기로 이 정원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엄마의 상사화, 큰언니의 백일홍, 둘째 언니의 코스모스, 셋째 언니의 민들레 홀씨가 어우러져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우리는 이 정원 속에서 함께 피어나며, 서로를 지켜 주고 이끌어 가는 존재들이다. 이 아름다운 정원이 언제나 변함없이 피어나기를 함께 꿈꾸는 오늘도 기쁘다. 이 기운을 내 안에 품고, 그 기운이 흘러넘쳐 주변인들에게 뿜어내는 하루하루를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