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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밤 Oct 22. 2024

대한민국이 생일축하해!

개천절 생일파티

개천절 전날 유치원 하원 후.

방에서 잘 놀던 방톨은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큰 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엄마 내일 대한민국이 생일이래.”

“응 맞아. 개천절이야. “

갑자기 아이 눈이 별처럼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엄~대한민국이 생일파티하자! 초콜릿케이크도 사고 촛불도 끄고 생일축하편지도 쓸래. “


“응?!!”

대한민국이 친구가 된 듯한 방톨의 말에 생일파티까지 하자는 말이 나오자 나는 마시던 물을 뿜을 뻔했다.


“그냥 태극기만 꽂자.”

“싫어. 왜! 으앙”


대한민국이 누군지 알고 생일파티를 하겠단 건지. 너의 생각이 단순히 초콜릿케이크에 꽂힌 거 같은데.

난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누르며 울고 있는 아이의 의중을 살폈다.

아이의 울음이 커지자. 마침 기한이 임박한 케이크쿠폰이 구세주처럼 생각이 났다.


“알았어. 그만 울어. 파티 하자!”


그러자 울음 뚝 그치고 헤헤거리는 너.



다음 날 개천절.


"엄마 일어나~대한민국이 생일이야. 태극기 달아야지~"

아이는 한껏 들떠서 이른 아침부터 나를 깨웠다. 남편인 과니가 태극기를 꺼내서 달자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을 보고 따라서 팔다리를 흔들거리며 한바탕 귀여운 이벤트를 한다.

"엄마~태극기가 얼씨구절씨구 하네~"


아침부터 나는 초콜릿케이크를 집 인근 제과점에서 사 왔다.

보기만 해도 달달해 보이는 초콜릿케이크에 촛불을 켜자 생일축하 노래를 방톨은 우렁차게 불렀다.


“생일축하합니다~대한민국이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다른 가족들은 어리둥절.

“갑자기 왜 케이크야? “

“엄마 초콜릿케이크 꺄~좋아 좋아. 근데 무슨 일이지? “

“응. 기한임박한 케이크 쿠폰 썼어. “


“누나, 오늘 대한민국이 생일이야. 봐. 내가 편지도 썼어.”

하고 내민 것은 조그마한 연두색하트 그림이다. 아이 나름 꾸민다고 색깔도 칠하고 눈코입도 그렸다.

“응? 귀엽네. 하하.”

베라는 동생의 편지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평가를 내린다.


신나서 맛있게 초콜릿케이크를 하하 호호 거리며 먹는 아이들.

남편과 눈을 찡긋하며 나는 살짝 웃었다.

너희들만 좋아하면 됐어. 하지만 개천절 생일파티 이번만 하는 걸로.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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