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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회식, 오락실 회식

MZ세대의 첫 경험, 어른세대의 첫 경험

by 북장

대천으로 1박 회식을 다녀왔다.

종업식을 끝내고 대천으로 가는 길은 2022학년도가 끝났다는 마음에 모두들 들떠있었다.


우리는 거나하게 술을 마셨다.

1차에서만 맥주와 소주가 4짝이 사라졌다.

새조개 삼합이라는 먹음직스럽고 비싼 한상을 눈앞에 놓고 배를 채우지도 못하고 술을 들이부었다.


"빨리 집어먹어. 조금이라도 배를 채워야 산다."


그렇게 평범한 1차 회식은 끝이 났다.








1차를 마치고 가게 문을 열고 나온 우리 앞에는 한 대의 검정 봉고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두운 아가리를 열고 불길하게 손짓하는 봉고차의 모습에 익숙한 듯 몸을 집어넣는 나와 달리 젊은 선생님들은 쭈삣거리고 있었다.


"선생님, 이거 타도 괜찮은 거예요?"

"우리 원양어선 끌려가는 거 같아요."

"봉고차 타고 노래방 가는 거 처음이에요."


이거 탄다고 어디 팔려가는 거 아니니까 얼른 들어와.

나도 처음에는 낯설었었어. 그런데 어느새 이렇게 적응했네.

생각해보니 회식으로 노래방을 오는 게 8년 만이야.

아마 선생님들은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 될 수 있어.

지금은 이렇게 회식하는 곳 만나는 거 자체가 드무니까.



어두컴컴한 지하의 둥둥 거리는 소리, 진짜 너무 오랜만이다.

왜 술기운이 더 올라와서 나도 둥둥거리는 거 같지?


노래방 사장님과 술, 안주를 어떻게 할지 상의를 한다.

맥주 한 짝으로 주문하면 마른안주 2개, 과일 안주 2개가 무료

맥주를 낱개로 주문하면 마른안주 1개에 2만 원, 과일 안주 1개에 3만 원

이미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거 같아서 낱개로 주문하려는 날 옆 반 선생님이 말렸다.


"강쌤, 맥주 한 짝 금방이야. 짝으로 시켜."


맞다, 어른들이 계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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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이 맥주 한 짝을 들고 룸으로 들어오시니 노래방 회식을 처음 경험하는 선생님들의 눈동자가 커진다.


"술을 또 먹어요? 그것도 노래방에서?"

"SNL에서 보던 노래방 회식을 내가 경험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우리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나도 노래방 회식을 하는 게 8년 만이라니까?




어른들까지 모두 들어오시고 트로트가 끝없이 흘러나온다.

노래를 안 부르려면 탬버린이라도 잡고 열심히 흔들고 환호를 해야 한다.

총대를 멘 친목회 선생님은 끝없이 선생님들을 붙잡고 노래 한곡 하라고 재촉한다.

노래가 끊기면 안 된다는 사명을 가지고 젊은 선생님들을 닦달해보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MZ 축에 끼는 선생님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불편함이 보였다.

중간의 끼인 자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아등바등했다.

이 문화가 처음인 사람들은 노래도 모를 것이고 어른들과 춤추면서 어울리기도 힘들 것이다.


난 끼인 자이다.

그러니 손바닥과 허벅지에 멍이 들게 탬버린을 쳐댔지.








어찌어찌 노래방에서 2차를 끝내고 바다로 나왔다.

다행히 젊은이들은 바깥에서라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철썩이는 파도의 경계선에서 반짝거리는 불빛들이 보인다.


"우리도 폭죽 터트려요!"


다 큰 어른들이 폭죽 하나씩 들고 라이터가 안 켜진다고 낑낑대며 불을 붙였다.

평생 이런 거 처음 해본다는 교장선생님 옆에서 불꽃으로 LOVE 글자를 만들어보라고 한다.

그 앞에서는 동영상과 사진을 찍는 선생님도 계셨다.

드디어 젊은이들이 편하게 웃고 있었다.


내친김에 사격을 하자며 교장선생님을 오락실로 끌고 들어갔다.

군대를 갓 제대한 선생님의 사격솜씨와 하나도 못 맞춘 교감선생님의 사격솜씨 사이에서 불꽃이 튀었다.

게임기를 미친 듯이 두들기고 DDR을 허둥지둥 밟아대고 두더지를 잡는다.

어른들은 어른들 나름의 첫 경험이다.

젊은이들은 더할 나위 없이 즐겁다는 표정과 개운한 얼굴이었다.



난 끼인 자이다.

술 안 마시고 이렇게 노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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