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지금은 퇴사를 했지만
회사 다닐 땐 이 하루가 퇴사할 때 기쁨을 더하려고, 금전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퇴직금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다녔다. 어느 회사에나 빌런이 있다지만 내가 만난 빌런은 심약하기 그지없는 인물이라 스트레스도 별로 없는 직장 생활이었다. 그래도 일은 하기 실은 모양이라 직장 생활에서의 하루를 정성스럽게 의미 부여하곤 했다. 타의에 의한 노예로서의 삶이 아니라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한 일이라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서였다. 매일 주어진 일을 퀘스트 처리해야 하는 일개 직원 1인 내가 사실은 엄청난 야망을 품고 이 회사의 이 업무를 선택했다고 생각하면 회사가 다닐 맛이 났다. 이것이 사기업 노예의 허풍일지 진정 개인의 주체성을 보호할 수 있었던 방법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