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콩을 코에 넣는 거니?
<남편 과니의 이야기>
병원으로 운전하는 내내 콧 속 콩이 아픈지 방톨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설거지 그릇 정리가 뭐 중요하다고 아내 규르의 말대로 한눈팔지 말고 방톨을 계속 보고 있을 걸 하는 죄책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곧 정신 차리고 운전에 정신을 집중시켰다.
일단은 내 죄책감보다는 방톨이 빠르게 병원진료를 보게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예약 성공했다고? 알았어."
아내의 병원예약 성공 전화를 받았다.
병원 도착 후, 방톨을 안고 빠르게 접수대로 갔다.
방톨의 커다란 울음소리에 병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콩 때문에 오셨죠? 진료실로 바로 들어가세요."
'어? 콩 때문인지 어떻게 알았지?'
잠깐 의아함이 들었지만 궁금증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접수대 직원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더 집중되는 것을 느끼며 나는 방톨과 진료실로 들어갔다.
"코에 콩이 들어갔다고요? 어디 봅시다!"
의사 선생님은 방톨의 콧 속을 플래시로 비추며 집중해서 살펴보았다. 다행히 방톨은 자신을 치료하려는 걸 아는지 울음을 멈췄다.
"콩 여기 보이네!"
그리고 의사 선생님은 핀셋을 집어넣더니 검은색 콩을 쏙 빼냈다. 콩은 방톨의 콧물에 팅팅 불어서 어마어마하게 커져 있었다.
"더 깊게 들어갔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콩은 점점 불어서 깊은 콧 속이 막혀버리면 수술할 수밖에 없어요."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정말 방톨이 여기서 콩을 빼낸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맘때 호기심 많은 애들은 작은 구슬이나 콩 같은 것을 코에 넣는 경우가 있으니 항상 주의해 주세요. 방톨아 절대로 귀, 입, 코에 물건 넣으면 안 돼. 알았지?"
"응."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코가 빨개진 채 방톨이 대답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나는 남편의 방톨 병원행 전화 후 계속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팀장님에게 아이가 응급상황으로 병원에 급하게 가서 따라가 봐야겠다고 말하려던 찰나 남편 과니에게 연락이 왔다.
"어떻게 됐어?!!"
"콩 뺐어. 그런데 좀만 더 깊게 들어갔으면 큰일 날 뻔했대."
"아. 정말? 휴! 그래도 정말 다행이다. 나 그렇잖아도 지금 막 병원에 따라가려고 했는데."
"아니야. 다 끝났어. 방톨도 괜찮고."
"알겠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나는 퇴근시간만 기다렸다.
그날 저녁 사무실 퇴근 후.
많이 울었는지 힘이 빠져 축 처져 있는 방톨이 안쓰러워져서 나는 한 번 꼭 안아주고는 신신당부했다.
"방톨아! 다음부터는 절대 코에 뭐 넣으면 안 돼!"
"응.."
그런데 방톨의 코가 거뭇거뭇하다.
"근데 방톨이 코 왜 검은색이 묻었지?"
"아 그거 검은 콩이 들어갔어서 코에 묻었나 보다."
남편이 금방 궁금증을 해소해 줬다.
"아니 근데 콩이 왜 바닥에 있었던 건지 모르겠네."
"아무래도 저번에 콩 구경하다고 가져갔던 거 잊어버렸던게 바닥에 떨어져 있었나 봐."
"아.. 청소 더 꼼꼼히 해야겠다. 자기 많이 놀랐겠네. "
"아니야. 근데 나 간호사가 병원 가자마자 콩 때문에 왔냐고 묻더라고? 좀 민망하고 신기하더라고. 어떻게 알았지?"
남편이 갑자기 나를 보며 눈을 반짝이며 엄청 궁금하고 신기하다는 듯이 말을 했다.
나는 심드렁하게 답을 해줬다.
"아! 그거!"
"?"
"내가 병원 예약할 때 똑똑 어플에 증상 칸에 그렇게 써넣었어. 콩 때문이라고."
"아!"
남편의 감탄사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그 후에도 그렇게도 혼이 난 방톨은 또 쌀튀밥을 코에 넣었다가 빼는 사건이 발생하고..
나는 다시금 인내심으로 중무장하여 방톨에게 무한 반복! 주입 교육을 시켰다.
"눈, 코, 입에는 절대 물건 넣지 않기!"
"눈, 코, 입에는 절대 물건 넣지 않기!"
"눈, 코, 입에는 절대 물건 넣지 않기!"
지금은 이제 많이 커서 형님반이라고 다행히 안 그런다.
크면 다 이야기해 줘야지. 방톨아 너 이랬던 거 기억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