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부고(訃告)

by 책방삼촌

봄의 부고(訃告)


낡은 활자를 조수석에 앉히고

둑방을 탄다


계절은 눈치도 없는지

이 둑방길과 나란히

끝 간 데 없이 뽀얀 꽃을 밀어 올렸다

생(生)과 사(死)를 가르는 길목에서

순환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터지고는

만발해 버린 파열(破裂)


하루의 숨을 닫는 시간에 이르러

차창을 베고 들어온 붉은 볕이

꽃잎을 안고 식어간다


호흡을 놓은 자는

단번에 셈을 마치고 가벼워졌건만,

남겨진 자들은

무너진 시간을 수습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는다


강바람에 율동하는 꽃잎 아래서

나는 처분해야 할 기억의 부피를 잰다

해가, 마저 넘어가기 전에

그를 향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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