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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희 Mar 08. 2022

당신의 손톱이 무서워요


미용실에 다녀왔다.     

이번에도 두 번 이마 부분이 따끔했다.     

젖은 머리카락 말리느라      

미용사 두 사람이 요란하게 드라이기를      

돌려댔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손톱이 살짝 스쳤지만 그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아마 인지를 못한 것 같았다.     

          



미용실에 갈 때마다 긴장이 된다.      

손톱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조금 빨갛다 가라앉는 정도는 다반사이기에 덤덤하다.     

그런데 오래전에 아주 된통 당한 적이 한번 있었다.     

그때도 두 사람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마구 흩트리며     

드라이기를 세게 불어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손톱이 얼굴을 휙 할퀴는      

느낌이 들었다.     

"앗, 따거."     

거울을 보니 광대뼈 부분 살점이 움푹 패어 있었다.     

기가 막혀 미용사 손을 보니      

손톱이 현란했다.     



          

손톱의 역할은 손가락 끝을 보호해주는 등 여러

중요한 기능이 있다.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무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날 상처를 입은 후로는

미용실 가기가 겁이 난다. 오죽하면 남성 미용사를 찾을 정도다.


미용실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곳은 피부관리실이다.

우울증상과 부종 등으로 심신이 지쳐있던 중 피부관리실을 소개받은 적이 있다.

중환자도 나았다는 무슨 특수 레이저 기계로 마사지를 받으니 

정말 병이 다 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체 마사지가 끝나고 얼굴에 기초화장품을 발라주면 일어난다.

그런데 얼굴 마무리를 주로 원장이 해주었다.

원장의 길고 화려한 손톱이 얼굴 위에서 춤을 추니

심장이 콩닥거렸다.

자신은 고객관리를 위해 손수 친절을 베풀고 있었지만

오히려 손님을 잃는 행위였다.

나는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한 번도 손톱을 길러 본 적이 없다.     

우리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용의 검사라는 걸 했다.     

교복은 단정하게 입었는지     

두발 길이는 적당한지     

손톱은 잘 깎았는지 등등     

선생님께 검사받아야 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는 자유로워졌지만     

그 습관은 이미 뇌리에 각인되었다.     

나만 유별난 건지      

다른 친구들은 손톱에 멋을 부리고 다니기도 했다.     

나는 그 모습이 불량하다고 생각했다.     

손톱을 기르면 위생상 안 좋을 텐데     

왜 기르는지 이해를 못 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피아노 건반을 누를 때 손톱이 길면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예쁜 손톱을 포기하지 못하는 노래강사가     

손가락을 편채로 반주하는 걸 보면 경이로웠다.     

"피아노는 그렇다 치고, 세수할 때랑      

화장할 때 방해되지 않아?"     

" 괜찮아, 요령 있게 잘하니까. "     

지인은 사실 아주 가끔씩 얼굴에 긁힌 상처를     

내기도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네일아트 삽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무심코 손톱 서비스받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서있기도 한다.     

부러움인지도 모른다.     

네일아트로 꾸민 손톱 예쁘긴 하다.     

     

그렇지만      

피부 마사지나 헤어 스타일 같은     

손으로 밀착시켜 서비스하는 직업이라면     

손톱을 단정히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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