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와 탄소배출의 연결고리
지구를 지키는 식습관으로 단연 주목받는 건 식물성 위주의 채식 식단이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가 2018년 기준 150만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는 2008년 대비 10년 만에 10배나 상승한 수치다. 채식인구가 증가한 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는 환경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육류 소비로 인한 탄소 배출량이 급증한다는 이야기나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 등도 많은 인구가 채식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채소들은 정말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걸까?
유럽연합과 세계의 연간 동물성 소비에 대한 통계를 활용해 작성된 '비건 영향 보고서 2019'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가 비건 채식을 하면 식량 생산을 위한 토지 사용량이 현재보다 10억 헥타르나 줄어들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또한 96억 t 가량을 감축할 수 있다. 환경을 훼손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토지 사용량과 이산화탄소만 놓고 봐도 채소 위주의 식습관 자체는 육류 위주의 식습관 보다 친환경적인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채식이 무조건 환경에 좋아!" 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간과하는 사실, 바로 채소의 공급과정 때문이다.
'푸드 마일리지'라고 들어보았는가? 푸드 마일리지란 식재료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먼 길을 걸어왔는지 살펴볼 수 있는 수치다. 푸드 마일리지가 채식에 등장한 건 푸드 마일리지는 [식품 수송량(t) × 수송거리(km)]로 계산된다. 채식을 위해 2018년 기준 바나나 최대 수입국인 필리핀에서 온 바나나를 국내에서 먹는다고 하면 이때 발생하는 푸드 마일리지는 332,344(t) × 2,822(km) = 937,874,768 마일리지를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푸드 마일리지 수치가 높다는 건 그만큼 환경에 부담을 많이 준다는 뜻이다. 수송거리가 증가하면 식재료를 운반하는 운송수단에서 내뿜는 탄소배출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음식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방부제와 같은 화학약품 사용량도 함께 증가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또한, 아보카도, 바나나, 콜리플라워처럼 채식 식단에 사용되는 식품 중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채소들을 섭취한다고 하면 환경을 지키려다 엉뚱하게도 탄소배출에 기여하게 되는 결과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더 고심해야 할 문제다. 농산품의 수입의존량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생산량이 많을 것 같은 옥수수, 대두 등도 수입품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푸드 마일리지가 일본, 영국, 프랑스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는 결과가 있을 정도다. (국립환경과학원, 2012)
때문에 채소 위주의 식단을 구성할 때도 조금 더 꼼꼼히 따져봐야할 필요가 있다. 원산지가 어디인지, 수입 채소가 아닌 국내에서 생산되는 채소로 대체할 수는 없는지 식탁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생산되는 지역에서 채소를 구해오는 것이 탄소배출을 줄이는 길이다. 또한, 국내 생산 제품 중에서도 탄소발자국 및 저탄소제품 인증을 받은 채소를 구입해 먹는 노력이 필요하다.
위 마크가 부착된 제품은 탄소발자국 값이 최대허용탄소배출량 이하이거나 동일한 인증제품의 경우 직전 인증된 탄소배출량 감축량이 3.3% 이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인증을 받은 제품은 환경성적표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에디터 곽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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