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취침 루틴
아들의 특유의 행동패턴인지, 성격 탓인지 둘째 방톨은 첫째인 딸 베라와 행동이 확실히 다르다.
첫째 딸 베라는 어린이집 하원 하는 순간부터 물어보지 않아도
“엄마, 오늘은 유치원에서 퍼즐 맞추기 게임했어”
“은주가 오늘 아파서 안 나와서 지혜랑 인형놀이하고 놀았어.”
“오늘 어린이집 반찬은 동그랑땡이랑 김치랑 오징어 나왔어 “
쉴 새 없이 재잘재잘 이야기해서 하루 일과를 당연히 알게 되었다.
그런데 방톨은 유치원 하원 후 집까지 다다다 달리기부터 시작.
나는 땀 흘리며 강제로 같이 뛰어가기 바쁘다.
'이 엄마 운동하라고 그러는 거니?'
그러다 유치원 생활이 궁금해져서 물어보면
“방톨아, 오늘 유치원에서 뭐가 가장 재미있었어?”
“몰라.”
“오늘 간식은 뭐 맛있는 거 나왔어?”
“몰라. 몰라. “
몰라만 연발하는 몰라쟁이가 된다.
그러다 밤에 잠들 즈음에서야 잠자기 싫은 건지.
아니면 그때서야 기억이 나는 건지.
방톨은 속사포같이 낮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는데…
낮의 질문들을 차례로 대답하고 추가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수다쟁이로 변한다.
그러다 화장실도 한 번 갔다 와주고 하면 으레 11시가 넘어간다.
다음 날 숲체험 같은 행사라도 있으면 나는 안 자는 방톨이 걱정이 되어서 으름장을 놓게 되는데.
“그만 이야기하고 잠자기야. 더 이상 말하면 거실에서 나가서 혼자 자기! “
그러면 대부분
“알겠어.”
하고 잠들었는데 이 날 따라 엉엉 울면서 꼭 할 말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인내심의 한계가 느껴졌지만 꾹 참고 되물었다.
“뭔데? 마지막이야.”
“엄마 사랑해~“
그러면서 내 품에 푹 안겨서 잠드는데.. 가슴이 찌르르하며 심쿵했다.
올라왔던 화가 가라앉고 가슴속에서 따뜻함이 몽글몽글.
” 엄마도 사랑해~아들~“
아들의 마음속 깊은 온기가 전해져서 그 따뜻함으로 그날 하루의 피곤함이 사라진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