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보스 아들 솜사탕 첫 시식기
둘째 아들 방톨은 아주 어릴 적부터 안 먹는 아이였다.
숟가락에 한 가지 종류의 음식만 있어야 먹고, 다른 종류의 음식이 섞여 있으면 아무리 숨겨서 먹여도 귀신같이 알아내고 뱉었다.
식사시간에는 좋아하는 반찬만 집어먹고 밥은 한 숟갈도 안 먹고 내려가곤 했다.
그러다 보니 식사시간은 1시간이 기본이었다.
하지만 첫째 베라 때보다는 고기도 곧잘 먹었다.
베라도 어릴 때 방톨처럼 입 짧고 마르고 까다로운 아이였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잘 먹고 살도 붙었던 경험이 있어서.
나중에 좀 크면 잘 먹겠거니 하고 방톨이 잘 안 먹는 거에 나는 많이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방톨이 만 3세 경.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따뜻한 봄기운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느 날.
오랜만에 놀이공원으로 가족 모두가 놀러 갔다.
아이들이 놀이기구도 타며 신나서 놀다가 방톨은 누나 베라의 손에 이끌려 연분홍 캐릭터 솜사탕을 처음 먹었는데......
“털이야! 안 먹어!”
외마디 비명을 외치며 순식간에 방톨은 솜사탕을 던져버렸다.
둘째 베라는 이미 자신의 솜사탕을 다 먹는 후, 떨어진 솜사탕을 보고
“아! 아까워! 안 먹을 거면 나나 주지!”
하고 투덜거렸다.
예민보스 아들 방톨은 그렇게 첫 솜사탕을 '털'이라며 정의를 내렸다. 맛을 느끼지 않고 순전히 모양과 촉감으로만 판단한 듯하다.
물론 지금 현재 만 5세가 다 돼 가는 방톨은 그 후 유치원 행사에서 솜사탕을 다시 먹어본 후 너무 잘 먹는다. 누가 뺏어가면 한바탕 울음바다가 될 정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